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님의 배 (Jesus Boat)

예수님의 배 (Jesus Boat) 
복음서에는 갈릴리 호수를 배경으로 특히 배에 관한 내용들이 많이 기록되어 있다. 베드로, 안드레, 야고보, 요한은 갈릴리 호수에 배를 띄우고 그물을 내려 고기를 잡던 어부였다. 예수님의 부름을 받은 이들은 배와 그물을 버리고 예수님의 제자가 되었다 (마 4:18-22). 어느 날 예수님은 게네사렛 호숫가에 두 배가 있는 것을 보셨다. 예수님은 한 배에 오르셨는데 그 배는 베드로의 배였다. 배에 앉으신 예수님은 백성들을 가르치신 후에 베드로에게 “깊은 곳으로 가서 그물을 내려 고기를 잡으라” 하셨다 (눅 5:1-11). 배에서 주무시던 예수님은 큰 풍랑으로 두려움에 떨던 제자들을 꾸짖으시고 바람과 풍랑을 잔잔케 하셨으며 (마 8:23), 바람에 거슬려 배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할 때에 예수님은 물 위를 걸어 제자들이 타고 있던 배에 오르기도 하셨다 (마 14:22). 

 

 

 

이렇듯 갈릴리 호수에 운행되었던 배들의 실체에 대해 고고학자들은 궁금했지만, 1세기 당시 배의 존재에 대해 고고학적인 증거가 발견된 적은 없었다. 그러나 1986년 1월, 15명 정도 탈 수 있는 크기의, 예수님 당시의 배가 발견된 것은 복음서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된다. 

1983년부터 이스라엘은 계속되는 가뭄으로 몸살을 앓고 있었다. 4년 간 지속된 흉년으로 이스라엘의 최대 담수호인 갈릴리 호수의 수위는 눈에 띄게 낮아졌다. 이미 많은 지점에서 호수의 바닥이 드러나고 있었다. 디베랴의 북서쪽, 성경의 막달라 마을에 위치한 키부츠 기노사르 (Kibbutz Ginnosar) 근처 해변도 물이 현저히 줄었다. 1986년 1월 24일이다. 기노사르 키부츠에 사는 모세 루판과 유발 루판 형제 (Moshe and Yuval Lufan)는 가뭄으로 호수 바닥이 드러난 해변을 거닐며 로마 시대의 동전 몇 개와 깨진 토기 조각을 주웠다. 그리고 또 다른 유물을 주울 생각으로 주변을 거닐던 이들의 눈에 갯벌에 튀어나온 한 물체가 띄었다. 
 
뱃머리 같기도 한 이 물체는 진흙과 물 속에 오래 잠겼던 때문에, 젖은 골판지처럼 흐물흐물해져 있었다. 루판 형제는 직감적으로 이것이 고대의 유물임을 판단하여 곧 이스라엘 고고학 협회에 알렸다. 그래서 고고학자들이 즉시 현장에 도착하였다. 그리고 발견된 유물과 그 근처를 조사하였다. 이 과정에서 고고학자들은 로마 시대의 동전, 등잔, 요리할 때 사용하는 토기, 깨진 토기 조각들을 발견하였다. 그러는 중에 고고학자들은 뱃머리처럼 생긴 이 유물을 발굴할 가치가 있는지에 대해 고대 배 전문가인 쉘리 박스만 (Shelley Wachsman)에게 조사를 의뢰하였다. 그래서 쉘리 박스만은 뱃머리의 나무 토막을 잇는 방식을 주의 깊게 살폈다. 그랬더니 발견된 뱃머리는 못을 사용하지 않고 나무들을 서로 연결할 때, 한쪽은 튀어나오고 다른 한쪽은 끼우는 모르티스 테논 연결 (mortise-tenon joint) 방식으로 건조되었음을 알게 되었다.(1 모르티스 테논 방식으로 건조된 가장 오래된 배는 이집트 Khufu ship으로 주전 2500년 전에 건조되었다. )

 

 

이런 모르티스 테논 연결 방식은 주전 2천 5백년 전부터 주후 7세기까지 사용된 선박 제조 기술로써 박스만 박사는 발견된 뱃머리가 적어도 1300년 이전에 건조되었음을 알았다. 박스만 박사의 조언에 따라 고고학자들은 이 고대의 배를 발굴하기로 결정하였다. 곧 이어 배에 사용된 백향목과 참나무에 대한 탄소 연대를 측정한 결과 이 배는 주전 120년에서 주후 40년에 사용되었음이 확인되었다. 

