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기를 먹는 게 좋나요, 안 먹는 게 좋나요?’
50대, 단백질·육류 더 많이 먹어야
권용욱(權鏞頊 )박사의 건강 칼럼
⊙ 50세. 서울대 의대 졸업. 서울대 의대 석·박사. 동국대 의대 재활의학과 교수 역임.
現 AG클리닉 원장 겸 서울대 의대 초빙교수.
⊙ 저서: 《나이가 두렵지 않은 웰빙건강법》 《20세의 몸으로 100세까지》
《99세까지 88하게 사는 법》 등.
50대, 단백질·육류 더 많이 먹어야
권용욱(權鏞頊 )박사의 건강 칼럼
⊙ 50세. 서울대 의대 졸업. 서울대 의대 석·박사. 동국대 의대 재활의학과 교수 역임.
現 AG클리닉 원장 겸 서울대 의대 초빙교수.
⊙ 저서: 《나이가 두렵지 않은 웰빙건강법》 《20세의 몸으로 100세까지》
《99세까지 88하게 사는 법》 등.
50대는 단백질을 더 많이 먹어야 하지만, 삼겹살 등 기름이 많은 부위는 피하는 것이 좋다
‘고기를 먹는 게 좋나요, 안 먹는 게 좋나요?’
10년 전 노화방지클리닉을 개설한 이후 나를 찾은 고객들에게 가장 많이 받았던 질문이다. 웰빙이 대세가 된 최근에는 그 빈도가 더 많아지고 있다. 웰빙 바람에 이은 채식 열풍에, 잊을만하면 보도되는 ‘육류 섭취가 인체에 좋지 않다’는 기사 때문으로 추정된다.
얼마 전에는 육식을 끊고 채식만 하면 고혈압 같은 만성질환을 완치할 수 있다는 얼토당토않은 의사의 주장이 공중파 방송을 탈 정도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맛이 좋아 먹고 싶기도 하고, 먹고 나면 기운이 나는데도 찜찜해서 고기를 먹지 않는다는 사람들이 있다. 몸에 병이 없고 건강한 사람들이 이럴진대, 암이나 심장병, 당뇨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의 육류에 대한 불안감은 어떨지 짐작이 간다.
육류 섭취는 건강에 해로운 것일까? 육류 섭취와 건강의 관계를 자세히 파헤쳐보자.
먼저 육류 섭취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방송 보도를 분석해 보면 대체로 이런 논리다. 최근 들어 국내에서 심장병, 대장암, 전립선암, 유방암 발생이 늘었는데 이는 모두 육류 섭취가 늘었기 때문으로 결국 육류 섭취를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고기를 많이 먹는 습관과 심장병, 대장암, 전립선암, 유방암의 발생이 상관관계에 있는 것은 분명해 보인다.
그렇지만 육류 섭취 증가에 의한 긍정적인 면을 간과해선 안 된다. 육류 섭취 증가 이후 몇 가지 질병이 늘긴 했지만 우리나라 사람들의 체격이 좋아지고 체력이 향상됐다. 더 중요한 사실은 평균수명이 늘었고 건강상태가 많이 호전됐다는 점이다. 이는 육류 섭취로 인한 단백질 섭취량의 증가로 영양상태와 면역능력이 좋아져 결핵이나 폐렴 같은 영양결핍에 의한 후진국형 질병에 의한 사망률이 감소했기 때문이다. 아직까지는 실보다 득이 많다는 소리다.
동물성·식물성 단백질 같이 먹어야
고기를 먹어야 하는 이유는 단백질 섭취 때문이다. 단백질은 고기와 생선에 있는 동물성 단백질과 콩이나 곡류에 들어 있는 식물성 단백질로 구분된다. 단백질은 아미노산들의 사슬로 이루어져 있는데 아미노산은 근육, 인대, 장기의 중요한 구성 성분이며 뼈의 성장에도 중요하고 효소와 호르몬을 만드는 데도 필요하다. DNA의 유전정보도 단백질이 없으면 제대로 전달되지 못한다.
