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四旬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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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순절

 

지금은 사순절(四旬節)기간입니다. '순(旬)'이 열흘을 뜻한다는 것은 아시지요? 그래서 '3월 하순'은 3월 20일부터 열흘간을 가리키는 것이지요.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적 신문인 한성순보(漢城旬報)라는 신문은 열흘마다 발간했기 때문에 '순보'라고 이름붙였던 것입니다. 그러니까 사순절은 40이라는 의미가 들어있겠지요?

 

  

 

   사순절은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부활절에서 거슬러 올라가 여섯번의 주일을 제외한 40일 동안의 기간을 가리킵니다. 아침묵상에서도 말씀드렸듯이, 성경에서 40이라는 숫자는 여러가지 의미를 가지고 있습니다. 노아 홍수도 40주야로 내렸고, 출애굽한 이스라엘도 40년간 광야에서 방황했으며, 이스라엘의 정탐꾼들이 가나안 땅을 정탐한 기간도 40일, 모세가 시내산에서 십계명과 율법을 받으며 지낸 기간도 40일, 사울과 다윗과 솔로몬이 이스라엘을 다스린 기간도 각각 40년, 엘리야가 호렙산까지 간 기간도 40일, 예수님께서 금식하신 기간도 40일입니다. 신기하지요?

 

 

 

   사실 사순절은 성경에는 나오지 않는 절기입니다. 초대교회에서는 정확하게 40일이 아니라 부활절 직전 2-3일 정도를 금식하면서 예수님의 십자가 고난을 묵상했다고 하네요. 그러다가 4세기 즈음부터 부활절에 세례를 받는 사람들이 세례를 준비하면서 예수님의 모범을 따라 40일을 금식하면서 준비하게 되어 40일의 기간으로 늘어났고 325년에 열린 니케아 공의회에서 40일로 확정되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사순절을 지키는 기간도 교회마다 차이가 나기 시작했습니다. 동방교회(그리스 정교)는 600년 경부터 7주간을 지켰는데 토요일과 주일을 제외하고 부활절은 넣어서 36일을 지켰고 (지금도 그리스에서는 7주전 주일에는 축제를 열고 월요일부터 부활절까지는 고기와 유제품을 먹지 않는다고 합니다.) , 서방교회(로마 카톨릭)는 6주간을 지켰는데 주일을 제외하고 36일을 지켰다고 합니다. 그러다가 그레고리 1세 때 주일은 세지 않고 40일을 거슬러 올라가서 수요일부터 시작하게 되었다고 하네요. 이 시스템이 지금 개신교에도 넘어온 것입니다.

 

 

 

   부활절은 언제나 주일이니까 (부활절 날짜의 변동이유에 대해서는 목사님 궁금해요 1번을 참고하세요^^) 사순절이 시작되는 날은 언제나 수요일이 됩니다. 그 날을 '재의 수요일(Ash Wednesday)'이라고 하는데요, 회개로 시작하는 날이지요. 고대 이스라엘에서 회개할 때 머리에 재를 뿌렸잖아요? 그것을 이어받은 것 같습니다. 또한 사순절이 세례지원자들의 준비기간으로 활용되었으니, 첫날을 회개로 시작하는 것이 마땅하겠지요. 지금도 천주교에서는 이날 나뭇가지를 태운 재를 머리에 뿌린다고 하더군요. 우리들은..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구요.

 

 

 

   사순절 기간은 원래 금식 또는 절식의 기간이었습니다. 원칙적으로 하루에 저녁 한 끼만 먹으며 채소와 생선만 허용되었다고 하네요. 그러던 것이 점점 완화되고 지금은 경건훈련으로 대체되고 있지요. 많은 교회에서 특별 새벽기도회, 성경 통독, 성경 필사 등의 활동을 하면서 예수님을 더욱 묵상하고자 애쓰고 있습니다.

 

   어떤 분들은 이런 절기가 성경에 있는 것도 아니고 주로 천주교에서 지키는 것들인데 왜 굳이 우리가 따라하느냐고 질문하시기도 하던데요, 한편으로는 맞는 말씀이기도 하지만 이런 날들을 통해서 예수님을 더욱 기억하는 계기로 삼으려는 노력의 차원이라고 생각하면 굳이 거부할 필요는 없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이 기간동안 우리는 어떤 것을 할 수 있을까요? 아침 금식이나 오락 금지와 같이 '어떤 것을 하지 않는 것'을 실행할 수도 있겠고, 성경 통독이나 새벽 기도와 같이 '어떤 것을 하는 것'을 실행할 수도 있겠습니다. 제 개인적인 경험을 말씀드리면 아침 금식을 해 본 적도 있고, 커피 금식을 시도해 본 적이 있습니다. (이건 실패했습니다. 40일이 너무 길더라구요. ㅜㅜ) 그리고 어떤 때는 성경 1독을 하기도 하고, 신앙 고전을 집중적으로 읽기도 했지요. 각자 상황에 맞게 창의적으로 방법을 찾으면 좋겠습니다.

 

 

 

   역시 중요한 것은 마음이겠지요? 솔직히 지금이 딱 겨울이 가고 꽃이 피는 봄이 오는 시기이기 때문에 사순절이라고 하면서 40일 동안 기쁜 찬양도 부르지 않고 예수님의 고난만을 묵상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어렵더라구요) 꼭 그렇게까지 하는 것이 하나님을 기쁘시게 하는 것일까하는 생각도 들고요. 다만, 이런 절기를 맞이해서 마음을 다시 여미고 영적 훈련에 조금 더 힘쓰는 것, 실패(?)하더라도 다시 무언가를 시도하는 것, 분주한 일상 가운데서 잠시 멈추고 하나님을 생각하려고 애쓰는 것… 이런 것들은 하나님을 기쁘시게 할 것입니다. 개인의 영적성장에도 도움이 되구요. 사실 애쓰지 않으면 '안하는 것'이 습관이 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