 

 
학자들은 오랜 가뭄 끝에 비가 내리기 시작하는 상황에서 밤낮없이 발굴에 전념하였다. 둑을 만들어 물이 고대 유물에 더 이상 침범하지 못하게 하는 등, 발굴에 임한 지 11일 만인 1986년 2월 26일 배의 전체 모습이 드러났다. 학자들은 이 과정에서 배 안에서 17개의 토기 흔적과 완전한 형태의 등잔, 여러 종류의 크고 작은 토기 조각들을 발굴하였다. 배에서 발견된 유물들은 갈릴리의 여러 지역에서 발견된 주전 1세기 후반에서 주후 1세기 중반에 속한 같은 종류의 것들이다. 

전체 모습이 드러난 이 고대의 배는 오랫동안 물과 진흙 속에 묻혀 있었기에 쉽게 부서질 위험에 있었다. 학자들은 이 고대의 배를 발굴했지만, 이제 막 내리기 시작한 비와 또 이 유물을 안전한 장소로 운반하는 문제에 직면했다. 그래서 고고학자들은 폴리우레탄과 유리 섬유로 고대의 유물을 단단히 감쌌다. 그리고 쏟아지는 비로 수위가 높아진 갈릴리 호수에 이 고대의 배를 다시 띄어 약 1500미터 떨어진 키부츠까지 안전하게 운반하였다. 이 배의 전체 크기는 길이 8.2미터, 폭 2.3미터이다. 돛대를 사용했으며, 4 명의 사공이 노를 저었고, 약 15명이 탈 수 있는 크기의 배이다. 
 
키부츠 기노사르의 격리된 장소로 운반된 고대의 배는 10년 이상 특수 화학 약품 처리를 거쳐 지금은 이갈 알론 박물관 (Yigal Allon Museum)에 전시되어 있다. 
 
유대 역사가인 요세푸스는 주후 67년 로마 군에 저항하는 갈릴리 사람들이 막달라 항구에서 치열한 전투를 벌였다고 기록하고 있다.전세가 불리했던 막달라 주민들은 배를 타고 호수 가운데로 도망갔고 로마 군은 대형 뗏목을 이용하여 이들을 추격, 전멸시켰다. 이 전투에서 약 6700명이 전사했고, 갈릴리 호수는 온통 핏빛으로 물들었다고 요세푸스는 기록한다.고고학자들은 발견된 배를 당시 전투 중에 침몰된 배 가운데 한 척으로 생각한다.
 
이 배는 주후 1세기 갈릴리 호수에 실재로 운행되었던 배이다. 우리는 복음서에서 예수님께서 12명의 제자들과 함께 이런 종류의 배를 타고 갈릴리 호수를 건너셨음을 알 수 있다 (마 8:18, 23-27, 9:1, 14:13- 14, 22-32, 15:39, 16:5; 막 4:35-41, 5:18, 21, 6:32-34, 45-51, 8:9-10, 13-14; 눅 6:1, 8:22-25, 37, 40; 요 6:16-21). 갈릴리 호수의 전체 둘레는 약 60㎞에 이른다. 이렇게 넓은 호수를 이동할 때, 사람들은 이 같은 배를 이용하였으며, 또 어업 활동도 하였다.
 
사람들은 이 배를 가리켜 예수님의 배 (Jesus’ Boat)라 부른다. 

 

 
이주섭 목사 /     이주섭 목사예루살렘 대학과 히브리대학에서 성서적 지리와 배경,문화를 10여년간 연구,성경말씀 이해에 움을 주는 일을 해 오고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