아미노산은 우리 몸에서 만들 수 있는 비필수아미노산과 우리 몸에서 만들 수 없어 음식으로 섭취해야 하는 필수아미노산으로 나뉜다. 필수아미노산은 히스티딘, 알기닌, 이소루신, 알라닌, 루신, 라이신, 페닐알라닌, 발린, 메티오닌, 트립토판, 트레오닌, 세린, 티로신이며, 비필수아미노산은 아스파라긴, 아스파라긴산, 글루타민, 글루타민산, 시스테인, 프롤린, 글리신이다.
단백질의 질로 따지면 동물성 단백질이 식물성 단백질보다 우리 몸에 필요한 아미노산을 훨씬 더 많이 함유하고 있어 우수하다. 동물의 체조직이 인간과 더 비슷하기 때문에 인간에게 필요한 모든 필수아미노산을 적당한 비율로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육류는 그러나 근육 사이사이에 지방이 끼어 있어 고기를 많이 먹으면 해로운 포화지방산도 덩달아 많이 먹게 되어 심혈관질환의 위험이 커지며 신장질환과 통풍이 생길 수도 있다.
반대로 식물성 단백질은 포화지방산의 위험은 없지만 인체가 필요로 하는 필수아미노산을 골고루 포함하고 있지 못하다. 곡류, 콩류, 견과류, 씨앗류, 감자 등은 단백질이 풍부한 식물성 식품이지만 한두 가지 필수아미노산이 부족한 경우가 많다. 따라서 서로 보완이 되는 음식을 함께 먹어 부족한 필수아미노산을 채워야 한다.
충분한 단백질 섭취의 중요성은 세계적인 장수 지역의 식단을 살펴보아도 알 수 있다.
‘지중해 식단’과 함께 세계 최고의 장수 식단으로 유명한 일본의 ‘오키나와 식단’의 특징 중의 하나가 충분한 육류 섭취다. 해산물과 채소 위주의 건강식품 중심, 배불리 먹지 않고 80% 정도만 먹는 소식(小食) 습관과 함께 오키나와 식단의 특징을 설명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본토의 5배에 달하는 돼지고기 섭취량이다. 각종 향신료와 전통 술 등을 넣고 6시간 이상 푹 삶는 오키나와 전통 방식에 따라 돼지고기를 조리하는데, 이렇게 할 경우 몸에 해로운 나쁜 지방은 많이 줄어들고 몸에는 좋지만 맛은 퍽퍽한 살코기도 맛이 좋아지는 것이다. 오키나와 사람들의 장수가 주목받는 것은 단순히 오래사는 장수가 아니라 ‘생애현역’이라는 말로 표현되는 건강하고 활력이 있는 장수라는 점 때문이다. 그 바탕에는 돼지고기를 많이 먹는 데 따른 충분한 단백질 섭취가 있는 것이다.
또 다른 장수촌으로 유명한 중국 신장 지역의 경우 삶은 양고기를 충분히 섭취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고, 지중해의 장수 지역인 이태리의 사르데냐 섬사람들은 염소 젖과 고기를 충분히 섭취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 사람의 육류 섭취는 미국인의 3분의 1
이렇게 육류 섭취로 인한 실보다 득이 많은데도 이런 보도가 자주 나오는 것은 미국이나 유럽 국가의 연구결과나 보도자료를 아무런 가감 없이 그대로 인용하기 때문이다. 즉 육류 섭취가 매우 많아 비만이 사회적 문제가 되고 심장병이나 암 발생률이 높다는 내용이다.
이는 당연한 결과다. 미국의 경우 고기를 주식으로 하는 육류 문화권으로서 1인당 연간 육류 소비량이 115kg으로 우리나라 사람 평균의 3~4배 정도다. 게다가 동물성 지방 섭취량과 식물성 지방 섭취량의 비율이 8:2로 건강에 좋지 않은 동물성 지방 섭취량의 비율이 월등히 높다. 그야말로 육류의 과다섭취 상태이고 그로 인한 건강상의 문제가 심각하다 보니 육류와 동물성 지방 섭취를 대폭 줄여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1인당 연간 육류 섭취량이 30~40kg 정도이고 동물성 지방과 식물성 지방 섭취 비율도 3:7 정도로 큰 문제가 없는 상태이다. 따라서 미국이나 유럽의 문제를 바로 우리나라에 적용해서 호들갑을 떠는 것은 옳지 못한 태도라고 할 수 있다. 다만 경제성장과 함께 육류 섭취량이 꾸준히 증가하고 있으므로 미리 대책을 세우고 바른 식습관에 대해서 교육을 하는 것은 국민건강을 위해 필요한 일이다.
