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노년.

 

아름다운 노년.     
일찍이 앙드레 지드는 말했다.
‘늙기는 쉽지만 아름답게 늙기는 어렵다.’
그게 누구든 늙게 마련이다.
아무리 평균수명이 늘어났다 해도 늙지않는 사람은 없다.
젊은이들은 흡사 늙지않을것처럼 살지만 그들도 역시 늙게된다.
인간이 늙는다는 것은 보편적인 자연현상이지만 아름답게 늙는다는건 선택적이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대단한 노력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주변을 살펴봐도 그냥 늙어가는 사람은 많아도 아름답게 늙는사람은 드물다.
그만큼 그 일이 어렵다는 얘기다.
아름답게 늙으면 그 삶의 질은 윤택해지고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도 좋다.
본 받을만한 노인이 되는 것이다.
 
아름답게 늙기 위해서는 먼저 그것을 방해하는 것부터 알아볼 필요가 있다.
알면 극복할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의 노인들이 당면한 문제중 가장 어려운 것들을 열거하면 크게 네가지로
압축할수 있다.
통계청의 자료를 보면,
은퇴후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다고 응답한 비율이 8.3% 다.
반대로 생활비 부족등 고통을 겪고있는 노인들의 비율은 61.9%다.
경제적인 자립도가 채 10%가 안되니 이 문제는 가장큰 족쇄가 될 수 있다.
더 어려운 것은 이 문제가 개선될 여지가 좁다는 점이다.
일단 가난하면 아름다움이 설 자리가 없게된다.
늙어서 돈 없으면 죽은목숨 이라는게 그 말이다.
노인들은 평균 두세가지 지병을 가지고 있고,
거의 대부분이 소외감에 시달린다.
그리고 노년의 가장 큰 적은 ‘무료함’ 이다.
자기것, 자기세계가 없으면 더 빨리늙고 소모되는게 노년기 이기도 하다.
이런 악조건들은 아름다운 노년을 방해하는 대표적인 요인들 이라고 볼 수 있다.
 
한 인간이 노년이 되어 아름답게 늙기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하며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
사실 이 문제는 노인이 된 사람들보다 노인이 될 사람들에게 더 절실한 것이다.
이미 늙은 사람은 자기의 생활패턴을 바꾸기가 어렵지만 앞으로 늙을 사람들은
‘준비’를 할수 있기 때문이다.
겉으로 나타나는 개인의 일상모양은 그 속에 들어있는 것이 결정한다.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가가 그래서 중요하다.
내용이 형식을 만들기 때문이다.
내 경험으로는,
가장 중요한 것이 마음의 자세다.
그것은 곧 늙음을 받아 들이는 자세이기도 하다.
사람은 누구나 늙는다는 것, 이 자연의 섭리를 깨달아 자기의 늙음을 긍정적으로
수용해야 한다.
다시 젊어지기를 바라는 착각을 버려야 한다.
젊게 보이려고 애쓸 필요도 없다.
모든 인간은 그 나이에 걸맞게 살아야 하고 인생은 나이에 따르는 즐거움도 있기
때문이다.
나이대로 산다는게 그 뜻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노년의 삶이 가장 개성적이고 자기주체적인 삶이 될 수 있다.
자유스럽기 때문이다.
 
다음이 수분(守分) 하는 자세다.
지금의 자기처지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하며 자기자리가 어딘지 알고있어야 한다.
주변을 살펴보면 ‘고위직’ 에 있던 사람들이 변화된 환경(은퇴등)에 적응하지 못하는
사례가 많다.
오늘을 살면서 그 생각은 ‘옛날’ 에 가 있다면 그게 비극이다.
오늘의 내 자리가 현실이고 스스로 그 자리에 적응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여기에는 과거와 단절하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
내가 은퇴하면서 휴대폰을 버린 것이 하나의 상징적 행동이 될 수 있을 것이다.
과거에 연연하면 지금을 충실하게 살수가 없다.
인간이 제 분수를 깨달아 아는일은 생각보다 어렵다.
거기에는 자기철학이 있어야 한다.
수분하는 자세에서, 학력과 교육에 의한 차이는 생각보다 크다.
한탄과 넉두리는 자기 자리를 모르고 있기 때문에 표출되는 약점이다.
사람이 자기의 처지와 분수를 아는일은 생각보다 어렵고 그것을 인정하는게 더 어렵다.
그래서 수분하는 자세가 요청되는 것이다.
 
