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 과학이 밝혀 낸 장수 비결
어떻게 하면 건강하게 100년을 살 수 있을까? 유사 이래 수많은 장수비법들이 나타나고 사라졌다. 17세기 유럽에선 당대 최고의 과학자들이 수은을
- 장수의 만병 통치약으로 믿고 장기 복용하기도 했다.
요즘도 갖가지 생약이나 자연에서 찾아낸 신비의 영약들이 수백만 원씩에
- 거래되고 있다. 그러나 과학으로 입증된 장수 방법은 그리 특별하지 않다.
적게 먹고, 마음을 긍정적으로 가지며, 배우자와 함께 좋은 환경에서 사는
- 것 등 대부분은 누구나 실천할 수 있는 방법들이다. 현대과학이 밝혀낸
- 장수의 비결 7가지를 소개한다.
1. 소식(小食)
현재까지 알려진 가장 확실한 장수 방법이다. 지난 70여 년간 물고기, 파리, 쥐, 원숭이 등 수많은 동물 실험에서 수명연장효과가 입증됐다. 미 국립보건원(NIH)이 붉은털원숭이를 두 그룹으로 나눠 관찰한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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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식사량을 30% 줄인 그룹은 정상적인 식사를 한 그룹에 비해 사망률은 8%, 암·심장병·당뇨·신장병등 노화 관련 질환 발병률은 18% 더 낮았다. 쥐 실험에선 식사량이 30% 줄면 수명이 최대 40% 늘어났다.
사람 대상 연구에서도 효과는 입증되고 있다. 최근 미국 루이지애나 주립대 연구팀이 입원 환자들을 조사한 결과, 적게 먹는 환자들은 인슐린 수치와
- 체온이 낮고 DNA손상도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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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가지는 모두 장수의 지표로 알려진 수치들이다. 같은 대학 연구팀이 48명의 건강한 성인을 대상으로 6개월간 실시한 실험에서도 식사량을 25% 줄인 그룹의 인슐린 수치가 정상식사를 한 그룹에 비해 낮았다.
소식과 장수의 연결고리는 세포들이 느끼는 위기감이다. 세포는 평상시 자기보존과 세포재생에 에너지를 나눠 쓴다. 식사량이 적어지면 생존의 위기감을 느낀 세포들은 재생에 쓰던 에너지까지 유지보수 쪽에 투입하기 때문에 세포 소멸이 줄어들고 이는 곧 수명 연장으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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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론 무조건 적게 먹는 것이 최선은 아니다. 식사량을 크게 줄이는 대신 비타민, 미네랄 등 필수영양소는 충분히 섭취해야 한다.
2. 저(低)체온
2006년 11월 세계적 과학잡지 ‘사이언스’에 동물실험에서 밝혀진 새로운
- 장수 방법이 공개됐다. 뇌, 심장 등 신체 내부 장기(臟器)의 온도인 ‘심부체온(深部體溫)’을 낮추면 수명이 늘어난다는 연구결과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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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 스크립스 연구소 브루노 콘티 박사팀이 유전자 조작으로 쥐의 체온을 0.3~0.5℃ 낮춘 결과, 수컷은 12%, 암컷은 20% 수명이 연장됐다는 것.
- 이를 인간의 나이로 환산하면 7~8년에 해당한다. 콘티 박사는 ‘헬스데이뉴스’지와의 인터뷰에서“이번 연구는 소식 외에도 수명을 연장하는 또 다른 방법이 있음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저체온이 장수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은 사람 대상 연구에서도 입증된 바
- 있다. 미 국립노화연구소(NIA) 조지 로스 박사팀이 ‘볼티모어 노화연구
- (BLSA)’ 참가자 718명을 조사한 결과, 체온이 낮을수록 수명이 더 길었다.
과학자들은 체온이 낮아지면 체온 유지에 들어가는 에너지가 줄어들고, 에너지 생성 과정에서 발생하는 노화물질 ‘활성산소’도 그만큼 감소하기 때문으로 추정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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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에 따라 과학자들은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하는 역할을 하는 뇌 속 ‘시색전부(Preoptic area)’에 체온이 높아진 것처럼 거짓 신호를 보냄으로써 결과적으로 체온을 떨어뜨리는 방법들을 연구하고 있다.
3. 적절한 자극
미국 정부의 의뢰를 받은 존스홉킨스대학 연구팀이 1980년부터 9년간 8개 핵 잠수함 기지 조선소에서 일하는 근로자 2만 7872명과 일반 조선소 근로자 3만2510명을 추적조사한 결과, 핵 기지 근로자들의 전체 사망률이 24% 더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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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혈병 등 각종 암과 순환기?호흡기계 질환에 의한 사망률도 마찬가지로 낮았다. 방사선과 전문의들을 대상으로 한 장기간의 추적조사도 결과는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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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옥스포드 의대 리차드 돌 교수가 1897~1979년 82년간 영국에서 배출된 남성 방사선과 전문의 2698명을 1997년까지 추적조사한 결과, 일반인들에 비해 사망률이 28% 더 낮게 나왔다.
적은 양의 방사선과 같은 적절한 외부 자극은 인체 면역체계를 활성화시켜 장수에 도움이 된다. DNA 수리효소와 열충격단백질(HSP) 등이 외부 자극 회복에 필요한 정도 이상으로 많이 분비되면서 기존에 입었던 작은 손상들
- 까지 모두 치유하기 때문이다.