끼니마다 나눠 고기 섭취하는 것이 좋아
더 나아가 육류 섭취량을 전 국민 평균으로 볼 것이 아니라 세대별로 나누어서 분석해 볼 필요도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어려서부터 육류 섭취를 많이 하지 않은 50세 이상 성인들의 경우 육류 섭취량이 상대적으로 더 적은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반면 경제발달 이후에 태어난 젊은 세대들의 경우 육류 섭취량이 상대적으로 높다. 물론 한참 성장기에 있는 청소년들의 경우 활발한 신진대사와 성장에 필요한 단백질 요구량이 높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많은 육류 섭취가 필요하지만 일부 청소년과 청년층에서는 과도한 육류 섭취가 문제가 되기 시작했다.
이는 세계 최장수 지역이었던 일본의 오키나와가 이미 경험하고 있는 현상이다. 1970년대 이후 급속도로 보급되기 시작한 자동차로 인한 운동량 부족과 패스트푸드 범람에 따른 육류와 나쁜 지방 섭취의 증가가 1960년대 이후 태어난 지금의 청장년층 심장병과 당뇨병 증가로 이어지고 이것이 그 이전 세대가 높여 놓은 평균 수명을 갉아먹고 있는 것이다. 이는 비슷한 과정을 겪고 있는 우리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필자가 외래에서 조사해 보거나 여러 보고서를 종합해 보면 우리나라의 50대 이상은 아직도 단백질과 육류 섭취가 부족하다. 줄여야 할 것은 지나친 밥이나 국수 같은 탄수화물 섭취이지 고기는 좀 더 먹어도 괜찮은 수준인 것이다.
결국 여러 연구를 종합해 보면 지나친 육류 섭취는 건강에 해롭지만 적당한 섭취는 건강과 노화방지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건강에 있어서 거의 모든 것이 그렇듯이 지나친 것도 모자란 것도 모두 좋지 않은 것이다.
문제는 어느 정도가 적당한 양인가 하는 것이다. 보통 일주일에 2~3번 정도면 충분하다고 얘기하지만 여기에도 모호한 점이 있다. 한번에 어느 정도 섭취해야 하는지가 명확하지 않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회식을 하거나 집에서 고기를 구워먹을 때 한번에 몰아서 먹는 습관이 있는데 이것은 좋지 못한 섭취법이다. 식사 때마다 조금씩 나누어서 섭취하는 것이 좋다.
우리나라 사람들의 칼로리 섭취 내용을 분석해 보면 탄수화물:단백질:지방 비율이 65:15:20 정도라고 한다. 그런데 노화방지의학에서는 이 비율을 40:30:30이 적당하다고 얘기한다. 밥이나 빵, 설탕 같은 탄수화물 섭취를 줄이고 육류와 생선, 식물성 지방에 들어 있는 단백질과 좋은 지방을 많이 섭취하는 것이 젊음과 활력을 오래 유지하는 길이라는 것이다. 개인적인 편차가 있겠지만 평균적으로 볼 때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아직 육류 섭취를 통한 단백질 섭취를 더 늘려도 되는 것이다.
건강하게 고기 먹는 법
적당한 육류 섭취는 건강에 도움이 된다고 했으니 현명하게 육류를 섭취하는 법을 알아보자.
▲붉은 고기보다는 흰 고기를 먹자. 소고기, 돼지고기 등 붉은 고기보다는 닭고기, 오리고기, 칠면조 등 흰 고기가 지방질이 적어 더 좋다.
오리고기가 좋다고 하니까 어떤 분들은 오리기름까지도 좋은 줄 알고 있는데 이는 잘못된 생각이다. 오리기름은 소고기나 돼지고기에 비해 불포화지방산 함량이 조금 더 높아 덜 해로울 뿐이다. 이는 보신탕 즉 개고기에도 그대로 적용되는 얘기다.