아름답게 늙는다는 것은 결국 품위있는 노인이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품위란 무엇인가.
품위-品位 는 사람이 갖추어야 할 위엄이나 기품이며 사물의 가치라는 뜻도있다.
가치있는 사람이 되는 것은 노인만의 문제는 아니지만 특히 노년생활에서 크게
요구되는 덕목이기도 하다.
품위는 존경받는 인격적 자세라고 할 수 있다.
대접을 받기 위해서는 그만한 인품이 있어야 된다는 뜻이다.
나이많은 사람이 자칫 추하게 보일수 있는게 식탐(食貪)이다.
식탐은 음식을 욕심 사납게 탐내는 일이다.
사람이 나이가 들면 음식을 조절할줄 알아야 한다.
가급적 적게먹고, 자주먹는게 좋다.
그런데도 상당수 노인들은 나이 들수록 음식에 대해 탐욕적이다.
특히 결혼식 피로연같이 제돈 내지않고 음식을 먹을수 있는 장소에서 더 그렇다.
노인의 식탐은 가장 보기흉한 모습이며 품위를 떨어뜨리는 일이다.
그게 어디든 노인이 되면 식탐에서 벗어날줄 알아야 품위를 지킬수 있다.
품위는 아름다운 노인의 기본덕목 이기도 하다.
 
감기약 처방을 받고, 약을조제하기 위해 잠시 약방에 앉아있어 보면
많은 노인들이 가져가는 약의 분량에 놀라게된다.
정말 한보따리씩 가지고 나간다.
약사의 얘기를 들어보면 수많은 노인들이 지나치게 약에 집착하고 있으며 의사에게
떼를 써서라도 엄청난 약을 처방받는다는 것이다.
결국 오래 살겠다는 욕심인데 약을 의지하고 약으로 오래사는 인생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내 아들은 의사지만 약을 잘 주지않는다.
아주 아프면 타이레놀을 처방한다.
큰병이 아닌한 인간의 육체는 스스로 치유하는 능력이 있기 때문에 기다려 보라는
얘기다.
약의 반은 독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약을 아주 안 먹을수는 없겠지만 약에 의지하거나 집착하는 것은 글자 그대로 약탐
(藥貪)이다.
약없이 살수는 없지만 그것도 최소한도로 줄일수 있다.
지나친 약탐은 식탐처럼 노인들의 품위를 떨어트린다.
약에 의지해 사는 것 보다는 평소 생활속에서 운동이나 건전한 생활습관을 통해
건강을 지키는 것이 가장 바람직스로운 일이다.
 
가장 피하고 싶은 사람은 어떤 사람일까.
그게 ‘말 많은 사람’ 이다.
말이 많다는 것은 가볍다는 뜻이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는 마음이 없다는 얘기다.
노인이 말이 많으면 기피하는 대상이 되고 추하게 보인다.
그래서 늙으면 입을 다물고 있어야 하며 대신 지갑은 열어야 한다.
그래야 어른 대접을 받을수 있다.
전철의 노인석, 늙은여자 셋이 거침없는 큰 소리로 수다를 떠는데 못된 며느리에
대한 욕과 보기도 싫은 영감태기 흉이다.
사실 집안일을 밖에서 발설하는 자체가 좋은일은 아니다.
하물며 그 얘기들을 경쟁적으로 소리지르듯 한다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견딜수
있겠는가.
그래도 그들은 그런 것 아랑곳하지않고 계속 떠들어 댄다.
다른 사람들을 배려못하는 이 무지한 이기심은 그래서 배척의 대상이 되는 것이다.
가만히만 있어도 중간은 간다는 말이있다.
침묵은 그렇게 좋은 것이다.
아름다운 노년은 입을 다물고 있는 노년이다.
혹여 무엇을 물어오면 그럴 때 대답을 해도 하나도 늦지않다.
 
