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노인들은 확실히 젊어졌다.
2~30년 전만 해도 인생 칠십 고래희(人生七十古來稀)라고
70이 되면 고희잔치를 거창하게 치르고 나서 뒷방신세가 되었다.
이제는 환갑잔치하는 사람은 눈 씻고 보아도 없고
고희잔치도 가족끼리 조촐하게 보낸다.


왜 그럴까?
현재 한국인의 평균수명은
2010년 기준으로 남자는 77세, 여자는 84세다.
살만하니까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인터넷에서 각종 건강정보가 쏟아져 나오는 것도 한 원인이다.

그런데 나는 말이 되는지는 모르지만
이를 한번 다른 측면에서 들여다보고 싶다.
통영에서 서울로 활어를 운송하는데
수조 통에 작은 상어를 집어넣는다고 한다.
그러면 물고기들은 잡혀 먹히지 않으려고 열심히 도망 다니니까
싱싱한 상태로 서울로 운송된다고 한다.

과거 농경사회에서는 환갑이 넘으면
전답을 자식에게 물러주고
편안하게 자식의 효도만을 바라보고 살았다.
재산을 물러 받지 못한 가난한 집 자식도
늙은 부모를 봉양하는 것은 당연한 것으로 알았다.
이것이 사회 기본질서이고 통념이었다.
그러나 경제가 산업화되면서

자식들은 고향을 떠나 대도시로 진출했고

자연히 부모 모시는 것이 소홀해 졌다.
이 과정에서 사회는

급물살을 타고 효도라는 개념은 사라져 버렸다.

이러니 노인들은
편안히 자식들의 효도만 처다 보고 있을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나름대로 재테크도 하고

열심히 건강관리를 하게 되었다.
형편이 좀 좋은 노인들은
각종 취미생활을 개발하여 여가를 보내고
친구와의 교류도 활발히 하게 되었다.
이래서 요즘 노인들은
몇십년 전의 노인보다 훨씬 젊어졌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조선시대 먹고 사는데 지장 없는 양반은
전 인구의 약 3%정도였다고 한다.
이들은 오늘날의 노인 못지않게 멋있게 살았다.

먹고 살 것은 鄕里에 전답이 있어 노후자금은 문제없겠다,
적당한 시기가 되면 벼슬을 고사하고
마음에 맞는 친구들과 어울려
文, 史, 哲 즉 문학과 역사와 철학을 論하는 한편
각자 창작한 詩, 書, 畵를 서로 품평하고 樂(琴), 歌, 舞를

즐기며 인생의 완성을 추구하였다 한다.

여기에 射와 御를 즐겼다.
射는 활쏘기니까 오늘날의 골프 같은 것이고
御는 말을 다루는 것이니 고급차를 모는 것이 아닐까 한다.
그래서 잘 살다간 조선시대의 선비들의 초상화를 보면
老顔이 점잖음, 인자함, 넉넉함, 부드러움과 우아함이 배어있다.

인생에서 불유구(不踰矩)의 언덕을 넘어가보면
지난 날 더 높이 올라가려고
왜 그리 아둥바둥 댔는지 덧없는 생각을 하게 된다.

인생은 성공이 전부는 아니다.
성공은 오로지 행복의 수단일 뿐이다.
행복 없는 성공은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모든 삶의 기준은 행복이고
2500년 전에 그리스 철학자 플라톤도
행복이 인생의 지고선이라고 하였다.

높은 자리에 올라갔다가 모든 것을 잃는 사람은
지금도 신문을 더럽히고 있으며
돈이 많으면 오히려 불행한 사람이 많다.
자식들이 상속재산 싸움을 하고
부자에게는 효도하는 자식 없고
가난한 사람이 효도를 많이 받는다고 한다.

행복은 주관적인 것이다.
그리고 행복에 이르는 비결은 남과 비교하지 않는 것이다.
행복하기에 가장 이상적인 조건은
가득 채워진 상태가 아니라

앞으로 채울 공간이 있는 삶일 것이다.
무언가 채울 것이 있는 상태에서 한 가지씩 채워 나가는 것,
부족한 것을 조금씩 메워가는 것이 행복일 것이다.



80, 90세의 노년 중에도 삶에 대한 놀라운 열정을 가지고
활기차고 신체적으로 활발히 살아간 사람들이 너무나 많다.
유명인이 아니라도 우리 이웃에도 그런 사람을 찾아 볼 수 있다.

97살 까지 산 “첼로의 성자” 파블로 카잘스는 기자가
“선생님께서는 역사상 가장 위대한 첼로리스트로 손꼽히시는데
아직도 하루 여섯 시간씩 연습하는 이유가 무엇입니까?”라고 묻자
“왜냐하면 나는 지금도 연습을 통해 조금씩 발전하고 있다네.“

라고 대답했다 한다.

쇼팽작품의 뛰어난 곡 해석으로 유명한
피아니스트 아서 루빈스타인은
90세에 뉴욕 카네기 홀에서 눈부신 연주를 했고
세계 최정상의 테너 가수 플라시도 도밍고는
“이제 쉴 때가 되지 않았느냐?” 라는 질문에
“쉬면 늙는다.” 라고 대답했다 한다.

