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AP뉴시스
20세기 최고의 복음전도자
빌리 그레이엄 목사 향년 99세로 타계
美 역대 대통령들의 영적 멘토
1973년 서울서 110만명 부흥회
20세기를 대표하는 목회자이자 복음전도자인 빌리 그레이엄(사진) 목사가 21일 99세로 타계했다.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 위대한 목회자의 퇴장이다.
CNN방송 등 외신들에 따르면 그레이엄 목사의 대변인은 그레이엄 목사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시골마을 몬트리트의 자택에서 이날 숨을 거뒀다고 밝혔다.
그레이엄 목사는 1918년 11월 7일 노스캐롤라이나주 샬럿에서 태어났다. 40년 플로리다 성경대학을 졸업하고 남침례회에서 목사안수를 받았다. 43년 일리노이주 휘튼대학을 졸업한 후 웨스턴스프링스 제일침례교회 목사로 시무하면서 사역자의 길에 들어섰다. 국제십대선교회(YFC)에 참가하면서 전도활동을 시작했다.
47년 그가 인도한 첫 군중집회인 로스앤젤레스 전도대회를 통해 미국 전역에 알려졌다. 54년 영국 런던 전도대회를 성황리에 치르면서 세계적인 부흥사가 됐다. 50년 창설한 빌리 그레이엄 전도협회를 통해 수많은 전도대회를 후원했고 영화와 라디오, 텔레비전 전도 프로그램으로 복음전도에 힘썼다. 빌리 그레이엄 전도대회 참석자는 전 세계에서 2억명을 넘었다.
그레이엄 목사는 복음주의 신앙의 근본 요소인 성경의 권위에 초점을 맞췄고, 그리스도에 대한 신앙과 헌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또 복음전파의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여러 교파들과 연합을 시도했다. 이 시도는 74년 150여개국 복음주의 목회자, 신학자, 선교사, 평신도 2700명이 스위스 로잔에 모인 로잔대회로 결실을 맺었다. 이때 하나님 말씀에 충실한 복음전도와 구원, 회심, 대사회적 책임에 대한 성경적 견해를 고수하자는 로잔언약이 발표됐다.
미국 복음주의 운동의 중심 인물인 그레이엄 목사는 한국교회 부흥에도 큰 영향을 미쳤다. 73년 한국 개신교는 분열을 딛고 연합해 대규모 복음주의 집회인 ‘빌리 그레이엄 전도대회’를 개최했다. 서울 여의도광장에서 5일 동안 110만명의 인파가 모인 이 전도대회는 한국 개신교 대부흥의 결정적인 사건이자 한국 교회사를 바꾼 한 장면으로 기록됐다.
그레이엄 목사는 80년 8월에도 방한해 복음화 집회를 가졌다. 94년 1월에는 북한에서 선교집회를 열었다. 그는 드와이트 아이젠하워 대통령 이후 모든 미국 대통령의 영적 멘토로 활동했다.
한평생 외길을 걸어온 그는 예수님이 “너희는 온 천하에 다니며 복음을 전파하라”(막 16:15)는 말씀을 문자적으로 실천한 이 시대 최고의 복음 전도자로 평가받는다. 그는 생전에 “내 일생의 유일한 목표는 사람들이 예수 그리스도를 앎으로써만 가능한, 하나님과의 인격적인 관계를 발견하도록 돕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2005년 설교자의 자리에서 공식적으로 은퇴했다. 2013년 11월 95번째 생일 축하연에 마지막으로 모습을 드러낸 이후 주로 자택에서 요양하며 지냈다.
천지우 백상현 기자 mogul@kmib.co.kr / 국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