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지, 전국 교회 앞에서 동시다발 시위 여성인권단체로 위장해 곳곳서 집회 “교주 사후 대비해 내부 결속 나선 듯”

신천지, 전국 교회 앞에서 동시다발 시위

여성인권단체로 위장해 곳곳서 집회

“교주 사후 대비해 내부 결속 나선 듯”



 

201812030000_23110924041609_1.jpg

신천지 유관 단체인 ‘세계여성인권위원회’가 2일 서울 강남구 광림교회 앞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이들은 한국교회를 공격하며 한기총 탈퇴를 권유하는 등 기존 주장을 되풀이했다. 광림교회 제공

 

신천지예수교증거장막성전(교주 이만희)이 한국교회를 공격하는 집회를 서울 인천 광주 경기도 강원도 등의 주요 교회와 기관 앞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열었다. 한국교회 성도들을 미혹해 신천지로 유인하고 내부 신도들의 동요를 다잡기 위한 용도로 풀이된다. 교주를 신으로 받들며 시한부종말론으로 가정파탄을 초래하는 사이비집단 신천지가 대낮에 정통교회를 공격하는 세태를 더 이상 좌시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이 많다.

 

신천지의 위장 여성인권단체 세계여성인권위원회는 2일 서울 시내 9곳에서 동시에 집회를 개최한 뒤 행진했다. 이들이 경찰에 신고한 집회 참석자 수는 5200여명이다. 신천지는 주요 교회 외에도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가 위치한 종로구 한국기독교연합회관 앞에서도 집회를 열었다.

 

이날 오전 서울 서대문구 창천교회(구자경 목사) 앞에는 긴장감이 감돌았다. 세계여성인권위 소속이라는 여성들은 ‘한국 목사 각성해라’ ‘정치에 관여하는 한기총 웬 말이냐’ 등의 팻말을 들었다. 이 단체 위원장이라고 밝힌 이는 “교회들이 한기총에서 탈퇴하도록 촉구하는 캠페인을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한국교회 연합기관을 공격하며 탈퇴를 권유하는 것은 신천지의 포교전략 중 하나다. 

 

교회는 정문에 ‘신천지를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교회 앞에서 시위하는 이들은 이만희의 영생불사를 믿는 종교사기집단 신천지 신도입니다’ 등의 현수막을 내걸었다. 정문과 기둥 곳곳에는 CCTV 촬영 사실과 신천지 신도의 출입금지를 알리는 문구도 부착했다. 교회 관계자는 “경찰서에서 신천지 관련 단체의 시위가 예정돼 있다고 알려왔다”며 “불상사를 막기 위해 신체접촉 및 말싸움을 하지 말 것을 당부하는 메시지를 성도들에게 보냈다”고 말했다.

 

교회 성도들은 실제 시위 규모는 신고 내용보다 적었다고 전했다. 주차봉사를 하던 한 성도는 “500여명이 온다고 신고했던데 실제 규모는 70명을 넘지 않아 보였다”고 밝혔다. 다른 성도는 “이만희 개인을 신격화하며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는 신천지가 무슨 할 말이 있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신천지는 강남구 광림교회(김정석 목사) 앞에서도 600여명이 집회를 열었다. 이 교회 관계자는 “경찰 150여명이 집회를 통제했다”며 “시위가 끝난 후에는 신도 4~5명이 교회 앞에서 한기총 탈퇴를 권유하고 강제개종을 규탄한다는 전단을 돌렸다”고 밝혔다. 영등포구 여의도침례교회와 서초구 소망교회 앞에서도 신천지 집회가 열렸다.

 

신천지는 경기도 의정부와 용인을 포함해 인천과 광주에서도 집회를 가진 것으로 확인됐다. 경기도 한 교회 관계자는 “시위를 한다는 사실을 오늘 아침에야 알았다”며 “이미 예배가 시작돼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광주 서구 광주CBS 방송국 앞에는 경찰 추산 500명이 집회를 개최했다.

 

박형택 한국기독교이단상담연구소장은 “신천지가 교주 이만희 사후 내세울 메시지 구축에 힘쓰기 위해 전국적으로 움직인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교회를 공격함으로써 신도들을 결집시키려는 의도가 숨어있다”고 말했다. 홍연호 전국신천지피해자연대 대표는 “교단 혹은 교회들이 신천지 집회나 행사에 대처하기 위한 공통의 매뉴얼을 마련해야 한다”며 “교회 입구를 사람이나 차로 막는 것은 예배방해 행위로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공지하고 이를 녹화하거나 현수막으로 거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황윤태 기자 truly@kmib.co.kr/국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