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 논의…개신교는 “하나님 창조질서 도전”


 

동성애 논의…


개신교는 “하나님 창조질서 도전”


가톨릭 세계주교대의원회의(주교 시노드)에서 동성애자에 대한 포용적 관점이 논의되면서 국내 종교계에서도 성소수자 관련 논의가 고개를 들고 있다. 비록 이번 주교 시노드의 최종보고서에는 동성애에 대한 내용이 포함되지 않지만, 국내 종교계에서는 그동안 논의조차 꺼렸던 동성애 담론이 시작돼 귀추가 주목된다.

대한불교조계종 노동위원회는 21일 ‘노동현장과 성소수자 차별 문제’를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동성애나 양성애 성향 노동자들이 노동현장에서 부당한 취급과 차별, 해고를 당하는 등 노동권과 인격권을 보장받지 못하는 현실에 주목해 마련된 자리다. 발표자로 나선 곽이경 동성애자인권연대 노동권팀장은 “취업규칙과 단체협약에서 성소수자 차별금지 조항을 넣고 성별 정체성이나 성적지향 때문에 노동현장에서 배제되는 현실을 막아야 한다”면서 “직장 내 성폭력 외에도 혐오표현과 괴롭힘을 금지하는 조항을 넣는 등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계종 노동위는 이번 토론회를 통해 성소수 노동자를 비롯한 차별받는 사람들을 위한 차별금지법 제정의 필요성을 확인하고, 성소수 노동자들이 직장에서 평등하게 살아가기 위한 다각적인 방법을 모색할 예정이다. 조계종 관계자는 “불교는 기본적으로 생명의 가치를 최우선으로 여기고 업과 인연에 따라 현 생애가 이뤄진다고 본다”며 “동성애로 인한 차별이나 소외는 옳지 않다는 것이 기본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교리적으로 동성애를 금기시하는 기독교의 경우, 관련 논의가 조심스럽게 진행되고 있다. 천주교계는 주교 시노드의 논의 내용을 바탕으로 지역교회 차원에서 교회의 성소수자 포용문제를 다룰 예정이다. 천주교주교회의 관계자는 “시노드가 끝난 이후 통상적으로 교황청에서 각 교구에 설문 형식으로 문건을 보내 의견을 묻는다”며 “지역교회 내에서 자연스럽게 관련 문제에 대한 토론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각 지역교구의 논의 사안은 다시 교황청에 보고돼 내년 10월 열리는 주교 시노드 정기총회 의제 결정에 반영된다.

개신교계에서는 이미 보수적 성향의 연합단체를 중심으로 동성애 포용에 대한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국교회연합은 최근 성명을 통해 “주교 시노드에서 동성애를 포용하고 인정하는 발표를 한 데 대해 심각하게 우려하며, 성경의 가르침을 정면에서 뒤집는 어떠한 결정이나 행위도 용납할 수 없음을 분명히 밝힌다”고 했다. 이어 “성경은 동성애에 대해 분명히 타락과 죄로 규정하고 있다”며 “자유방임적 퇴폐와 쾌락까지 성소수자의 인권 보호라는 허울로 포장해 하나님의 창조질서에 도전하는 행위를 결코 용인하고 묵인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한 개신교계 단체 관계자는 “교회 일각에서는 성소수자의 차별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있다”면서도 “17대 국회 때부터 성소수자를 포함한 차별금지법 마련이 논의됐지만 교계가 강력히 반대해 무산될 정도였기 때문에 내부에서 쉽게 얘기를 꺼낼 수 없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