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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관주 목사의 순교

posted Jan 18, 2012
순교자 김관주 목사

그의 순교는 이어지는 다른시작 이었다.


1938년 신의주 제2교회를 담임하던 한경직목사(영락교회원로)는 당회를 열어 일본에 있는 김관주(金冠柱·1904~1950)목사를 교회부목사로 청빙할 것을 승인받았다.한목사가 미국 프린스턴대학교 유학을 마치고 돌아오다가 일본에서 만난 김목사를 기억해낸 것이다.

1904년 평남 안주 기독교가정에서 출생한 김관주목사는 어려서부터 자연스레 복음을 접했고 숭실전문대를 졸업한 뒤 선교사들의 도움을 받아 일본유학을 떠났다.유달리 명석한 머리로 동지사대학 법학부에서 두각을 나타내던 그는 불현듯 동경 일본신학교로 옮기고 만다.자신이 법관이 됐을 때 독립운동을 하는 동포들을 구속해야 하는 처지가 싫었던 것이다.

김목사는 일본에서 만나 결혼한 여의사인 아내와 막 태어난 아들 명혁(서울 강변교회목사)을 데리고 신의주 제2교회에 부임했다.한경직목사는 이 때의 상황을 자신의 저서에서 이렇게 기록했다.

“김목사는 부임 1년만에 유능한 설교자가 되었다.학자풍으로 점잖은데다 성격이 강직하고 진실해 성도들의 존경을 받았다.정치력도 있어 일제말기 교회와의 마찰을 잘 해결하곤 했다.또 부인이 여의사여서 교회에 애린원이란 병원을 운영하며 성도들을 진료했다”

1941년 일본이 태평양전쟁을 일으키면서 미국선교사들을 모두 본국으로 추방했다.이 때 미국유학을 한 한경직목사도 일제의 압력에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그래서 신의주제2교회 강단을 김목사가 맡을 수 밖에 없었다.

김목사는 일본어가 능했지만 강단에서는 일본어를 사용하지 않고 항상 깨끗한 한복에 고무신을 신었다.학생들에게 성경공부를 얼마나 쉽게 열심히 가르치는지 인기가 대단했다.

의산노회장까지 맡으며 선교활동을 했던 김목사는 신사참배 만큼은 한치의 양보도 하지 않았다.일제가 위협도 하고 폭력도 가했지만 항상 고개를 가로저었다.

“당신들은 일본유학을 한 나를 일본통으로 몰아 신사참배에 협조하라고 하지만 하나님의 사명을 받은 종으로서 이 부분은 절대 안됩니다”

결국 김목사에게 돌아온 것은 형벌이었다.신의주감옥에 수감된 김목사는 1년8개월간 옥고를 치른다.당시 8살이던 김명혁목사는 이 때를 선명히 기억한다.

“감옥에 계신 아버지를 뵙기 위해 어머니 여동생과 면회를 가곤 했습니다.대부분 직접 뵙지 못하고 담밖에 서서 노래를 부르거나 소리쳐 아버지를 부르곤 했지요.감옥에 계시는 동안 수염을 길러 길게 늘어뜨리신 기억이 납니다”

김목사는 해방후에도 계속 신의주 제2교회에서 활발히 사역했다.그런데 이번에는 북한에 들어선 공산정권이 그를 가만히 두지 않았다.소련이 참여하는 정치에 협조할 것을 강요받았으나 이를 거부하자 은근히 압력이 가해졌다.김목사는 오히려 조만식장로가 이끄는 기독교민주당을 결성하는데 참여했다.이 때는 신의주제2교회를 사임하고 서문밖교회의 청빙을 받아 시무하던 때였다.

공산정권은 결국 협조하지 않는 김목사를 체포해 사동탄광에서 강제노역을 하도록 처리했다.이 때 김일성의 외숙인 강양욱목사가 김목사를 안타깝게 여겨 당시 장로회신학교에 다니던 김목사의 조카 김명길을 보내 손잡고 일해볼 것을 권유하지만 이를 거절한다.

“내가 그들에게 협조할 것 같으면 벌써 이런 고생을 하지 않는다네.아무리 강목사가 그런 부탁을 하더라도 두번 다시 내 앞에서 그런말 하지 말게.아마 내가 소련으로 보내질 것 같으니 소련어 사전이나 한권 구해주게나”

그러나 김명길목사는 사전을 구하지 못하고 러시아어책만 구해 전해 주었다.이것이 삼촌 김관주목사와의 마지막 만남이었다.또 당시 만 11살이던 소년 김명혁이 마지막으로 사동탄광을 찾아 아버지를 뵌 것이 48년 7월이었다.

“몇시간을 뙤약볕 밑에서 기라린 끝에 탄광에서 나오는 아버지를 만날 수 있었어요.강대상 위에서 설교하시던 근엄한 모습 대신 땀과 석탄가루가 뒤엉킨 마른 모습이었지요.남루한 작업복차림이지만 나를 반갑게 맞아주시며 환하게 웃으시던 모습이 눈에 선합니다”

소년 김명혁은 이 때 자신이 종교의 자유가 있는 남한으로 내려갈 것을 말씀드리고 승락을 받았다.

“그래 너만이라도 제대로 하나님을 섬기고 살 수 있다면…”

김목사의 얼굴 위로 굵은 눈물방울이 흘러내렸다.이것이 김명혁목사가 본 아버지의 마지막 모습이자 음성이었다.

이후 김관주목사의 마지막에 대해 정확한 자료는 없지만 사동탄광의 정치범들이 6·25 이틀전에 모두 사살된 것으로 미루어 이 때 순교한 것으로 가족들은 생각하고 있다.

김관주목사의 강직한 성품을 이어 단신 월남한 아들 김명혁목사가 성공적인 목회를 하고 있다.김명혁목사는 서울중고와 서울대 사학과를 졸업한 뒤 미국 웨스트민스터대학,예일대학교신학대학원, 풀러신학교신학원 등을 졸업하고 철학박사학위를 받았다.합동신학교교수로 또 강변교회 담임목사로 한국세계선교협의회 공동회장으로 활발히 활동하고 있으며 특히 북한선교에 관심을 갖고 다방면으로 지원하고 있다.

“하나님께서는 제게 많은 기회와 복을 주셨습니다.부친의 목회와 고난을 목격한 저로서 아버님이 못다하신 목회사역을 제가 배로 하겠다는 각오를 항상 다지고 있습니다”

김명혁목사는 “한경직목사님이 저를 볼 때마다 제 부친이 생각나신다며 제 손을 꼭 잡아주시곤 하셨다”며 “또 서문밖교회를 다니셨던 이승만목사와 숭실대총장을 지낸 김치선박사도 아버님을 회고하며 격려와 용기를 주었다”고 말했다.

신앙의 절개를 지키며 47세란 아까운 나이에 북한 공산당에 의해 순교한 김관주목사는 그를 기억하는 많은 사람들에 의해 아직도 고귀한 인품과 강직한 신앙이 구두로 전해지고 있다.더구나 맏아들인 김명혁목사에 의해 목회유업이 성공적으로 전수되고 있어 이 땅에 뿌려진 순교의 피가 헛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 김무정 moojeong@kukmin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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