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음의 궁사 – “하나님께 영광을”… 기도 세리머니로 세계인의 눈길

“하나님께 영광을”… 기도 세리머니로 세계인의 눈길

믿음의 궁사 – 장혜진

[리우의 기도!] 女양궁 2관왕 ‘믿음의 궁사’ 장혜진 “하나님 부르며 믿고 쏘았다” 기사의 사진

[리우의 기도!] 女양궁 2관왕 ‘믿음의 궁사’ 장혜진 “하나님 부르며 믿고 쏘았다” 기사의 사진장혜진 선수가 11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삼보드로무 경기장에서 열린 여자 개인전 결승에서 금메달을 확정한 뒤 기도하고 있다

 

.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이전이미지다음이미지 11일(현지시간) 브라질 리우올림픽 양궁경기에서 2관왕을 차지한 장혜진(29)은 ‘믿음의 궁사’다. 여자 개인전 결승에서 금메달을 확정 짓는 순간 장혜진의 기도 세리머니는 전 세계인의 눈을 사로잡았다.

기독교가 ‘개독교’로 조롱받으며 위축되고 있고, 상당수 크리스천 청년들이 자신이 크리스천임을 숨기기도 하지만 장혜진은 전 세계인 앞에서 당당히 자신의 신앙을 밝혔다. 지난 7일 단체전 금메달을 딴 뒤 기도한 모습 그대로였다. 사선 뒤에 활을 내려놓은 그는 조용히 눈을 감고 두 손을 모았다. 마지막 순간까지 함께해준 하나님을 향한 감사 기도였다. 그리고 관중석을 향해 활짝 웃으며 두 손을 흔들었다.

시상식 후 가진 인터뷰에서도 장혜진의 신앙은 금빛만큼 빛났다. 첫 일성으로 “하나님 아버지께 영광을 돌린다”고 말했다. SNS를 통해 자신을 응원해 준 국민과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면서도 맨 앞에 똑같이 썼다. ‘사선에 섰을 때 어떤 마음가짐을 갖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서는 “하나님을 부르면서 ‘믿고 쏘자’는 마음으로 임한다”며 웃었다. 양궁 여자 대표팀 3명은 기량 면에서 거의 차이가 없다. 오히려 장혜진의 기량이 가장 떨어진다는 것이 양궁 전문가들의 평가다. 따라서 장혜진이 유일하게 2관왕을 차지한 것은 ‘멘탈’이 결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장혜진은 얼굴 인상으로 볼 때 어디 한군데 독한 구석이 없어 보이지만 안정적이고 흔들리지 않는 멘탈을 갖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박철승 태릉선수촌교회 목사는 “혜진이는 4년 전 런던올림픽 대표선발전에서 아쉽게 4위에 머물렀을 때도 ‘모든 과정을 감사하게 받아들인다’며 더욱 훈련에 매진했었다”고 말했다.

좌절과 절망의 순간 그를 일으킨 것은 신앙의 힘이었다는 것이다. 모든 것이 합력하여 선을 이룬다는 성경 말씀을 굳게 믿고 있다는 얘기다. 기보배(28)와 준결승에서는 6m/s가 넘는 풍속으로 인해 3점을 쐈을 때도 장혜진은 실망하는 표정 대신 살짝 미소를 보였다. 그리고 잠시 눈을 감고 기도했다. 박 목사는 “3점을 쏜 뒤에도 자신에게 능력을 주시는 하나님을 믿고 기도한 것이 평정심을 찾은 원동력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혜진은 같은 기독 국가대표 선수들 사이에서도 신앙심이 깊기로 유명하다.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산위의교회(장병창 목사)에 아버지 장병일 집사 등 가족과 함께 출석하고 있는 장혜진은 태릉선수촌에 입촌해 기숙사 생활을 할 때도 늘 성경책을 곁에 두고 묵상하는 것이 중요한 하루 일과였다. 태릉선수촌 국가대표기독신우회장 안래현 장로는 “혜진이는 말씀에 푹 빠져 모든 것을 하나님께 맡기는 선수로 알려져 있다”며 “평소 좋아하는 성경 구절을 예쁜 손글씨로 적고 읽으며 심리적인 안정을 꾀한다. 그런 습관이 평정심을 유지하는 데 도움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수들은 가장 좋은 경기력을 발휘하기 위해 자신만의 루틴(routine)을 갖고 있다. 장혜진의 경우 활시위를 당기기 전 ‘내게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느니라’(빌 4:13)를 머릿속으로 되뇌는 것이 루틴이다. 항상 몸에 지니고 다니며 경기 전에 펼쳐보는 수첩에도 손글씨로 적은 성경 구절이 담겨 있다. 현지 경기장에선 올림픽선교위원회 실무회장을 맡고 있는 윤덕신(66) 목사가 어머니처럼 장혜진을 챙겼다. 윤 목사는 12일 전화통화에서 준결승을 앞두고 몸을 풀고 있던 장혜진을 잠시 만났다고 했다. 그는 “‘승리의 하나님을 믿고 담대하고 배짱 있게 시합하라’고 격려했고 ‘의로운 팔로 역사하시는 하나님이 퍼펙트(10점)를 쏠 수 있게 해달라’고 기도해줬다”고 전했다. 장혜진은 기도에 응답하듯 명승부를 펼치며 이번 올림픽에서 한국 선수로는 처음으로 시상대 가장 높은 자리에 두 번 올랐다. 금메달을 목에 걸고 윤 목사를 찾아온 장혜진은 “감사하다. 하나님께서 하셨다”며 감격의 포옹을 나눴다고 한다.

유복한 편이 아닌 가정의 네 딸 중 장녀인 장혜진은 부모에게 효심이 강하고 동생들도 사랑으로 보살피고 있다고 주위 사람들은 전했다. 장혜진은 올림픽 이후에도 분명 다시 새로운 꿈을 꾸기 시작할 것이다. 크리스천에게 믿음의 경주는 끝이 없기 때문이다. 그의 꿈이 어떤 형태로 새롭게 펼쳐질지 주목된다.

 

최기영 기자 ky710@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