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대한 교회보다 낮은 곳 보는 교회 될 것”…창립 30주년 맞은 온누리교회 이재훈 목사


 

앞으로 사회적 섬김사역 매진…

 성도가 성도 가르치는 ‘일대일 양육’으로 함께 성장

서울 온누리교회(이재훈 목사)는 지난달 4일 창립 30주년을 맞아 ‘예수바보행전’이라는 비전을 선포했다. 예수님을 바라보고, 예수님의 마음으로 이웃을 보살피며, 세상에 예수님을 바로 보여주자는 뜻이다. 이재훈(47) 목사는 당시 그 어원을 사도행전에서 찾아 설명했다.

“온누리교회가 지향하는 모델은 사도행전적 교회입니다. 사도행전에 나오는 사도들은 자기 성취를 위해 일한 것이 아니라 예수님께 올인한 사람들이었습니다. 현대적 의미로 ‘예수’를 위해 사는 바보 같은 사람들을 뜻하지요. 세상에서 누릴 수 있는 것을 내려놓고 하나님과 이웃을 위해 산다면 불신자들이 바보라고 놀리면서도 존경할 것입니다. 온누리교회는 그렇게 ‘예수바보행전’을 펼칠 것입니다.”

최근 서울 용산구 이촌로 온누리교회 서빙고성전에서 이 목사를 만났다. 지난달 27일로 온누리교회에 부임한 지 만 4년이 된 그는 ‘예수바보행전’ 선포에 대해 “강하고 위대한 교회보다 낮은 곳을 바라보는 겸손한 교회가 되겠다는 다짐”이라며 “앞으로 30년 동안 사회적 선교에 매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온누리교회는 그동안 해외선교를 위해 많은 헌신을 해왔다. 지금부턴 사회적 선교를 그 수준까지 끌어올릴 계획이다. 이 목사는 “장애인을 섬기는 사역에 마음을 품고 있다”며 “특히 지적 장애인을 위한 돌봄 시설, 장애인 음악학교 설립에서부터 청년실업 문제를 다루는 사역까지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온누리교회는 전임 하용조 목사의 별세 후에도 갈등 없이 세대교체를 이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목사는 담임목사 청빙과정에서 마지막까지 경쟁했던 박종길 목사와 협동목회를 하고 있다. 박 목사는 부교역자로 서빙고성전을 맡고 있다. 이들의 협동목회는 마치 여호수아와 갈렙을 연상시킨다.

“온누리교회는 저 혼자의 힘으로 끌어갈 수 없습니다. 하 목사님께서는 개인의 탁월함보다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리더십을 더 중요하게 생각하셨습니다. 평소 자상하시던 하 목사님도 학연 지연 등을 따지며 연합에 방해가 되는 사람은 결코 용납하지 않으셨습니다. 현재 교회에서 20년 이상 사역한 분들이 10명입니다. 하 목사님 시절에 함께했던 분들과 대부분 같이 사역하고 있기에 우리 교회는 흔들림이 없습니다.”

4년 전 이 목사가 하 목사의 후임으로 결정된 것은 한국교회에 신선한 충격이었다. 온누리교회는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교단에 속해 있었으나 이 목사는 예장합신 출신이었기 때문이다. 이 목사는 “이런 문제를 지적하는 부정적인 말 한마디 들은 적이 없다”며 교회가 이처럼 성숙한 모습을 보이는 비결로 ‘일대일 양육’을 꼽았다.

“담임목사 한 사람에게 의존하지 않고 성도가 성도를 가르치고 돌보는 것이 ‘일대일 사역’입니다. 이런 양육 과정에서 인격과 인격의 만남이 이뤄집니다. 성도들의 믿음이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것이지요.”

현재 온누리교회에는 일대일 양육을 할 수 있는 성도만 2만명이 넘는다. 교회에 정식 등록하기 위해선 일대일 양육 과정을 필수로 거쳐야 한다. 일대일 양육은 청년세대를 교회에 안정적으로 정착시키는 데도 효과적이다. 서로에게 관심을 갖고 돌보는 일이 청년실업 등으로 힘겨워하는 젊은이들에게 격려와 위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목사는 이런 관심에 더해 청년들에게 성령의 은혜를 전하자고 한국교회 청년사역자들에게 조언했다. 온누리교회가 매주 화요일 ‘화요성령집회’를 갖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이 집회는 다른 교회 청년들도 많이 찾아올 정도로 열기가 뜨겁다. 이 목사는 청년·다음세대 부흥과 관련해 “어른들이 편한 교회 구조를 만들면 젊은이들이 불편해한다”며 “청년들에게 익숙한 문화 공간을 만들어줘야 한다. 청년이 실패를 겪더라도 스스로 찾아올 수 있도록 교회에 그들의 장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아영기자 cello08@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