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들의 웃기는 문자

 

엄마들의 웃기는 문자()

 

 

 

 

   우리나라 스마트폰 사용자는 4,000만 명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가 2013 1월 현재 3,300만 명이라고 밝힌 바 있는데, 그로부터 벌써 반년이 지났으니 4,000만 명까지 늘어나지 않았을까 싶다. 아마 그 이상일 수도 있겠다.

 

   이 많은 사용자들 중에서 나이든 세대는 스마트폰의 편리함은 알면서도 문자메시지 등의 이용방법을 잘 모른다. 그래서 전화기로만 쓰는 경우가 많다. 마땅히 물어볼 데도 없고, 자식들에게 물어도 자세히 가르쳐주는 경우는 드물다. 부모에게 스마트폰 사용법을 자상하고 친절하게 알려드리는 게 지금 시대의 효도라 할 만하다.

 

   그런데 스마트폰 사용자 5명 중 3명은 청소년이라고 한다. 이 말은 스마트폰을 이용한 각종 의사소통 활동을 청소년들이 주도하고 있다는 뜻이다. 문명의 이기에 어두워 어쩔 줄 모르고 쩔쩔매는 나이든 세대는 스마트폰 문화를 창조하고 향유하고 있는 세대에게 조롱과 놀림의 대상이 되기 쉽다.

 

   인터넷에 떠도는 ‘엄마들의 문자 실수’는 모두 그런 세대가 올려놓은 것이다. 자판을 엉뚱하게 눌러 말도 안 되는 메시지를 보내거나 흔히 쓰는 인터넷 약어의 뜻을 잘못 아는 바람에 폭소를 자아내는 실수를 한 경우들이다.

 

   아들의 신발을 사주러 간 어머니가 “너 시발 사이즈 얼마지?”하고 문자를 보내거나 공교롭게도 여자 친구와 함께 있는 아들에게 저녁 먹었느냐고 묻는다는 게 “저년은 먹었니?” 하는 식이다.

 

   엄마들의 실수는 어느 나라나 마찬가지다. 미국의 한 엄마는 아들에게 큰고모가 돌아가셨다고 알리면서 LOL이라고 써 보냈다. LOL은 본인이 생각하고 있던 ‘Lots of Love’가 아니라 ‘Laughing out Loud’의 준말이다. ‘흑흑흑’인 줄 알고 보낸 문자가 ‘ㅎㅎㅎ’였으니 “엄마, 큰고모 돌아가신 게 왜 웃겨요?”라는 질문을 받고 “Oh my goodness!(세상에나!)” 하고 놀라는 게 당연하다.

 

   또 다른 미국 엄마는 아들에게 IDK, LY, TTYL이 대체 무슨 뜻이냐고 묻는다. 아들이 “잘 모르겠어요, 사랑해요, 나중에 이야기할게요.”라고 대답하자 엄마는 실망했는지 “오케이, 네 누나에게 물어볼게.”라고 말한다.

 

   IDK I don’t know, LY Love you, TTYL Talk to you later라는 뜻이라고 정확하게 알려준 건데, 엄마는 아들이 이런 말을 모른다고 생각한 것이다. 착각이 절묘하다.

 

   하나만 더 이야기할까? 이건 문자 실수가 아니라 건망증 엄마 이야기다. 다음은 쇼핑하러 간 모녀가 주고받은 문자. Mom, where are you?(엄마, 어디 있어?)” “Leaving walmart. Half way home. Why sweetie?(월마트에서 나와 집에 거의 다 왔어. 왜 그러니, 우리 딸?)” “You brought me to walmart with you. -.-(저 버려두고 어딜 가시는 거예요?)” “OH DARN! Be there in a bit(내 정신 좀 봐. 금방 갈게).

 

   새로운 말을 자꾸 만들어 내고 이미 있는 말은 마구 마구 줄여버리는 젊은이들이 이끌어가는 스마트폰 세상에서 부모 세대는 부적응증을 겪을 수밖에 없다. 그들과 어울리거나 의사소통을 하려고 애쓰다 보면 본의 아니게 웃기는 실수를 저지르게 된다. 그런 실수를 하는 사람들은 주로 엄마들이다. 엄마들은 즐거운 이야깃거리를 지속적으로 제공하고 있는 사랑스러운 존재다.

 

   아버지들은 왜 그런 실수를 많이 하지 않을까? 똑똑하고 스마트해서? 천만의, 만만의 말씀이다. 우선 아버지들은 스마트폰을 통해 자녀와 접촉하고 대화하는 일 자체가 엄마보다 훨씬 적다. 문자 메시지를 보내는 데도 형편없이 미숙하고 감 잡는 게 더디고 손도 늦다.

 

   어떤 딸이 “아빠, 내가 제일 좋아하는 빵이 뭐게?” 하고 묻는다. 아빠는 “우리 딸 좋아하는 게 뭘까?” 그러면서 카스테라, 케이크 이런 걸 주워섬긴다. 딸이 “아빵”이라고 여러 번 말해도 못 알아듣는다.

 

   이 문답은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어 비슷하지만 새로운 문답이 많이 퍼졌다. 딸이 좋아하는 빵을 일부러 돼지빵이라고 말한 아빠가 거꾸로 “내가 제일 좋아하는 빵이 뭐어게?”하고 묻는다. 딸이 알아맞히지 못하자 “쭉쭉빵빵.”이라고 한다. 이 대화는 “엄마한테 이를 거야. ㅋㅋㅋ” 이렇게 끝난다.

 

   하지만 이렇게 재치 있고 손도 빠른 아빠들은 많지 않다. 그러니 아빠들이 웃기는 일이 적을 수밖에 없다. 원래 하지 않은 일에는 실수가 없는 법이다. 아들이 전화기를 놓고 간 걸 보고 문자로 “You left your phone at home.”(너 전화기 놓고 갔다.)이라고 알려준, 친절하면서도 멍청한 미국 아빠도 있긴 하지만.**

 

* 이 글은 2013 7 8일 字 인터넷 한국일보 ‘임철순의 즐거운 세상’란에 게재 됐으며 필자와의 협의로 연우포럼에 싣습니다.(포럼장)

 

보낸이: 라 종 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