▲부위 선택이 중요하다. 같은 고기라도 갈비, 꽃등심, 삼겹살처럼 지방이 많은 부위를 피하고, 맛은 없지만 퍽퍽한 살코기를 먹으면 포화지방산의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좋은 아미노산을 섭취할 수 있다.
닭고기와 오리고기는 껍질에 지방이 많으므로 껍질을 없애고 먹으면 안전하고 가슴살은 지방이 전혀 없어 노화 방지에는 가장 좋은 부위이다.
▲조리 방법도 중요한데 튀기거나 볶는 것보다는 삶거나 구워먹는 것이 지방 섭취를 줄일 수 있다. 우리나라의 수육은 오키나와의 돼지고기 요리만큼 좋은 조리법이다. 물론 이때도 기름을 제거하고 먹는 것이 좋다. 삶으면 지방이 줄어들기는 해도 완전히 없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채소와 과일을 많이 먹는다. 고기를 먹을 때는 채소나 과일을 같이 먹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육류에 들어있는 효소는 조리 시 쉽게 파괴되는데 채소와 과일에 있는 효소를 이용, 소화를 돕도록 하는 것이다.
▲고기 대신 생선이나 해산물을 먹자. 생선이나 굴, 새우, 전복 등 해산물은 육류와 거의 비슷한 양의 단백질을 함유하고 있으며 해산물에 들어 있는 불포화지방산은 건강에 좋은 성분이다.
노화방지의학에서 사용하는 중요한 세 가지 치료법을 꼽으라면 호르몬균형요법, 항산화제요법, 그리고 생활습관 교정요법이라 할 수 있다.
호르몬균형요법은 노화로 인해 부족해진 좋은 호르몬은 보충하고, 많을 경우 노화를 촉진시킬 수 있는 나쁜 호르몬들은 감소시켜 호르몬의 균형을 젊은 사람 수준으로 유지하는 치료법이다. 호르몬균형요법은 노화과정을 지연시키고 노화의 증상을 개선시켜 이미 노화된 사람들도 생체나이를 10년 정도 되돌릴 수 있는 치료법이다. 호르몬이라는 것이 워낙 미량으로도 큰 변화를 나타내고 잘못 치료할 경우 부작용도 발생할 수 있는 물질이다 보니, 전문병원에서 호르몬치료에 경험이 많은 전문의에게 치료를 받아야 하는 것은 당연한 상식이다.
항산화제요법의 경우, 호르몬균형요법보다 즉각적인 효과가 약하고 그러다 보니 부작용도 거의 없는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 치료법 역시 전문가의 검사와 평가에 따른 처방을 받으면 효과가 최대로 될 것이다. 최근에는 피로회복과 노화방지를 위해서 비타민 주사, 마늘주사, 리포아란 주사, ABC 주사 등 항산화제 종류에 따른 치료법이 유행하고 있기도 한데 이들 치료법을 총칭해서 정맥영양주사요법(Intravenous Nutrition Therapy)이라고 하며, 역시 병원에서 전문가의 처방을 받아야 한다.
생활습관의 중요성
적당한 운동, 바른 식습관과 수면습관, 스트레스 관리 등을 포함하는 생활습관 교정요법의 경우 잘못해도 크게 위험하지 않고 특별한 부작용도 없으므로 스스로 알아서 실천하면 된다. 물론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자신의 상태에 꼭 맞는 처방을 받는다면 가장 좋을 것이라는 점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세 가지 치료법 중에서 ‘어느 것이 가장 중요하냐’는 질문을 가끔 받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역시 좋은 생활습관이다. 전문가마다 조금씩 다른 주장을 펴고 정확한 계량이 어렵긴 하지만 좋은 환경과 생활습관을 유지하면 수명이 20~30년 정도 연장되는 것으로 노화방지의학에서는 보고 있다. 반면에 호르몬균형요법이나 항산화제요법 등 첨단 의학의 도움을 받아 봐야 10~20년 정도 수명연장 또는 생체나이 되돌리기 효과가 있을 뿐이다.
