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날

몇해 전 한 친구와 이야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그때는 그 친구가 부인과 사별을 한 지 얼마 되지 않은 때였습니다.
그 친구가 이야길 해주더군요.

부인의 물건들을 정리하다가 실크스카프 한 장을 발견했다고 합니다.

그건 그들이 뉴욕을 여행하던 중에 유명 매장에서 구입한 것이었답니다.

아주 아름답고 비싼 스카프여서 애지중지하며 차마 쓰지를 못 한 채 특별한

날만을 기다렸답니다.

친구는 이야기를 여기까지 하고 말을 멈추었습니다.
저도 아무말을 하지 못했습니다.
잠시 후 친구가 말하더군요.

“절대로 소중한 것을 아껴두었다가 특별한 날에 쓰려고 하지마.

네가 살아있는 매일매일이 특별한 날들이야”

그날 이후 그 이야기를 생각할 때마다…
주변의 일을 놓아둔 채 소설을 한 권 꺼내들고 음악을 틀어놓고
나만의 시간을 놓치지 않으려 했답니다.

창가에 쌓인 먼지만 쳐다보는 것이 아니라…
강가의 풍경을 바라보기 시작했고,집에서 밥을 하건말건 부인을 끌고 나가

외식을 했답니다.

생활은 우리의 소중한 경험이지 지나간 날들의 후회가 되어서는 안됩니다.

이 이야기를 아는분에게 들려 주었고…
후에 다시 뵈었을 때 그 분의 생활이 더이상 예전같지는 않다고 하시더군요.

아름다운 도자기 잔들이 장식장 안에서 식탁 위로 올라왔답니다.
나중에 아주 특별할 때 쓰려했던 것인데, 그 날이 오지 않는다는것을 아셨답니다.

‘앞으로’  ‘언젠가’는 더이상 제 사전에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무슨 즐거운 일이 생기거나 기분좋은 일이 생기면 바로 그때가 좋은 것이지요.

우리는 종종 옛 친구들과 만나려할 때 ‘다음 기회에’ 라는 말을 하곤 합니다.

그리고 다 큰 아이들을 안아주려고만 하고 기회를 주려 할 줄 모릅니다.

매일 아침 우리가 눈뜰 때마다 ‘오늘이 바로 특별한 날이다’ 라고 스스로

말해야 합니다.

매일, 매시간 모두 그렇게 소중한 것들입니다.

 

 

글보낸이: 김광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