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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대형 교회 세습 "내가 키운 내 교회... 후임 목사는 내 아들로"

posted Nov 24, 2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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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복되는 대형 교회 세습

"내가 키운 내 교회... 후임 목사는 내 아들로"

 

명성교회 세습으로 인해 대형 교회 세습 문제가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교회 세습이 사회문제화되자 예장통합 교단은 2013년 세습금지법을 만들었다. 그런데 ‘10만 신도에 1년 예산만 350억원’이라는 교단 내 대표적인 대형 교회가 부자세습을 강행했다. 더구나 세습금지법 통과 뒤 김삼환ㆍ김하나 목사 부자는 이런저런 자리에서 “세습금지는 하나님의 뜻” “세습금지는 시대적, 역사적 소명”이라 공언했다. 이번 세습을 두고 교계는 물론, 교회 밖에서도 비판이 쏟아지는 이유다.

 

 

교계는 대형 교회 세습 문제의 분수령으로 1997년 서울 충현교회 사례를 꼽는다. 충현교회는 김창인 목사 퇴임 뒤 다른 목사 몇 명을 맞이했다가 결국 김창인 목사의 아들 김성관에게 담임목사직을 넘겼다. 그 뒤 부자간 치열한 싸움이 벌어지면서 교회가 분열됐다. 2012년 김창인 목사가 아들에게 교회를 물려준 건 잘못된 일이라고 공개적으로 참회하면서, 교회 바깥엔 부자세습의 나쁜 사례로만 알려져 있다.

 

하지만 교계에서 이 사건을 바라보는 속내는 좀 다르다. 한 목사는 “물러난 뒤에도 김창인 목사가 영향력을 행사하려다 후임 목사들과 갈등을 빚자 결국 아들 목사를 앉힌 것이 충현교회 사건의 핵심”이라면서 “물론 아들 목사가 워낙 사고를 많이 치는 바람에 결국 후회했다고는 하지만, 충현교회 사례를 보면서 ‘잘만 키운다면 후임으로 아들만한 게 없다’는 생각이 널리 퍼졌다”고 말했다. 충현교회의 경우는 교회 세습의 실패사례로 꼽히지만, 실제로는 그 이후 대형 교회들이 매년 지속적으로 세습을 강행하는 계기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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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습을 옹호하는 이들의 논리는 한결 같다. 세습해야 큰 교회가 깨지지 않고 유지될 수 있다는, ‘신앙 공동체의 장기적 안정성’을 내세운다. ‘그래도 부자세습은 아니지 않느냐’는 비판이 이어지면 “왜 남의 교회 일에 왈가왈부하느냐” “밖에서 욕하지 말고 교인으로 등록한 뒤 내부에서 문제 제기하라”고 반박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그런 주장은 개신교의 개교회(個敎會)주의를 악용한 것”이라고 비판한다. 성경은 교회가 공동체의 것이라는 공교회(公敎會) 원칙, 그리고 그 공동체는 혈연공동체가 아니라 하나님 말씀을 중심으로 한 언약(言約)공동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건강한 작은 교회’ 운동을 벌이고 있는 이진오 목사는 “개교회주의란 각 교회가 제 멋대로 하라는 게 아니라 개별 교회이기도 하지만 노회, 총회, 교단을 통해 하나의 거대한 교회를 이루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면서 “제 멋대로 하면 그만이라면 명성교회는 왜 노회에다 세습을 인정받으려 했느냐”고 반문했다. 예장합동에서 목사는 노회가 개별 교회에 파송하는 형식을 취하고, 그래서 김하나 목사는 ‘위임 목사’ 자격으로 명성교회에 간다는 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 목사는 “개신교의 개교회주의는 교황의 폐쇄적이고 억압적인 지배권을 부인하기 위한 것”이라며 “정작 개신교 교회들이 부자세습하고 교회를 브랜드화해서 지교회를 늘려나간다는 건 종교개혁의 세례를 받았다는 목사 스스로가 ‘작은 교황’이 되려 한다는 얘기 밖에 안 된다”고 꼬집었다

 

쏟아지는 비판에도 불구하고 대형 교회에서 세속이 이뤄지는 이유는 무엇일까. 개척교회의 경우 목사와 장로 모두 ‘내가 키운, 내 교회’라는 의식이 강하다. 세습반대 운동을 하는 이들이 가장 많이 전화를 받는 이들은 교회 지도부의 배우자들이다. ‘골방에서 먹고 자면서 온 몸을 다 바쳐 어떻게 일으켜 세운 교회인데’로 시작되는 기나긴 이야기가 통화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교회를 설립한 목사가 떠나면 교회가 무너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이런 인식 밑바탕에 깔려 있기도 하다.

 

목사들의 취업난 문제도 무시할 수 없다. 교계에서 필요로 하는 목사는 10만명인데, 이미 안수를 받은 목사는 30만명 수준이다. 이미 20만명의 잉여 인력이 있어 자리 경쟁은 치열한데 인구는 줄고 있고 젊은 교인은 더 빨리 줄고 있다. 예비목사들도 여전히 쏟아지고 있다. 내 아들 고생길 훤하니 내가 일군 내 교회를 물러주면 어떨까 싶은 유혹이 생길 수 있다.

 

돈과 권력의 그림자도 드리워져 있다는 분석이 있다. 한 목사는 “수도권에서 출석교인 500여명 정도 되는 중형 교회 정도만 안정적으로 운영해도 한해 수입이 꽤 돼고 지역 유지 대접을 받는다”면서 “교인이 수천 명, 수만 명에 이르는 교회의 목사라면 그 교회를 놓고 싶겠느냐”고 반문했다. 은퇴 뒤에도 영향력을 행사하려면 후임 목사의 저항감이 적어야 하는데, 혈육이 제격이란 얘기다. 이 때문에 교회 세습은 엄밀히 말하면 ‘아들의 세습’이 아니라 ‘아버지의 권력연장’이라 봐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개별 교회를 관리감독해야 하는 교단의 총회와 노회에도 책임이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명성교회의 경우 동남노회가 처음엔 세습을 거부하다 결정을 뒤집었고, 총회는 세습 논란이 한창이던 지난 9월 세습금지법이 가혹하니 개정하는 게 어떻느냐는 의견을 슬그머니 내놨다. 대형교회는 노회, 총회에 분담금도 많이 내고, 미자립 교회 지원도 많이 한다.

 

교인들의 미적지근한 반응도 문제다. 목사님에게 무조건 순종하는 교인들도 문제지만, 문제의식을 가진 교인들도 ‘하나님 보러 왔지 목사 보러 왔나’고 자기합리화하거나 ‘친구들이 다 여기 있는데 어떻게 떠나느냐’며 교회 세습 반대에 망설인다. 교인들의 반응이 이러니 세습하려다 역풍을 맞아 교회가 문을 닫은 사례가 없다. 한 목사는 “교인들이 단호하게 돌아서지 않으면 목사가 겁먹을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조태성 기자 amorfat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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