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계 분열 부채질…사면초가에 빠진 한기총

 

세월호 망언·대표회장이 새 교단 설립해


 교계 분열 부채질…사면초가에 빠진 한기총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가 최근 교회 안팎으로부터 십자 포화를 맞으면서 사면초가에 빠졌다.

한기총이 각종 논란으로 일부 교단의 탈퇴를 야기한데 이어 교회 연합과 일치를 주도해야 할 한기총 대표회장이 또 다른 교단을 만들면서 교계 분열을 부채질하고 있다는 지적
이다. 여기에다 한기총 고위 임원이 세월호 참사 희생자 등을 비하하는 듯한 발언으로 물의를 일으켜 여론의 뭇매까지 맞았다.

2010년 이후 한기총은 교회 분열이라는 소용돌이의 한복판에 자리 잡고 있다. 2012년 장로교 대표교단인 대한예수교장로회 통합총회(예장 통합)가 금권선거 등을 이유로 한기총을 탈퇴한 데 이어 지난해 말부터 현재까지 예장 합동, 예장 고신, 기독교한국침례회(기침) 등이 한기총에 등을 돌렸다. 국내 유명 교단 상당수가 한기총에서 이탈한 것이다. 대표회장 선거 과정에서의 불협화음과 부적절한 이단 문제 대처 방식에 대해 한기총이 반성하지 않고 해법을 내놓지 못하자 주요 교단의 탈퇴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는 게 교계의 시각이다.

한국교회의 분열 해소에 앞장서야 할 한기총 대표회장인 홍재철 목사는 26일 아예 새 교단을 설립했다. 홍 목사는 지난해 말 예장 합동을 탈퇴한 뒤 이날 경기도 부천경서교회(홍성익 목사)에서 가칭 ‘대한예수교장로회총회’(예장총회) 창립을 선언했다. 예장총회 교단에는 700여 교회가 참여할 것으로 알려졌다.

홍 목사는 “지금까지 장로교회가 예장 합동과 예장 통합의 진두지휘를 받는 것처럼 여겨져 왔다”며 “이들 교단은 조금만 하자가 있으면 이단으로 몰아붙이는 교권주의자, 바리새파들과 다름없어서 종교개혁을 시작한다는 마음으로 새 교단을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교계 인사들은 홍 목사의 행동에 적잖은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 덕수교회 손인웅 원로목사는 “주님은 교회가 하나 되라고 하셨는데 한기총 대표회장조차도 교단 설립에 나서면 한국교회가 어떻게 되겠느냐”며 “교회 분열은 어떤 이유로도 환영받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김경원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 대표회장도 “한국교회가 연합과 일치를 추구하려고 힘쓰는 마당에 새로운 교단을 만드는 것은 명분이 없다”고 강조했다.

지난 20일 전 한기총 부회장이었던 조광작 목사의 세월호 관련 발언도 해프닝으로 치부하기 어렵다. 조 목사는 당시 한기총에서 열린 긴급임원회의에서 “가난한 집 애들이 수학여행을 경주 불국사로 가면 될 일이지, 왜 배를 타고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갔느냐” “박근혜 대통령이 눈물 흘릴 때 같이 눈물을 흘리지 않은 사람은 모두 백정”이라고 발언해 공분을 샀다.

한기총은 조 목사 발언의 파문이 커지자 23일 조 목사가 제출한 부회장직 사표를 수리했지만 비판 여론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한기총 홈페이지는 분노한 네티즌의 공격으로 23∼25일 3일간 먹통이 됐다.

교계 관계자는 “세월호 참사에 대한 국민 정서와 한참 괴리되는 발언을 고위 임원이 버젓이 내뱉은 것은 한기총이 교회 내부뿐 아니라 일반 사회와도 소통에 실패하고 있음을 보여준 예”라고 꼬집었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