창의력이 번뜩이는 불멸의 천재 살바도르 달리는

미술활동에서 뿐만 아니라
여러 대중들 앞에서 벌이는 다양하고

극적인 해프닝으로도 유명한 화가이며
친구의 아내를 훔친 사랑으로 유명했는데

84세의 일기로 사망했다.

색체의 마술사로 환상적인 그림,
현실세계를 해방하는 공중에 뜬

연인과 꽃다발을 즐겨 그렸던
마르코 샤갈은 98세 까지 활동하였다.

재즈 피아니스트이며 작곡가인

유비블레이크는 1983년에 사망했는데
그는 죽기 닷새 전 자신의 100세 생일파티에서
“만일 내가 이렇게 오래 살 줄 알았더라면

좀 더 몸조심을 했을 텐데”라고
말했다고 한다.

미켈란젤로는 72~89세까지 성베드로 대성당을 건축했다.

벤자민 프랭클린은 65세에 자서전을 시작하여 82세에 완성하였고
81세에 미국 건국헌법회의에서 서로 견해가 다른 각 주 대표들을
능숙한 솜씨로 중재하여 미국 헌법을 탄생시켰다.

65세의 윈스턴 처칠은 고령으로 영국 수상이 되어
세계 제2차 대전에서 히틀러와 대결하였고,
79세에 노벨문학상을 받았으며
84세에 자신이 그린 62점의 그림을 전시했다.

노벨문학상을 받은 유명한 영국의 비평가 조지 버나드 쇼는
94세 까지 살았는데 90세에도 작품을 발표했고,
98세에 죽은 버트랜드 러셀은 80세가 넘어서도 저술 활동을 했다.

윤선도(尹善道)는 85세까지 시조를 지었고,
조선조의 명재상인 황희(黃喜)는 68세에 영의정이 올라 86세에

은퇴했다.
이승만은 73세에 망명으로 부터 돌아와서
대한민국을 건국하고 6.25전쟁을 겪으면서

민주국가의 초석을 놓았다.



은퇴하고 나면 30년을 열정과 취미 생활을 즐기면 늙지 않는다.
열정을 가지면 마음이 늙지 않고

마음이 늙지 않으면 육체도 건강해 진다.
은퇴가 곧 인생 끝이 아니고,

은퇴 후에도 또 다른 인생이 있음을 안다면
재테크 못지않게 노(老)테크도 미리 준비해야한다.

<居室 男>, <파자마 맨>, <停年 미아>, <三食 이>, 이 되면
순식간에 늙어버리고 만다.
동창회에 가보면 금방 얼굴에 쓰여 있다.
분명히 은퇴 후 제2의 인생은 있다.
흔히 “앙코르 인생”이라고 하고
은퇴 후 생을 마감할 때까지는 8만 시간이 있다고 한다.
얼마나 긴 세월인가?
태어나서 취직할 때 까지 30년, 취직해서 30년 정도 일하고,
은퇴해서 보통 30년을 보내다가 저 세상으로 가는 게 인생이다.

노년도 젊은이의 마음으로 끊임없이 새로운 일에 도전하면서
바쁘게 사는 것이야말로 장수의 비결이다.
후회 없는 노년을 보내려거든
반드시 한두 가지의 취미 생활을 가져야 한다.
산이 좋으면 산에 올라 호연지기를 부려보고,
물이 좋으면 강가에 앉아 낚시를 하고,
운동이 좋으면 어느 운동이든 땀이 나도록 하고,
책을 좋아하면 열심히 책을 읽고
수필이나 자서전 등 글쓰기를 해 보는 것도 좋다.
그림 그리기나 악기 익혀도 아주 좋다.

좋아하는 취미 때문에 식사 한 끼 정도는 걸러도 좋을 만큼
집중력을 가지고 즐겨야 한다.
인터넷을 좋아하면 허리가 아플 때까지
열심히 정보의 바다를 헤염쳐 보는 것도 좋다.
그 길이 쓸쓸한 노년을 의미 있게 보낼 수 있는 중요한 비결이다.

지는 꽃도 얼마든지 아름다울 수 있다.
노년이라고 기가 죽어서는 안 된다.
축 처져서 물러앉아서는 안 되고 가슴을 펴고 당당해야 한다.
인생의 황혼기! 황혼은 황홀하다.
구름사이로 서서히 사라져 가는 석양은

가슴이 저려오도록 아름답다.
어찌 일출에 비하랴.
바다에 나가
찬란히 황금 빛 물결을 남기며 서서히 사라져 가는 석양을 보면
일몰은 일출보다 얼마나 더 아름다운지를 알게 된다.
노년은 산야에 눈이 시도록 쌓인 백설처럼 장엄하면서
밤하늘에 높이 뜬 샛별처럼 은은하게 빛날 수 있다.
노을 빛 같고, 흰 눈빛 같고, 별빛 같은 나이 그것이 노년이다.
모두 마음먹기에 달려 있고 하기 나름이다.
자기 관리만 잘 하면 황홀한 노년을

보낼 수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