좋은 생활습관이 노화방지 치료보다 더 중요하다고 얘기해 주면 ‘역시 밥 잘 먹고 운동하는 것이 보약이지 노화방지 치료가 무슨 소용 있어?’라고 얘기하는 황당한(?) 주장을 펴는 사람이 있다. 담배를 끊고 술을 줄이는 것이 성장호르몬 치료를 받는 것보다 더 중요하고 노화방지와 수명연장 효과가 크다는 뜻이지 노화방지 치료가 필요 없다는 뜻이 아니다. 전문가들이 모두 동의하는 가장 이상적인 노화방지, 수명연장법은 좋은 생활습관의 바탕 위에 적절한 항산화제와 호르몬균형요법을 더하는 것이다.
담배 피우고 장수한 사람들, 담배에 강한 유전자 갖고 태어난 것
필자가 어떤 강연에서 ‘당분을 많이 섭취하면 노화방지에 좋지 않다’고 했다. 어떤 분이 ‘자기가 아는 사람은 나이가 80세인데 매일 설탕을 몇 스푼씩 먹어도 건강하다’고 답했다. 이미 상식이자 진리가 되어 버린 ‘담배가 해롭다’는 말에도 반론을 제기하는 이들이 있다.
자기가 아는 이는 하루 두 갑씩 40년을 피웠는데 아주 건강하다는 둥, 윈스턴 처칠은 과음에 줄담배를 즐겼는데도 91세까지 살았다는 둥의 얘기다. 자기가 경험한 몇 가지 사례를 가지고 결론을 내리는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인데 의학에서 흔히 볼 수 있다.
최근 중국 사람들 사이에서는 ‘담배만 피우면 83세까지 살고, 술과 담배를 다 하면 90세까지 산다’는 말이 회자된다고 한다. 담배만 피우던 모택동이 83세까지 살았고, 술과 담배를 모두 즐긴 등소평이 90세까지 살아서 나온 말이라고 한다. 이는 그들이 가진 유전자와 연관있을 것이다.
가령 처칠이나 등소평은 술과 담배에 강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었을 가능성이 높다. 세계 최고령자로 기록된 프랑스 여인 잔 칼망도 말년까지 담배를 즐긴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렇게 담배를 피우고도 오래 산 사람이 있는가 하면 간접흡연만으로도 폐암에 걸리는 사람도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유전자를 시한폭탄에, 생활습관을 스위치에 비유한다. 유전자의 종류와 침투도에 따라 아무리 조심해도 일찍 터지는(발병하는) 폭탄이 있기도 하지만 대부분의 폭탄은 스위치를 누르지만 않으면(좋은 생활습관을 유지하면) 죽을 때까지 터지지 않을 수도 있고 터지는 시간을 늦출 수가 있다.
결국 유전자가 중요하고 수많은 생활습관과 환경적 요인이 상호 작용해 질병 발생, 노화, 수명이 결정되는 것이다.
체질검사를 맹신하지 말자
생활습관에 대한 강의나 상담을 하다 보면 자신에게 어떤 음식이 좋고 나쁜지를 알려달라는 주문을 꽤 받는다. 어떤 사람은 체질검사를 했더니 자신에게는 특정 음식이 맞지 않는다고 나왔다면서 그 음식을 먹지 않는다. 필자에게 현재 치료받는 환자가 그런 케이스였다. 고기를 좋아하고 고기를 먹지 않으면 기운이 없다고 하면서도 고기를 먹지 않고 있었다. 그 이유가 체질검사에서 고기를 먹지 말라고 했기 때문이란다.
체질검사라는 것이 별 근거가 없는 검사이고 나이가 들수록 충분한 단백질 섭취가 활력과 젊음 유지에 중요하므로 지방이 없는 부위는 안심하고 드시라고 권유했다. 체질검사 때문에 찜찜해하면서도 과학적 설명을 듣고 고기를 다시 먹기 시작했더니 활력이 생기고 건강이 많이 향상됐다.
사람마다 체질이 다르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다. 그러다 보니 체질에 따라 음식을 달리 먹어야 하고 약을 달리 써야 한다는 말이 상당히 설득력 있게 들린다. 이것은 현대의학에서도 인정하고 있는 부분이다. 이미 몇백 년 전에 간파한 우리 조상들의 현명함에 존경을 표한다.
