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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툴리안의 그리스도의 육신론 우리는 무엇을 믿는가?

posted Mar 06, 2019

터툴리안의 그리스도의 육신론
우리는 무엇을 믿는가?

 

살다 보면 불현듯 ‘내가 왜 예수 그리스도를 믿어야 할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하나님을 믿는다’라고 할 때, 하나님은 누구시며, 믿는다는 것을 무엇을 의미할까? 불쑥불쑥 의아할 때가 있습니다. 갑자기 신앙에 대한 회의가 일어날 때가 있습니다. 대체로 이러한 신앙에 대한 회의는 양극단의 상황에서 일어나기 쉽습니다. 하나는 세속의 즐거움과 쾌락이 압도할 때입니다. 삶이 평화롭고 하는 일마다 잘 될 때 우리는 종종 길을 잃고 현재에 탐닉하게 됩니다. 또 하나는 고난이 너무 깊을 때입니다. 아무리 기도해도 응답되지 않고, 암담한 상황이 지속될 때 믿음을 의심하기 시작합니다. 고난이 깊어지면 자연스럽게 ‘하나님은 지금 뭘 하시지?’ ‘나에게 아무런 도움도 되지 않는 하나님을 왜 믿어야 하지?’하며 의심하기 시작합니다.

 

터툴리안이 <그리스도의 육신론>을 쓰기 시작할 때가 바로 후자와 같은 상황이었습니다. 터툴리안(Tertullian, 150-225)이 살았던 시기는 교회사에 있어서 핍박이 극심한 시기였습니다. 영웅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시대가 만든다는 말이 있습니다. 평신도였던 터툴리안은 교회 위기를 그냥 두고 보지 않았습니다. 그는 혜성같이 나타나 이단들을 향해 진리의 칼을 빼들었습니다. 비록 그가 말년에 극단적 금욕주의 성향 때문에 몬타니즘에 빠지기는 했지만, 초대 기독교의 혼란을 바로잡고 기독론을 완성하는 기초석과 같은 역할을 하게 됩니다. 우리는 많은 책 중에서 영지주의자들을 향하여 예수님의 사람 되심을 증면한 <그리스도의 육신론>을 생각 보려고 합니다. 먼저 그의 삶을 잠깐 살펴봅시다.

 

터툴리안의 라틴어 정식 이름은 귄뚜스 셉띠무스 플로렌스 떼르뚤리아누스(Quintus Septimius Florens Tertullianus)입니다. 줄여서 라틴식으로 터툴리아누스라고 부르거나 대개 영어로 터툴리안으로 부릅니다. 그는 155년경 정치적으로, 종교적으로 중요한 도시였던 카르타고에서 태어납니다. 양친 모두 기독교인이 아니었으며, 아버지는 총독관저의 백부장이었습니다. 어릴 적부터 명석한 터툴리안은 당시 흐름을 따라 법률을 전공한 다음 변호사가 됩니다. 터툴리안의 생애는 자신의 책에 기록된 단편적인 지식 외는 얻을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그의 문체나 용어는 그가 상당한 법률 전문가였으며 수사학에 특출한 능력이 있음을 말해 줍니다. 회심의 시기는 명확하지 않지만 저작들을 통해 추측해보면 197-198 년경으로 보입니다. 그의 나이 사십 대 중반이었습니다. 그의 모든 저작들은 모두 이단들을 공박(攻駁) 하고 기독교의 진리를 변호하는 변증서입니다. 거의 저작들 속에 보이는 치밀한 논리와 순교에 대한 열망은 그의 삶을 그대로 닮아 있습니다. 급작스러운 개종, 그리고 이단들을 향한 열정적인 변증, 금욕주의와 순교에 대한 열망으로 인한 말년에 몬타니즘으로의 전향이 이루어집니다. 몬타니즘은 금욕주의와 세속과 구분된 삶을 지향했던 극단적 분리주의자들이었습니다.

