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십자가 강제 철거 확산…외국 사상 전파 우려
(서울·홍콩=연합뉴스) 조성대 기자 최현석 특파원 = 중국이 서방 가치관 차단에 적극 나선 가운데 중국 내 기독교 교회의 십자가 강제 철거가 확산되고 있다고 미국 자유아시아방송(RFA)이 6일 보도했다.
중국 저장(浙江)성 웨이링(偉玲)현 당국은 지난 2일 철거반과 경찰을 동원해 웨이링 교회 신자 100여명이 지켜보는 가운데 십자가를 강제 철거했다고 RFA는 전했다.
한 신자는 “당국은 십자가를 철거하는 이유를 제대로 밝히지도 않았다”면서 “신자들은 철거에 제대로 항변도 하지 못하면서 눈물만 흘렸다”고 말했다.
1949년 공산당 정권 수립 이전에 세워진 웨이링 교회는 1960년대 문화혁명 기간 폐쇄된데 이어 이번에 십자가가 철거되는 비운을 맞았다.
한편, 저장성 진화(金華)시 교회의 변호를 맡은 변호사들은 최근 현지 당국에 공개 편지를 보내 시내 교회들의 십자가를 강제 철거한데 대해 항의하고 법적 투쟁을 벌일 것이라고 선언했다.
저장성 당국이 십자가 철거를 이어가자 공산당의 허가를 받은 중국기독교 삼자(三自)애국운동위원회(일명 삼자교회) 소속의 항저우(杭州) 충이탕(崇一堂) 교회도 지난 5월 성명을 통해 십자가는 기독교의 상징물이자 신앙의 기호라면서 당국의 조처를 비판했다.
기독교도가 많은 저장성에선 작년부터 적어도 400개 교회의 십자가가 통째로 파괴되거나 부분적으로 훼손됐으며 지난 4월 리수이(麗水)의 교회를 비롯해 저장성내 13개 교회의 십자가가 철거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밖에 리수이시 칭톈(靑田)현 교회 등 역내 수 십개 교회가 십자가를 자진 철거하라는 통보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동방의 예루살렘’으로 불리는 저장성 원저우(溫州)에서는 작년 7월 교회당 십자가 철거를 둘러싸고 기독교 신자들과 경찰 간에 유혈 충돌이 또 빚어져 상당수 신자들이 부상을 당하기도 했다.
저장성 십자가 수난 사태는 시진핑(習近平) 국가 주석의 측근으로 알려진 샤바오룽(夏寶龍) 저장성 서기가 작년 초 역내 순시를 하면서 곳곳에 교회가 들어선 것을 보고 불쾌감을 표시한 데서 촉발됐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 5월 이후 광둥(廣東)성 광저우(廣州)시에서 지하교회인 ‘가정교회’ 4곳이 당국에 의해 폐쇄됐다고 홍콩 명보(明報)가 보도했다.
당국은 폐쇄된 가정교회 중 한 곳인 광푸(廣福)교회 마차오(馬超) 목사가 개인적으로 구입한 부동산도 압류했다. 마 목사는 광저우시 바이윈(白雲)구 종교국 등 관련 부처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당국은 또 기독교 신자가 설립한 교회학교 3곳도 종교를 가르쳤다는 이유로 폐쇄, 학생들이 9월 새 학기에 공부할 곳이 없어졌다고 신문은 덧붙였다.
외국인이 설립한 일부 교회학교가 입주한 건물 주인들도 교회학교에 공간을 제공하지 말라는 압력을 받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학교는 대부분 외국인으로 구성된 학생 60∼200명을 두고 있다.
중국 당국은 최근 경제·사회적으로 급변기를 맞으면서 대중의 종교 활동이 증가하자 서방 사상과 가치관이 널리 전파될 것을 우려해 종교 단속에 나서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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