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과 함께 복음 전하며 아이들 미래 열어갈 것

이민 목회 11년 경험으로 ‘현지인’ 선교 나서
급식·신문·찬양 등 다양한 경로로 복음전파

 

지구 반대편 남미의 거대한 대륙국가 아르헨티나. 서른 시간이 넘는 비행 끝에야 땅을 밟을 수 있는 이곳 아르헨티나에서도 한국 선교사들의 ‘파종’은 계속되고 있다. 
 


지난 1998년 목사 안수를 받고 첫 사역지로 아르헨티나를 선택한 이병기·이정선(사진) 선교사 부부는 하나님이 부르시는 곳이면 어디든 달려간다는 마음으로 초청에 응했다. 당시 아르헨티나 한인교회에서 사역자가 필요하다는 연락을 받은 것이다.

목회에 대한 넘치는 열정을 안고 서른 시간 넘게 달려갔지만 막상 현지의 상황은 좋지 않았다. 한인사회의 갈등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교회를 이끌면서 온갖 어려움을 겪었다. 선교사로 파송을 받은 것도 아니어서 의지할 곳도 없었고, 오직 목회자로 기도하며 버텨내는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힘든 11년의 시간이 흐르고, 이병기·이정선 선교사 부부는 ‘사역’을 전환하기로 했다. 목회가 아니라 선교로 방향을 바꾼 것이다. 그들이 선택한 이웃은 빈민가의 인디오 아이들. 교육의 혜택도 받지 못하고 끼니도 해결하기 어려운 아이들을 위해 빈민선교를 시작했다.

기아대책 선교훈련을 위해 최근 한국을 찾은 이정선 선교사는 “빈민촌 아이들에게 교육은 사치스러운 것이었다”며 “밥과 함께 성경학교를 운영하면서 아이들 교육도 책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정선 선교사는 빈민촌 두 곳에서 일주일 간 무료급식을 진행하고 있다.

학교에 못가는 아이들에게는 월요일부터 금요일까지 찾아가고, 주말에 방치되는 아이들을 위해 토요일과 일요일 급식을 따로 마련했다.

급식과 함께 자연스럽게 열리게 된 성경학교에서 아이들은 찬양과 미술, 글자공부 등을 받게 됐다. ‘빵과 복음’이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사역을 펼치는 기아대책은 이병기 선교사 부부의 사역과 잘 맞았다.

이정선 선교사는 이번 훈련을 마치고 돌아가면 현지 아이들과 한국 후원자를 연결하는 결연사업도 담당하게 된다. 아르헨티나 빈곤 어린이들의 상황을 한국에 알릴 수 있어 기아대책과의 사역에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기독교 신문을 발행해 현지 교회의 큰 호응을 얻었다. 한인과 한인교회를 위해 한국어로 된 ‘기독교연합신문’을 발간하고, 아르헨티나 교회에 전하는 현지어 신문 ‘우니다드 크리스티나’도 발간하고 있다. 읽을거리도 없고 신학도 미약한 아르헨티나에서 기독교 신문은 건강한 신학을 알리는 일에 기여하고 있다.

매주 1500부씩 인쇄해 공장과 가게 등 사업장에 전달하고 누구나 신문을 통해 복음을 접하도록 하고 있다. 신문은 사람과 사람의 손을 넘나들면서 ‘열독률’을 높이고 있다.

이정선 선교사는 “여력이 된다면 발행부수를 늘려 현지인들이 쉽게 말씀을 읽도록 하고 싶다”며 “현지 교회 이야기가 아닌 신학적이고 복음적인 내용으로 채워져 있어, 목회자와 평신도, 나아가 일반인들의 호응도 높은 편”이라고 강조했다.

본지와 해외지사 제휴도 맺고 있는 이정선 선교사는 “한국 교회의 소식이 현지 이민자들에게 큰 위로가 되기도 한다”고 말해 건강한 한국 교회의 역량이 해외교회와 디아스포라의 삶에 힘이 되어줄 수 있다는 점을 시사했다. 

  




 찬양사역을 통한 선교도 이병기·이정선 선교사 부부의 강점. 한 번 들은 노래를 바로 따라 부를 정도로 음악을 좋아하는 아르헨티나인들을 위해 한인 목회자 부부들이 목자합창단을 결성해 활동하고 있고, ‘아이네오 중창단’이라는 이름으로 빈민촌을 다니며 찬양사역도 전개하고 있다. 찬양은 남미지역에서는 복음을 전하는 가장 유용한 도구로 통하고 있다. 음악 안에서 하나라는 것을 느끼기에 충분하기 때문이다.

이정선 선교사는 “남편과 CBS합창단에서 만나 청년시절부터 찬양사역을 펼쳐왔다”며 “찬양의 달란트를 아르헨티나에서도 사용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11년 목회로 단련된 이병기·이정선 선교사는 이제 본격적인 선교의 길을 약속했다. 파송교회도 없이 사역하는 것이 힘겹지만 하나님의 인도하심만 따라가겠다고 말했다.

이 선교사는 “방치되고 버려진 아이들에게 복음으로 희망을 주고, 빵으로 생명을 주어 아르헨티나의 미래를 열어 나가겠다”고 다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