문제는 그 체질을 어떻게 정확히 파악하느냐 하는 방법론이다. 생김새를 보고 체질을 파악하거나 오링테스트 같은 방법으로 하는 것은 너무 단순하고 근거가 부족하며 검사의 일관성과 재현성이 부족하다.
현대의학에서는 체질을 유전자로 파악하고 있다. 사람마다 수억 개로 이루어진 유전자의 조합이 다르고 이 다른 조합이 유전적 다양성, 즉 다양한 체질을 만든다.
‘어떤 사람은 왜 담배를 많이 피우고도 건강하고 어떤 사람은 그렇지 못한가?’, ‘어떤 집안 사람들은 왜 특정한 암에 잘 걸리는가?’ 하는 의문이 게놈프로젝트가 완성되고 나서 하나둘씩 풀리고 있다. 이제 첫 발짝을 뗀 정도지만 어떤 유전적 변이가 특정 질병의 발병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 조금씩 밝혀지고 있다.
유전체와 질병 발생 다음으로 학자들이 연구하고 있는 것이 어떤 약물에 대한 개개인의 반응이다. 즉 어떤 병에 걸렸을 때 어떤 약을 투여하면 가장 잘 듣는지 또는 부작용이 없이 안전한지 여부를 알아보는 것이다. 이것을 약물유전체학(pharmacogenomics)이라고 한다. 그 다음 단계가 바로 어떤 음식과 영양소가 내 몸에 잘 맞는지를 알아보는 것이다. 이것을 영양유전체학(nutrigenomics)이라고 한다. 아쉽게도 아직은 실험실 단계인데 조만간 보편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런 유전체 검사를 하기 전에는 어떤 음식이 내 몸에 잘 맞고 안 맞는지를 정확하게 측정할 수가 없다. 그때까진 그저 일반적으로 좋다고 알려진 음식을 먹어 보는 수밖엔 없다.
먹어 보고 소화가 잘되고 힘이 난다면 나한테 맞는 음식이고 몇 번 먹었는데 먹을 때마다 소화도 안되고 좋지 않았다면 나한테 맞지 않는다고 판단해야 할 것이다. 근거가 불확실한 체질검사로 몸에도 좋고 좋아하는 음식을 지레 포기하지 말자는 말이다.
티끌 모아 태산의 심정으로
생활습관 교정요법의 어려움 중에 하나는 효과가 천천히 나타난다는 것이다. 흡연, 과음 등 나쁜 생활습관은 한 번에 몸을 노화시키는 것이 아니라 가랑비에 속옷 젖듯이 서서히 몸을 노화시킨다. 반면 운동, 숙면, 좋은 식습관 등은 ‘티끌 모아 태산’이라는 속담처럼 서서히 몸을 건강하게 만든다.
몇 번 또는 며칠 나쁜 생활습관 때문에 단번에 노화되는 것이 아니라 서서히 누적되어서 피해나 효과가 나타나므로 젊어서부터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렇게 얘기하면 이미 나이가 많은 분들은 이제 와서 담배를 끊거나 술을 줄이는 것이 무슨 소용 있겠냐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피해나 효과는 결국 누적량에 비례하므로 어느 시점에서라도 나쁜 습관을 버리고 좋은 습관을 시작하면 수명이 연장되고 노화가 지연될 수 있다. 실제로 클리닉에서 치료를 해 보면 우리 몸은 의외로 잘 변하는 성질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몇십 년 담배를 피워서 동맥경화가 상당히 진행되어 있던 분들도 담배를 끊고 항산화제를 투여하고 성장호르몬 보충요법 등을 6개월 정도 실시하면 혈관이 10년 정도 건강해지는 것을 볼 수 있다.
아직도 담배를 피우고 있다면 지금 당장 끊기를 권한다. 운동을 하지 않고 있다면 당장 시작하자. 늦었다고 생각될 때가 가장 빠른 때라는 것이 우리 몸만큼 잘 적용되는 곳도 없기 때문이다.⊙ / 월간조선
글 보낸이: 라 종 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