가장 아름답게 보이는 사람은,
그 안에 가득차 있는 것이 자연스럽게 밖으로 드러나는 경우다.
안이 비어있으면 소리가 요란하고 시끄럽다.
그러나 그 안이 꽉 차 있으면 지축을 흔드는 무게가 있다.
그래서 아름다운 노년은 ‘공부하는 노년’ 이다.
우선 월간지, 주간지, 일간지를 부지런히 읽어야 하고 한달에 신간 한두권은 정독
해야 된다.
나이들면 정보와 지식이 다르다는 것을 알게된다.
지금은 정보는 넘쳐나도 지식은 크게 빈약한 시대다.
정보는 스마트폰만 있으면 된다.
그러나 지식은 논리적이고 체계적인 앎을 요구한다.
종이책이 아니면 얻지 못하는게 지식이다.
노년은 시간이 많고 자유스럽다.
무료의 포로가 될게 아니라 스스로 공부해서 그 무게를 더해야 옳다.
무서운 치매를 예방하기 위해서도 공부는 필요하다.
그리고 그 공부는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에서 전문가 수준까지 갈 수 있는 계획을
가지는게 좋다.
안이 차 있으면 입을 열지않아도 그 무게는 주위를 압도한다.
 
아름다운 노년을 위해서는 ‘새로운 도전’ 이 필요하기도 하다.
현역이었을때는 생각지도 않았던 새일, 새것을 시작해 보는 것이다.
새로운 것을 시작하고 거기에 열중하다 보면 그 노년은 저절로 아름다운게 된다.
우연한 기회에,
나이 70에 그림을 시작한 할머니가 연속으로 공모전에 다섯 번 입상, 스스로도
놀라는 케이스를 본 일이있다.
그분은 자기의 그림 재주를 모르고 있다가 발견한 것이며 지금은 전혀 딴 사람이
되어 화가의 길을 걷고 있다.
나도 나이 70에 첼로를 시작했다.
관악기는 여러 가지를 연주할수 있지만 현악기는 처음이고, 현악기가 대단히
어렵다는 것을 알게됐다.
지금 쇼스타고비치의 왈츠를 연습하고 있는데 그렇게 즐거울수가 없다.
노년에,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새일, 새것을 시작한다는 것은 그 자체가 아름답고
용기있는 행동이다.
품위있는 노년이 되는 것이다.
노벨화학상을 두 번이나 수상한 분이 마리 퀴리다.
그분이 이런 말을 했다.
‘인간은 반드시 한가지 재능을 가지고 태어난다.
어떤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그것을 찾아야 한다.‘
 
아름다운 노년이 되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조건들이 있다.
정리하는 뜻에서 그것들을 한번 열거해 보자.
‘아름다운 늙기’를 깨달아 알고 노력해야 된다.
가장 중요한 것이 나이드는 것을 수용하는 긍정적인 자세다.
다음은 판자집이라도 자기집에서 살고있어야 된다.
공간에서 자유하지 못하면 다른 자유도 없다.
경제적으로 독립할수 있어야 한다.
사실 노년은 큰 돈이 필요한 생활은 아니다.
그래도 누구에게 손을 내밀면 안된다.
건강이 없으면 다른 것을 다 갖추고 있어도 소용이 없다.
부지런히 운동을 해야된다.
걷기운동처럼 좋은것도 없다.
그 크기에 관계없이 ‘서재’ 가 있어야 한다.
가족들과 구획된 자기만의 공간이 반드시 필요하며 사람은 자기책상이 있어야
향상될 수 있다.
서재만 있다면 그 노후는 어떤수준이 보장되는 것이다.
평균수명이 늘어났으니 모두가 오래 살 것이다.
그래서 ‘아름다운 노년’ 은 더 중요해 진다.
모두가 힘써 노력해서 ‘추한 늙은이’ 가 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