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량리역 밥퍼나눔운동본부에서 사역하는 꾸샬 조셉 아트레야
‘밥퍼’주는 네팔 출신 목사 “전 외국인 아닌 그리스도인입니다”
하루 1000명분 점심 도시락을 위해 오전 7시부터 네팔인 목사가 한국인 스태프들과 함께 쌀을 씻고 밥을 짓는다. 줄을 선 노인들이 이따금 “어, 외국인이네”라고 물으면, “저 외국인 아니요, 그리스도인이요”라고 답한다. 다일공동체가 운영하는 청량리역 인근 밥퍼나눔운동본부에서 지난달부터 실장으로 섬기고 있는 꾸샬 조셉 아트레야(40·Kushal Joseph Attreya) 목사를 최근 만났다.
“밥퍼 안엔 다른 세상이요. 한국은 잘 사는 나라인 줄 알았고 네팔처럼 굶는 이들이 없을 줄 알았는데 아니죠. 오히려 이 안에선 네팔 사람, 외국인 이런 거 안 느껴져요. 예수님의 오병이어 기적이 매일 느껴지니까요. 삶으로 예배하는 일 같아요.”
오뚝한 콧날에 짙은 눈썹, 갈색 눈동자의 꾸샬 목사는 네팔의 당(Dang) 지역이 고향이다. 인도 국경과 인접해 힌두교가 강세인 이곳에서 꾸샬 목사는 카스트 제도의 꼭대기 ‘브라만 중의 브라만’ 계급으로 태어났다고 했다. 할아버지는 힌두교 사제로 산스크리트어를 통해 힌두교 경전을 해석하는 일을 했다. 어릴 때부터 이웃의 절을 받고 자란 그는 ‘우리는 이미 신이다’란 교육을 받았다고 했다.
“고교 때부터 ‘우리는 신이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나는 누구인가, 신은 어디에 있나, 할아버지가 신을 만들어낸 것 아닌가, 이런 생각을 했죠. 이런 내용을 지역 신문에 기고했는데 집안에서 소동이 일었어요. 2008년 연세대에 먼저 유학을 와 있던 형님을 따라 한국에 입국했어요. 그리고 성경을 공부하게 됐죠.”
경기도 구리에서 한국인 선교사를 따라간 교회에서 꾸샬 목사는 충격을 받았다고 했다. 한국인 성도들이 생면부지 가본 적도 없는 네팔 등 제3세계의 사람들을 위해 눈물을 흘리며 진심으로 기도하는 모습에 감동을 받았다. 꾸샬 목사는 “그 이전, 저는 한 번도 남을 위해 눈물을 흘리며 엎드려본 적이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성경을 읽으며 ‘우리는 신이 아니다, 죄인이다’라는 걸 깨달았다”고 했다. 이어 주위 권사님과 목사님의 권유와 후원으로 한국성서대학 목회학석사 과정 진학을 결심한다.
“당시 ‘가나다라’도 잘 몰랐어요. 카트만두의 대학에선 경제학을 전공해 신학도 몰랐고요. 교회 다닌 기간도 짧았죠. 면접에서 입학이 어렵겠다는 말을 듣고 돌아서는데 대학원장님이 다시 부르는 거예요. 영어를 할 수 있으니 교수님들과 일대일 수업을 해보자고 했죠. 그래서 3년간 교수님들 방에서 공부했어요. 수업 1시간 전이면 교수님 연구실로 가서 영어로 된 내용을 같이 읽고 수업에 참여하는 거죠. 한국어도 열심히 익혔습니다.”
한국성서대학에 다니며 두레교회 전도사로 외국인 예배를 담당했다. 같은 교회 성도들의 소개로 지금의 한국인 사모를 만나 결혼했다. 두레교회 내홍에 외국인 사역이 축소되면서 2013년 다일공동체로 옮겼다. 이후 목사 안수를 받고 2015년부터 3년간 네팔로 파송 받아 포카라 다일교회와 카트만두 밥퍼 등지에서 사역했다.
시련도 있었다. 네팔에서 돌아와 경기도 가평 다일공동체에서 세계 각국 출신 스태프들의 국내 제자훈련과 영성 수련을 도울 무렵 그는 네 살 난 아들을 익사 사고로 잃었다. 슬픔이 컸지만, 요한복음 3장 16절 독생자 예수 말씀을 붙잡고 이겨냈다. 꾸샬 목사는 “하나밖에 없는 독생자를 주신 하나님의 아가페 사랑을 느꼈고, 내 아들이 내 소유가 아니었음을 알게 됐다”고 했다. 부부는 다시 일어서 새 생명을 품었고 올해 말 출산을 앞두고 있다.
밥퍼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급식을 잠시 중단했다가 지금은 도시락을 만들어 나누고 있다. 급식 때 하루 700인분을 준비하던 때와 달리 지금은 1000개 넘는 도시락을 만들어야 한다. 이전과 달리 도시락을 받는 줄에 젊은이들도 눈에 띈다. 갑작스러운 해고로 끼니 해결이 어려운 경우다.
꾸샬 목사는 “아무리 어려워도 잠시나마 도시락을 받아들면서 짓는 미소가 참으로 아름답다”면서 “하늘 문이 열리는 그 순간이 이어지도록 같이 손잡고 기도할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성규 기자 mainport@kmib.co.kr / 국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