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다 남은 막대기처럼 지쳤지만 北 선교 못 놓아”
‘통일전문가 연합네트워크’로
北서 석방 후 활동 재개하는 임현수 목사
북한에 31개월간 억류됐다 풀려난 한국계 캐나다인 임현수(63·캐나다 토론토 큰빛교회 원로)목사는 눈을 감고 감회에 젖었다. 하루 8시간 강제노동을 한 북한 감옥에서의 삶에 회한이 밀려드는 듯 했다.
그렇게 혹독하게 고생하고도 북한구호 및 선교의 끈을 놓지 않는 그를 17일 서울 마포구 베스트웨스턴프리미어 서울가든호텔에서 열린 ‘통일전문가 연합네트워크 첫 출발모임’에서 만났다.
“이제 통일 전문가들과 함께 적극 나설 생각입니다. 저는 많이 지쳐 타다 남은 막대기 같은 사람이 됐습니다. 하지만 조국의 평화통일만은 꼭 이루어야겠기에 이렇게 다시 나왔습니다. 북한은 우리 동족입니다. 절대 무관심해선 안 됩니다.”
그가 주축이 된 이 모임에는 정성진 고명진 유관지 박종근 천기원 박상원 목사, 주도홍 이정훈 신창민 교수, 변수연 홀리원코리아 교육지원센터 대표, 박대현 모두함께 대표 등 내로라하는 통일전문가와 목회자들이 함께 하고 있다.
이 모임은 2014년 5월 임 목사가 평화통일을 준비할 컨트롤타워 구축을 제안한 것이 계기가 됐다. 임 목사는 미주와 유럽, 한국 등을 오가며 통일전문가들과 접촉했다. 하지만 그가 2015년 1월 북한에 억류되며 중단됐다. 지난해 8월 석방되고 캐나다 토론토에서 구체적인 모임을 발의했고 이날 첫 모임을 갖게 된 것이다.
이 모임은 다양한 평화통일 운동을 전개할 예정이다. 통일연합 세미나 및 통일음악회를 연다. 전 세계 교회를 돌며 평화통일 헌신예배를 드린다. 올 하반기에 유럽선교 포럼, 종교개혁 발상지 4개국 비전 트립, 8·15 광복기념 워싱턴집회 등도 예정돼 있다.
임 목사는 남북 정상회담과 북·미 정상회담이 한반도 통일을 앞당길 하나님이 주신 특별한 기회라고 했다. 북한 돕기 운동의 당위성과 타당성을 설명했다.
그는 “그동안 한국교회 통일모임은 간혹 있었는데 전문 분야간 네트워크는 미미했다”며 “통일모임을 할 때 돈과 감투 쓰는 것을 좋아한다. 그것이 문제”라고 안타까워했다.
“봉사하는 마음으로 통일운동을 해야 합니다. 십자가만 자랑하고 예수 그리스도만이 통일운동의 주인공이 돼야합니다.”
그는 “석방 한 달 전에 하나님이 구체적인 통일비전을 주셨다”며 “1300쪽에 달하는 통일 아이디어를 적어놓았다. 그런데 다 빼앗기고 나왔다. 유엔을 통해 그 서류를 받아내려 한다. 하지만 없어도 괜찮다. 머리 속에 있으니 하나하나 꺼내 놓으면 된다”고 했다.
임 목사는 18년간 북한을 150번 방문하면서 좋은 일을 많이 했다고 털어놨다. 주일예배를 마치면 밤 비행기를 타고 북한으로 향했고 토요일 오후에 도착하는 일정이 계속됐다. 임 목사가 어딜 가는지 모르는 교인들도 많았다.
후원자들과 함께 북한고아 1만여명을 먹이고 입혔다. 양로원 8개를 건축해 노인을 돌봤다. 수백만 달러 배를 구입해 수산물을 잡을 수 있게 도왔고 2000명이 들어갈 수 있는 목욕탕도 지어줬다. 돈으로 환산하면 약 5000만 달러(500억여원)가 넘는다.
어떻게 그렇게 자유롭게 북한을 다닐 수 있었느냐고 묻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스위스 유학을 할 때 동행한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이 우리교회 북한 구호사역을 소개하면서 무비자 혜택을 받았고 북한의 207개 군을 모두 돌아볼 수 있었다”고 했다.
임 목사는 “그렇게 신실하게 도왔는데 결과는 종신형이었다. 북한의 최고 존엄을 모독했다는 게 죄목이었다. 하지만 저는 김일성과 김정일의 시신이 보관된 금수산, 북한 실정 등을 설교 메시지로 전했을 뿐”이라고 했다.
억류 6개월째인 2015년 7월 30일 자신이 반역죄를 저질렀다고 기자회견에서 말한 것에 대해 “100% 써 준대로 읽었다. 그런데 그때 그들이 김일성을 신이라고 말한 적 없다. 김정일도 신이 아닌 인간이라고 확인해 주었다. 그래서 내가 ‘그렇다면 두 사람을 신이라고 말한 것은 잘못했다’고 말한 것이다. 신앙의 정조를 지켰다”고 했다.
심문하던 노동당 당원이 두 번이나 울었던 일화도 소개했다. 자신이 믿고 따르는 수령을 어떻게 그렇게 모독할 수 있느냐며 ‘펑펑’ 울었던 것. 임 목사는 “북한이 이제 우리와는 많이 다르구나 느꼈다. 평화통일이 되려면 북한주민의 생각부터 바뀌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유영대 기자 ydy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