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속 식물 ‘로뎀나무’ 지친 이에게 그늘과 쉼, 불의한 자에겐 징계의 숯불

성경 속 식물 ‘로뎀나무’

 지친 이에게 그늘과 쉼, 불의한 자에겐 징계의 숯불



귀스타브 도레의 ‘엘리야에게 빵과 물을 주는 천사’



엘리야는 분노와 절망, 영적인 피로로 탈진했다. 그는 ‘지금 내 생명을 거둬 달라’고 탄원했지만 하나님은 그에게 천사를 보내어 떡과 물로 원기를 회복시키고 호렙산으로 불러 다시금 사명을 주셨다.



“로뎀나무 아래에 누워 자더니 천사가 그를 어루만지며 그에게 이르되 일어나서 먹으라 하는지라 본즉 머리맡에 숯불에 구운 떡과 한 병 물이 있더라 이에 먹고 마시고 다시 누웠더니 여호와의 천사가 또다시 와서 어루만지며 이르되 일어나 먹으라 네가 갈 길을 다 가지 못할까 하노라 하는지라.”(왕상 19:5~7)





엘리야는 다시 일어났다. 우리는 하나님이 나를 바라보는 시선을 느낄 줄 알아야 한다. 하나님의 눈으로 자신을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지금 미래에 대한 불안과 탈진으로 엘리야와 같은 기도를 하고 있다면 “하나님, 제가 무엇을 하길 원하십니까”라고 묻고 기다려야 한다. 기다리는 그 행위는 다른 어떤 영적 훈련보다도 하나님의 음성을 더 잘 들을 수 있게 해준다. 결국 하나님은 우리가 손가락 하나 까딱할 수 없는 상황 가운데서도 우리 삶 속에서 자기 뜻을 완벽하게 이루신다. 하나님은 고난과 절망으로 깨어져 어두워진 마음의 틈새에 빛으로 스며드신다. 아무리 절망 속에 있다 할지라도, 아무리 스스로 시궁창으로 들어간다 할지라도 하나님은 다가가 떡과 물로 위로하시며, 다시 사명을 주실 것이다.



멸망의 빗자루



사막의 그늘을 제공하는 로뎀나무의 뿌리는 광야 생활을 하는 사람들에게 유용한 땔감으로 사용됐다. 현대의 광야에 사는 베두인들은 로뎀나무로 숯을 만든다. “광야 날씨는 일교차가 극심하다. 낮에는 태양 때문에 숨쉬기조차 어렵고 밤에는 반대로 추위로 고생해야 하는 곳이 바로 광야다. 수천 년 동안 광야에서 지내 온 베두인들이 광야의 추운 밤을 보내는 노하우는 바로 로뎀나무 숯불에 있다. 로뎀나무 숯불 위에 5~10센티 정도의 흙을 얹으면 베두인식 맥반석 찜질 침대가 된다. 그 위에 잠을 자면 따뜻한 광야의 밤을 보낼 수 있는 것이다.” (류모세의 ‘열린다성경 식물이야기’ 중에서)

 

마크 샤갈의 ‘엘리야를 깨우는 천사’.



이런 특징을 배경으로 로뎀나무 숯불을 징계로 표현하기도 한다. 로뎀나무 숯불이 오래 타기 때문에 속이는 혀를 로뎀나무 숯불처럼 오래간다고 비유했다. “너 속이는 혀여 무엇을 네게 주며 무엇을 네게 더할꼬 장사의 날카로운 화살과 로뎀 나무 숯불이리로다.”(시 120 : 3~4)



“내가 또 그것이 고슴도치의 굴혈과 물 웅덩이가 되게 하고 또 멸망의 빗자루로 청소하리라 나 만군의 여호와의 말이니라 하시니라”(사 14:23)에서 ‘멸망의 빗자루’는 원어상 ‘멸망의 로뎀나무’(the broom of destruction)인데 이는 불의한 자들을 철저히 멸하시는 하나님의 불붙는 듯한 진노를 의미한다.



사막의 열기와 모래바람을 피하게 해주는 로뎀나무. 광야 같은 인생길 어느 길목에서 우리에게 쉼과 안식을 주려고 기다리는 주님의 손길이 머무는 나무로 기억하고 싶다.



이지현 뉴콘텐츠부장 겸 논설위원 jeehl@kmib.co.kr / 국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