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무한 인생

지난주에 한 모임에서 어떤 분이
지금 어떤 일을
새로 시작하는데 자신은
아무 것도 없다하면서
풍자적인 시 한편을 낭송했다.

‘인생이란 없고 없고
없고 없다가 없어지는 것…

어릴 때는 철이 없고,
청년 때는 정신없고,
장년이 되어서는 틈이 없고,
그리고 노년이 되어서는
형편없다가
결국 이렇게 없어지는 것이
인생이라…’


나는 그 시를 들으면서
많은 부분에서 동감을 하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런 인생이 되지 않기 위해서
어떻게 살아야 할 것인가를
생각해 보았다.

이스라엘 역대 왕 중에서
가장 지혜로웠다는
솔로몬은 왕이 된 후에
가장 먼저 1,000번의 제사를 드리자

하나님이 그의 소원을 묻자
그는 오로지 백성들을
잘 다스릴 수 있도록 지혜로운
마음을 달라고 했다.

하나님은 백성을 그토록
사랑하는 그의 마음이
너무나 대견스러워 그가 구하지 않았던
부와 영광까지 주셨다.

솔로몬은
말 그대로 지혜의 왕이었다.
주신 지혜로 백성들을
잘 통치하였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본인은 지혜롭게 살지 못했다.
이것이 사람의 한계란
말인가.


그는 왕이 피해야 할 세 가지,
많은 군마와 많은 아내
그리고 자신을 위한 은과 금을 조심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많은 군대를 만들었고
많은 후궁과 첩을 두었고
많은 부를 갖고
온갖 유흥과 무절제한 생활을 하다가

만년에 가서야
전도서라는 시를 통해 헛되게
살아 왔던 자신의 삶을
이렇게 고백했다.

헛되고 헛되며 헛되고 헛되니
모든 것이 헛 되도다

사람이 해 아래서 수고하는
모든 수고가 자기에게 무엇이 유익한고
그런데 이러한 고백은
솔로몬만도 아니요
맥베드만 했던 것이 아니다.

누구든지
분수를 모르고 욕심을 내며
살아갈 때 그 시처럼
결국 허무하고
형편없는 인생이 될 것이다.



김동인님의
<무지개> 소설을 보면
한 소년이
무지개를 보고 잡으려고 종일 다녔지만

저녁이 되어
그것이 헛된 것임을 알게 된다.

그 소년처럼 오늘도
그림자 같은 허상을 쫓아가며
자신의 야망과 욕심을 채우기 위해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지금 당장에는
무엇인가가 쌓여지는 것 같지만

인생의 겨울에 가서야
자신은 평생 허깨비를 따라간
것임을 알고
얼마나 통탄해하며
슬퍼하겠는가.


이런 허깨비 인생이
되지 않으려면
지금 당장 자족(自足)의 삶이 요구된다.

오늘에 만족하며
일상에 감사하며
꿈을 갖고 내일을 살아가는 삶이다.

자족과 허깨비는
동과 서처럼 먼 이웃이지만
본래 한 형제였기에

자족의 삶을 살지 않으면
자신도 모르게
허깨비를 따라 갈 수밖에 없다.


옛말에도
‘지족자부’라는 말이 있다.
즉 현재에
만족할 줄 아는 사람이
부자라는 말이다.

부자는 결코
외적인 소유에 있지 않는다.

아무리 많은 것을
소유한다 해도
남을 돌아볼 마음의 여유가 없다면
그 사람은
거지와 무엇이 다르겠는가.

하지만 비록 적은 것을
갖고 있을지라도
자족할 줄 알아 이웃과 나누며
살아가고 있다면
그는 진실로 이미 참 부자가
되고 있었다.


물론 사람들은
이웃과 늘 나누고 싶어한다.
그러나 늘 부족을 느끼기에
실천하지 못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 보라.
우리가 부족을 느끼는 것은
‘결핍’이라는 문제가 아니라

우리 안의 자신만의
‘욕망’ 때문에
만족이 없고 그렇게 늘 결핍을
느끼는 것이었다.


불확실한 부,
허무한 쾌락,
그리고
사라져 가는 우정…

사람들은
이러한 것을 통하여
결핍을 채우려 하나 만족은커녕
기쁨 없는
허무한 인생만 되어 가고
있음을 빨리 깨닫고
돌이켜야 한다.


사람은 천하를 얻어도
족할 수 없는 존재다.

모든 것을 소유하였다고
생각할 때
오히려 더 큰 부족을
느끼는 것이 인생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어떤 형편에서든지
자족하기를 배웠다는
바울같은 이가
행복한 사람이라 할 수 있다.


리허설 없이 단 한번밖에
그릴 수 없는
도화지에
나는 지금 무엇을 그리고 있는가.

보험회사에서
내게 노후를 위하여
얼마나 준비되어 있느냐고 질문하듯이
자신에게 물어야 한다.

그는 이미 내게
그런 허깨비 인생이 되지 않기 위하여
수없이 여러 사건들을 통해
교훈하셨다.


주님,

저는 지금
어느 인생을 살고 있는지요.

날마다
되묻게 하소서.

허깨비 인생모양
만족하지 못하고 부족을
느끼게 하는
저의 모든 욕망과 야망

겸손히 당신께
내려놓습니다.

받아주소서…

 

글 보낸이 : 오명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