 

터툴리안의 책을 읽을 때는 이러한 터툴리안의 성향을 감안하고 읽어야 합니다. 터툴리안은 교회와 세상의 연속성보다는 단절성을 주장합니다. 세상의 지식과 철학에 대해 조화와 소통보다는 기독교 진리의 보존과 분리를 주장합니다. 용서와 사랑보다는 거룩과 순교를 주장합니다. 그의 초기 작품인 <이교도들에게>와 <호교론>은 비슷한 내용입니다. 특히 <호교론>에서는 기독교가 황제숭배를 거절하고 예수 그리스도를 예배하는 이유를 황제를 반대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국가의 안정과 통치자의 안녕을 위해 기도하는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마르키온 논박>과 <발렌티누스 논박> 그리고 <헤르모게네스 논박> 등은 당시의 이단들을 향한 기독교 변증서입니다. 여기서 <마르키온 논박>은 가장 많은 분량을 차지하며 구약과 신약의 하나님을 다르다고 주장한 마르키온의 주장을 반박합니다. 마르키온은 헬라 철학의 영향을 받아 일어나 영지주의 성향의 초대교회 이단입니다. 그는 구약의 하나님은 열등하고 조악하며 악하다고 보았습니다. 반면에 신약의 예수 그리스도를 보낸 하나님은 사랑의 하나님이며 월등한 신으로 보았습니다. 터툴리안은 마르키온의 주장의 부당함을 역설하고 구약의 하나님의 신약의 하나님은 동일하며, 창조와 십자가 역시 사랑으로 풀어냅니다. 특히 신약의 그리스도는 구약에서 예언한 메시아의 성취라고 말합니다. 헬라 철학의 영향을 받은 수많은 이단들이 기독교의 진리를 무너뜨렸습니다.

 

영지주의와 마르키온의 치명적인 위협은 신약의 예수 그리스도의 성육신 사건을 부정함으로 구속의 제물로 돌아가신 십자가의 사건을 무효화 시킨다는 데 있습니다. 예수의 영적 존재설, 십자가의 기절설, 무덤에서의 예수 시체 도난설 등은 예수 그리스도의 육신으로 오심을 부인하는 이단들의 주장입니다. 터툴리안은 예수 그리스도가 영적이 아니라 실제의 사람으로 오심으로 인간들의 구속을 완성하고 부활의 첫 열매가 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프락세아스 논박>에서 양태론과 성부 수난설을 반박하고, <이단자 규정론>에서 사도전승에 의한 성경 권위를 세우고, <유대인 논박>에서 구약의 율법의 불안전성과 신약의 우월성을 주장합니다. 이 외에도 신자들의 경건한 삶을 다룬 <인내론> <여성 복장론> <부인에게> <기도론> <재계론> <통회론> 등은 그의 금욕적인 성향이 있기는 하지만 신앙생활의 전반적인 부분을 잘 설명해 줍니다. 심지어 <수치론>에서는 가톨릭교회의 사죄권을 부인하고 종교개혁의 모토인 만인제사장론 사상이 스며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그리스도의 육신론(De carne Christi)>을 간략하게 살펴봅니다.

 

<그리스도의 육신론>은 예수 그리스도가 실제 사람이셨으며 사람의 몸을 입었다는 것을 주장합니다. 그는 이곳에서 ‘그리스도의 성육신을 믿지 않으면 육신의 부활을 믿을 수 없다.’는 전제하에 세 가지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1) 그리스도의 육신은 실제로 존재하는가?

2) 그리스도의 육신은 어디서 왔는가?

3) 그리스도의 육신은 어떤 형태로 존재하는가?

 

세 가지의 질문에 일목요연하게 답하기보다 이단들의 주장들을 언급해가며 하나씩 반박해 나가는 형태를 취합니다. 2-5장에서 마르키온을 반박하여 그리스도의 육신의 실제성을 설명합니다. 6-9장에서는 아펠레 이단을 반박하면서 그리스도의 육신의 기원을 풀어갑니다. 10-16장에서는 발렌티누스 이단을 반박하면서 그리스도가 영지(靈知)에 의해 구세주가 된 것이 아니라 세례 이전부터 구세주임을 주장합니다. 마지막 17-23장까지는 결론으로 이단들의 그릇된 성경 해석을 반박하면서 성경이 주장하는 바른 주장이 무엇인지 알려 줍니다. <마르키온 논박> <아펠레 논박> <발레티누스 논박>이 그 이단들의 전반적인 잘못된 교리를 반박하는 것이라면 <그리스도의 육신론>은 그리스도의 성육신 사건을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습니다.

 

터툴리안은 논박을 시작하면서 세 이단, 마르키온과 아펠레, 발렌티누스의 영지주의적 주장을 반박합니다. 그들은 물질이 악하다는 생각에 사로잡혀 그리스도의 육신이 존재하지 않거나,(마르키온) 육적인 어머니에게 태어나지 않았거나,(아펠레) 탄생과 육신은 인정하나 전혀 다른 의미로 받았습니다.(발렌티누스) 그들의 공통점은 물질, 즉 예수의 성육신 사건은 인정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마르키온의 경우는 복음서를 조작하고 자기가 원하는 부분만 인정하고 자신의 주장과 다른 구절을 부정하고 삭제했습니다. 이러한 마르키온을 향해 터툴리안은 ‘너는 그리스도인이라 할 수 없으며 이미 죽은 것’이라고 말합니다. 더 나아가 육신의 그리스도를 믿지 못한다면 다른 사람을 어찌 사랑할 수 있느냐고 따집니다. 결국 성육신 사건은 하나님의 사랑이며 자기 비하의 겸손이며, 구속의 원천이 됩니다.

