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여성 카피라이터 1호 문애란, ‘하나님 나라’ 광고하다

하지영 제공

 

국내 여성 카피라이터 1호 문애란,

'하나님 나라' 광고하다

‘미인은 잠꾸러기’, ‘열심히 일한 당신 떠나라’, ‘쉿! 레간자’ 등의 광고 작업에 참여해 칸느 국제광고제의 은사자상, 동백국민훈장까지 받은 그에겐 국내 ‘여성 카피라이터 1호’란 수식어가 늘 따라다녔다. 그만큼 광고계에선 독보적인 존재였다. 그러나 현재 그는 소외된 이웃을 섬기는 G&M 글로벌문화재단의 대표다. 세상 속에서 치열하게 살면서 하나님의 뜻을 구하는 이들의 멘토로 살고 있다. 이제 그는 ‘하나님 나라’를 광고한다.

문애란(63) G&M 글로벌문화재단 대표 인생엔 세 번의 전환점이 있었다. 카피라이터에서 광고회사 웰콤 대표로, 광고계를 떠나 국제어린이양육기구 ‘컴패션’의 풀타임 봉사자로, 컴패션을 떠나 G&M 문화재단 대표로 살게 된 과정 마다 푯대가 된 것은 신앙이었다. 그 동력은 서른세 살 때부터 시작한 새벽기도의 영성이었다.

소명과 사명 사이 
그는 ‘인생의 환승역’에서 머뭇거리는 사람들에게 분명하게 주님을 만나라고 말했다.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이직이나 창업을 고민할 때 ‘하나님의 뜻’을 알고 싶어 합니다. 하나님의 뜻은 말씀 속에서 찾아야 합니다. 그 다음 자신이 무엇을 제일 잘하고, 무엇을 할 때 가장 즐거운지를 되짚어 보며 판단해야 합니다. 제 경우 하나님과 친밀한 관계를 유지할 때의 택한 전환점은 항상 나를 앞으로 나가게 했습니다. 주님의 인도하심을 받고 있느냐가 가장 중요합니다.” 

그에게도 일이 삶의 최우선일 때가 있었다. 일의 성공 여부에 따라서 기분이 올라갔다가 내려가기를 반복했다. 자신이 만든 광고 카피가 유행어가 되면 잠깐은 신났지만 성공하면 성공할수록 마음속엔 허무함이 들어찼다. 웃고 있어도 마음은 울고 있었다. 

“매일 새벽예배를 드리며 주님을 간절히 찾았는데 왜 그렇게 힘들었는지 생각해보면 당시엔 하나님이 어떤 분인지, 성경의 진리가 무엇인지 제대로 몰랐기 때문이었어요. 이젠 주님 안에 있는 것이 인생의 최고의 열쇠라는 것을 잘 압니다.” ‘그분 안에 있으면 될 일은 되고, 안 될 일은 안 된다.’ 그의 말이 하나님을 전하는 카피로 마음에 와 닿았다. 

하나님 나라를 광고하다 
문 대표에겐 ‘시베리안 허스키’란 별명이 있다. 하나에 꽂히면 뒤도 옆도 안 보고 앞으로만 달린다 해서 주위사람들이 그렇게 불렀다. 그러나 2006년부터 7년 동안 컴패션 풀타임 봉사자로 살면서 많은 게 달라졌다. 첫 필리핀 비전 트립을 갔을 때였다. 어린소녀 크리스티나를 안고 “내가 너를 사랑한다”고 말하려 하는데 눈물이 비 오듯이 쏟아졌다. 그때 하나님의 음성을 들었다. “내가 너를 24시간 이렇게 안고 있단다.”

“비전 트립을 다녀온 후 일보다 사람에게 관심을 두게 됐어요. 결제를 할 때 사람의 얼굴보다 결재 서류를 먼저 봤는데 이젠 ‘하나님은 저 자매를 얼마나 사랑하실까. 저 친구의 꿈은 뭘까. 저 형제는 어떤 삶을 살고 싶을까’란 생각을 하게 됐고 그런 대화를 나눠요.” 

컴패션 봉사활동을 통해 가난에 대한 생각도 바뀌었다. “컴패션에선 아이들에게 꿈이 생기면 가난에서 벗어났다고 봐요. 그런데 요즘 우리 젊은이들 꿈이 없잖아요. 가난한 상태죠. 꿈을 가져야 가난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

고통 속에서 만난 예수님 
어머니가 파킨슨병으로 십년 넘게 아프셨다. 마음을 다해 돌봐드렸다. 그런데 돌아가시기 6개월 전 너무 힘들어서 하지 말았어야 할 말을 했다. “엄마, 나 너무 힘들어 죽고 싶어.” 어머니는 돌아가실 때까지 그의 얼굴을 보지 않았다. 어머니가 돌아가신 2011년은 암흑의 시간이었다. 너무 슬픈데 죄책감에 눈물이 한 방울도 나오지 않았다. 심한 우울증에 빠졌다. 

“그때 제 기도는 한 가지였어요. 하나님과의 관계가 끊어지지 않게 해주세요. 다른 것은 아무 소용없다고요. 성경 말씀을 필사하던 어느 날, 환상처럼 주님이 지옥의 끝에서 저에게 ‘나 외에 다른 것을 원하는 게 있느냐’고 물으셨어요. 0.1초도 고민하지 않고 ‘주님 이외엔 아무것도 원하는 게 없다’고 고백했어요. 눈물이 폭포수같이 쏟아지고 놀라운 마음의 평화가 찾아 왔어요. 진짜 다이아몬드를 손에 쥔 난 다른 건 아무것도 필요하지 않았어요.”

문 대표는 ‘소명’이란 하나님이 주신 명령이 아니라 하나님과의 친밀한 관계를 의미한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들이 성경공부 할 시간이 없다, 예배드릴 시간이 없다, 기도할 시간이 없다고 말하는데 하나님과 만나는 시간을 의지적으로 떼어 놔야 합니다. 하나님과 나와의 관계가 유지될 때 하고자 하는 뜻을 이룰 수 있습니다. 제 삶을 통해 검증된 은혜입니다.” 

말씀을 가까이 하길 바라는 그는 종교개혁 500주년을 맞아 G&M 글로벌문화재단이 한국어로 된 오디오 드라마 성경 앱을 제작해 3월 무료로 공급한다고 귀띔해주었다. 말씀을 가까이하는 것이 주님을 가까이 할 수 있는 첫 걸음이다. G&M 글로벌문화재단은 소외된 이웃을 섬기며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문화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모인 공동체로 함께 배우고 행하고 가르칠 수 있도록 돕는 곳이다. 

국민일보       이지현 선임기자 jeeh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