4. 성공과 학력
런던대(UCL) 공중보건과 마이클 마멋 교수가 1997~1999년 영국 20개 부처 공무원 5599명을 조사한 결과, 소득수준이 가장 높은 그룹은 최하층에 비해 대사증후군(고혈압·뇌졸중·심장병 등이 복합적으로 나타나는 증상) 유병률이 2~4배 낮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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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멋 교수는 상급자들은 삶에 대한 지배력과 사회 참여의 기회가 더 많기
- 때문에 더 오래 산다고 설명했다. 고학력일 수록 오래 산다는 연구도 있다. 런던정경대(LSE) 사회정책학과 마이클 머피 교수팀이 러시아인 1만440
- 명을 조사한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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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 졸업자는 초등학교 졸업자보다 기대수명이 11년 더 길었다. 고학력
- 일수록 사회적으로 성공할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학력이 높으면 더 오래
- 사는 이유를 생리적 요인에서 찾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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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뇌의 용적과 뉴런의 숫자로 결정되는 ‘두뇌보유고(Cognitive Reserve)’가 높을수록 치매 등 노화에 따른 뇌세포의 퇴행에 더 잘 버틴다는 것이다. 두뇌보유고의 고저(高低)는 선천적 요인이 크게 작용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후천적 노력이다.
뇌의 능력은 20대 중반에 최고조에 이른 뒤 계속 내리막길을 걷기 때문이다. 건강한 노년을 보내고 장수하려면 중년 이후 두뇌운동과 육체적 운동을 꾸준히 해서 두뇌보유고를 높여야 한다.
5. 긍정적 태도
미국 듀크대의대 정신과 연구팀이 1960년대 중반 노스캐롤라이나대학에
- 입학한 6958명을 대상으로 다면적 인성검사(MMPI)를 실시한 뒤 2006년
- 까지 40여 년간 추적조사한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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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긍정적인 태도를 지닌 2319명은 가장 부정적인 2319명에 비해 평균
- 수명이 42% 더 길었다. 2004년 예일대 연구팀이 발표한 논문에서도 긍정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은 부정적인 사람보다 7.5년 더 오래 사는 것으로 나타났다.
긍정적인 사람은 청력(聽力) 소실과 같은 노인성 질환 발병률도 낮았다. 예일대의대 베카 레비 교수가 뉴헤이븐 지역에 거주하는 70세 이상 노인 546명의 청력을 36개월 주기로 검사한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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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화에 대해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노인들은 부정적인 그룹에 비해 청력
- 손실도가 11.6% 낮았다. 긍정적인 태도는 스트레스 호르몬 ‘코르티졸’ 수치를 낮춰 면역성 질환, 알츠하이머병, 심장병 등에 걸릴 확률을 낮추는 효과가 있다.
6. 배우자
배우자, 자녀, 친구, 이웃 등과의 친밀한 관계는 수명을 연장한다. 울산대의대 예방의학교실 강영호 교수팀이 1998년부터 6년간 30세 이상 성인 543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미혼자는 기혼자에 비해 사망률이 6배 높았다.
- 미국 시카고대학 노화센터 린다 웨이트 박사가 중장년층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서도 심장병을 앓고 있는 기혼 남성은 건강한 심장을 가진 독신남성
- 보다 4년 정도 더 오래 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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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내와 함께 사는 남성은 매일 한 갑 이상 담배를 피워도 비(非)흡연 이혼
- 남성 만큼 오래 산다는 연구도 있다. 친구도 도움이 된다. 호주 연구팀이
- 70세 이상 노인 1477명을 10년간 추적조사한 결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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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우관계가 가장 좋은 492명은 하위 492명에 비해 22% 더 오래 살았다.
- 대화할 상대, 어려울 때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있으면 두뇌활동과 면역
- 체계가 활성화된다. 스트레스에도 더 잘 대처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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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심리적인 효과 외에도 함께 사는 배우자나 자식 등으로부터 받는 건강
- 정보와 경제적 지원 등도 장수를 돕는다.
7. 주거 환경
하버드대 공중보건대 연구팀이 보스턴의 부유한 지역과 가난한 지역 거주자들의 사망률을 조사한 결과, 부촌(富村) 거주자의 사망률이 39% 더 낮았다. 영국 글라스고의 가난한 지역 거주자들은 기대수명이 54세에 불과하다는
- 조사결과도 있다.
주변환경이 나쁘면 노화의 징후도 빨리 온다. 워싱턴 의대 마리오 슈트먼
- 박사팀이 세인트루이스 지역에 거주하는 563명을 조사한 결과, 소음과 대기오염이 적은 지역 거주자들은 주거환경이 나쁜 지역 사람들보다 하반신 기능장애가 올 확률이 67.5% 낮았다.
미 국립노화연구소(NIA) 조지 캐플런 박사팀이 캘리포니아 알라메다 지역
- 55세 이상 883명을 조사한 결과, 교통·소음·범죄·쓰레기·조명·대중교통 등 주거환경이 좋은 그룹은 나쁜 지역 거주자보다 신체 기능성 테스트에서 55.2% 더 높은 점수를 받았다.
/ 최현묵기자 seanch@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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