 

마르키온에서 배웠지만 스스로 스승보다 더 지혜롭다는 교만에 빠진 아펠로는 그리스도의 육신의 실재는 인정하지만 탄생은 부정합니다. 터툴리안은 아펠레의 주장에 대해 ‘석회 더미에서 빠져나와 석탄 더미’로 간 것과 같다고 말합니다. 즉 아무런 차이도 없으며, 오히려 더 어리석어졌다는 표현입니다. 터툴리안은 만약 육신으로 실재한다며 태어나야 하는데, 태어나지 않고 어떻게 육신으로 존재할 수 있는가를 묻습니다. 아펠레는 그리스도가 천사의 육체를 빌려왔다고 말함으로 모순을 극복하지만, 자가당착(自家撞着)에 빠지고 맙니다. 터툴리안은 천사는 인간의 육신을 입지도 않았을 뿐 아니라 ‘어떤 천사도 십자가에 못 박히기 위해, 죽음을 맛보기 위해, 죽음에서 부활하기 위해’ 하늘에서 내려오지 않았다고 말합니다. 그리스도는 죽으시기 위해 보냄을 받았고, 죽을 수 있기 위해 태어나야 하며, 태어난 존재만이 죽을 수 있다고 간단히 제압합니다.

 

“그분은 죽음까지도 받아들인 만큼 참으로 인간이 되기 위해 육신을 입으셔야 했는데, 죽음은 바로 그 육신의 속성인 것이다. 그런데 죽음이 종속되어 있는 그 육신이 있기 위해서는 탄생이 선행되어야 한다.”

 

예수 그리스도의 생애는 어느 것 하나 버릴 것이 없습니다. 그리스도의 삶 전부가 복음이고, 그 자체가 진리입니다. 그리스도의 율법 아래에서의 탄생과 사람으로서의 삶, 배신과 배고픔, 고독과 슬픔, 고난과 죽음까지 어느 것 하나 진리가 아닌 것이 없습니다. 발렌티누스는 그리스도의 영혼과 사람들의 영혼이 다르며, 그리스도의 육신은 그 영혼에서 왔다는 황당한 주장을 합니다. 터툴리안은 발렌티누스의 주장을 반박하며, 그리스도의 영혼과 육신은 인간의 것과 다르지 않다고 주장합니다. 결국 그리스도의 영은 ‘하나님의 영에서 나신 하나님의 영’이시며, 그리스도의 육신은 ‘사람의 육신으로부터 나신 인간’이라고 단언합니다.

 

터툴리안이 이단들을 반박하고 공격하는 근거는 성경입니다. 그의 철학이나 법률적 지식이 아닙니다. 그는 성경에 천착(穿鑿) 하여 성경이 무엇을 말하고, 의도하는지를 정확하게 알고 있습니다. 여러 성경을 치밀하게 주해하지만 특별히 마태복음 12:48절과 로마서 6:6, 8:3 그리고 요한복음 1:13을 중요하게 다룹니다. 신약 성경이 정경으로 인정된 397년 칼타고 종교회의까지 아직 200년 정도가 남아있음에도 터툴리안은 무엇이 옳은 성경이고 그른 것인지를 분명하게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사도전승에 의한 성경들이 이미 교회 안에 어느 정도 정착되어 있었고, 권위기를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고난이 깊어질 때, 세속적 쾌락이 삶을 지배할 때 믿음이 흔들입니다. 그런데 믿음이 흔들리기 때문에 고난이 힘겹게만 느껴지고, 쾌락에 쉽게 무너지는 것은 아닐까요? 큰 배는 작은 파도에 흔들리지 않습니다. 이처럼 하나님의 말씀에 확고한 믿음이 있는 사람들은 환경에 쉽게 흔들리지 않습니다. 시대가 어렵고, 환경이 힘들수록 진리의 말씀을 붙들어야 합니다. 혼돈과 어둠이 지배하는 시대에 명징한 진리에 바로 선다면 그리스도인의 삶은 든든하지 않을까요?

 

정현욱 (크리스찬북뉴스 편집인)

[출처] - 국민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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