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서초교회 잔혹사’ 펴낸 ‘사랑의교회’ 설립자 옥한음 목사아들 옥성호씨


 

소설‘서초교회 잔혹사’ 펴낸 ‘사랑의교회’ 설립자 아들

 옥성호씨


ㆍ“30년 뒤

 기독교의 가치에 대답을 줄 수 있는 교회 많았으면”



“개신교는 한 명의 교황을 반대해 시작됐지만, 지금은 전국의 교회에 200~300명의 교황이 생겨난 듯합니다.”

2000 년 전 예수는 제자들의 발을 씻어줬지만, 오늘날 목사들은 교인 위에 ‘군림하는 자’로 비판받고 있다. 최근 발간된 소설 <서초교회 잔혹사>는 이처럼 왜곡된 한국 교회의 현실을 비판한다. 주인공 김건축 목사는 ‘서초교회’의 담임목사로 부임한 뒤 ‘왕 목사’로 군림하며 각종 부정을 자행한다. 결국 교회는 그의 ‘책 대필’과 ‘잉글리쉬 타운 토지 매입’ 문제로 아수라장이 된다.

책은 특히 서울 강남 ‘사랑의교회’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태를 연상케 해 출간 직후 논란이 됐다. 사랑의교회는 신도가 9만명, 1년 헌금 규모가 600억원에 달하는 초대형 교회다. 2003년 새 담임목사가 부임한 뒤 ‘논문 표절’, ‘호화 건축’ 등의 문제로 몸살을 앓았다. 이 교회가 서초역 부근에 새로 지은 건물은 건축비만 3000억원에 달한다.


소 설의 저자인 기독교저술가 옥성호씨(47·사진)는 사랑의교회 논란과 뗄 수 없는 인물이다. 사랑의교회 설립자의 아들인 옥씨는 논란 당시 새 목사의 행태를 강하게 비판한 바 있다. 17일 기자와 만난 그는 “아버지 사후 새 담임목사 측이 ‘원로목사님도 좋아하신 것’이라며 문제의 사업들을 진행했다”며 “사실도 아닌데 아버지 핑계를 대니 반감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고 소회했다.

하 지만 그는 ‘소설이 사랑의교회를 풍자했다’란 추측에는 선을 그었다. 옥씨는 “이번 소설은 허구인 내용을 풍자적으로 다룬 것”이라면서 “다만 독자들은 소설을 보며 작게는 사랑의교회, 크게는 한국 대형교회가 가지는 허영과 과시욕, 명예욕 등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소개했다.

옥씨가 이번 소설에서 집중한 건 ‘비리 목사’의 문제다. 소설 속 김건축 목사는 자신의 영욕을 위해 왕처럼 부목사들을 부리며 부정을 자행한다. 옥씨는 “주변에서 많은 목사님들을 봐왔는데, 요즘 목사님들은 마치 황제와 같은 느낌으로 변해버렸다”며 “결혼식 주례가 들어온 여자를 성추행하고, 헌금을 아들 회사에 갖다주기도 한다. 소설은 현실에 비하면 귀여운 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런 ‘왕(비리) 목사’를 견제하는 시스템은 부족하다. 그는 “소설의 주인공 ‘장세기’ 목사는 김 목사의 부정을 알면서도 계속 따르게 되는데, 이는 ‘경제적 문제’와 ‘나는 내 일만 열심히 하면 된다’는 생각 때문”이라며 “내가 현실에서 본 다른 교역자들도 이런 이유로 부정을 벗어나지 못했다. 이는 비겁하게 문제를 회피하는 무책임한 행동”이라고 말했다.

“교회란 도덕적 리더십으로 이끌어 가는 조직이지만, 목사도 사람인 이상 견제할 수 있는 시스템이 필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교인들에게 제대로 된 시야를 제공하는 건 부목사 등 다른 구성원들의 역할이죠. 그걸 얘기하고 싶었습니다.”

옥 씨는 이번 소설 발간이 ‘교회 망신’이라는 교인들의 눈초리도 있었다고 전했다. 그는 “사람들의 비판을 피하는 건 사이비 종교에서나 볼 수 있는 특징”이라면서 “선생님한테 가서 ‘우리 아버지가 어머니를 때린다’며 도움을 요청하는 아이를 집안 망신이라 비난할 수는 없다. 교회가 다시 반성하고 변화되길 바라며 이번 소설을 쓰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글 박용하·사진 김영민 기자 yong14h@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