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세기 이래 커피는 수많은 사람의 아침을 깨워주고 있다. 오늘날 세계 곳곳에서 하루에 소비되는 커피는 20억 잔이 넘는다.
워싱턴포스트(WP)는 17일(현지시간) 블로그 서비스 ‘웡크블로그’를 통해 전 세계 사람들이 커피를 마시는 습관에 대한 몇 가지 흥미로운 사실을 전했다.
◇ 커피를 가장 많이 마시는 나라는?
= 세계 최대 커피 체인 스타벅스의 나라 미국? 아니다. 네덜란드다.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네덜란드 사람들은 하루 평균 2.5잔의 커피를 마신다. 핀란드, 스웨덴, 덴마크 등 북유럽 국가들이 나란히 뒤를 이었다.
미국은 하루 1잔 미만으로 16위를 기록했다. 미국 농무부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들도 1946년에는 하루 2잔 이상의 커피를 마시기도 했다.
미국의 커피 시장은 ‘스타벅스’와 ‘던킨 도넛’이 양분하고 있다.
미국 내 스타벅스 매장은 1만 2천 개로, 미국인의 80%가 스타벅스에서 32㎞ 이내에 떨어진 곳에 산다. 또 던킨 도넛 매장은 이에 못 미치는 7천500개의 매장을 보유하고 있다.
스타벅스 매장을 초록색으로, 던킨 도넛 매장을 붉은색으로 해 미국 지도 위에 표시해 보면 극명한 색깔 대비가 나타난다는 점도 흥미롭다.
스타벅스는 미 전역 ‘어디에나’ 골고루 위치해 있지만, 던킨 도넛 매장은 북동부 연안과 남동부 일부주, 시카고 인근에 주로 몰려 있기 때문이다.
미국에서 커피에 가장 관심이 없는 지역은 모르몬교 전통이 강한 유타주다.
◇ 아이스 커피의 카페인 함량은?
= 체인점마다 다르다. 16온스(스타벅스의 그란데 사이즈)를 기준으로 스타벅스 아이스 커피 한 잔에는 카페인 165㎎이 들었지만, 던킨 도넛은 절반도 되지 않는 70㎎에 불과하다. 맥도날드 아이스 커피에는 133㎎의 카페인이 함유돼 있다.
땀이 줄줄 흐르는 한여름, 잠을 깨고 싶다면 스타벅스 아이스 커피가 대안인 셈이다. 미국에서라면 카리부 커피(190㎎)가 더 효과적이다.
드립 커피의 카페인 함량은 아이스 커피보다 훨씬 높다. 스타벅스가 330㎎으로 가장 많고, 던킨 도넛은 200㎎, 맥도날드는 145㎎의 카페인이 들어 있다.
◇ 커피는 ‘모닝 커피’가 진리일까?
= 스트레스 호르몬으로 불리는 코르티솔은 스트레스에 대항하는 에너지를 공급해 주기도 한다. 이때 커피를 마시면 카페인에 대한 내성이 생길 수 있다.
코르티솔 수치는 아침 8~9시에 가장 높다. 오후 12시~1시, 저녁 5시 30분~6시 30분 사이 다시 코르티솔 수치가 올라간다.
따라서 코르티솔 분비가 떨어지는 피크 시간 사이, 즉 오전이라면 9시 30분부터 11시 30분 사이가 몸을 해치지 않으면서 커피 마시기에 적절한 시간이다.
◇ 커피 or 티?
= 1700년 이후 영어로 쓰인 책에서 ‘커피’와 ‘티'(tea)가 언급된 횟수를 비교하면 250년 넘게 우위를 지킨 것은 티다.
1750년대 커피하우스가 등장하면서 ‘커피’라는 단어가 급증하기 시작했다.
커피가 ‘티’를 뛰어넘은 것은 1960년대 후반으로, 2000년대 이후에는 그 어느 때보다 커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상태다.
◇ 최대 커피 생산지는 브라질, 2위는?
= 브라질은 세계 커피 생산량의 3분의 1을 생산하는 압도적인 1위 생산지다. 그다음 흔히 듣는 이름은 콜롬비아, 에티오피아겠지만 2위 생산국은 다름 아닌 베트남, 인도네시아가 4위다.
3위인 콜롬비아, 5위인 에티오피아 등 이들 5개 나라가 세계 커피 생산량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 우아하게? 싸고 편하게?
= 싸고 편하게 즐기는 커피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카페인 함량은 낮고 품질은 좋은 아라비카 원두가 가장 대중적이긴 하지만, 카페인 함유량이 많고 향은 별로여서 주로 인스턴트 커피에 많이 쓰이는 로부스타 원두 생산량이 꾸준히 늘고 있다.
커피를 내리기 전 원두를 갈아 마시는 것이 커피의 향을 제대로 즐기는 방법이지만 미국인들은 질보다 편리함을 택한다. ‘가장 쉬운 것’을 외치며 미리 갈아놓은 커피를 사는 사람이 월등히 많다.
드립 커피 머신의 판매량마저 점점 줄고 있다. 대신 1잔 분량의 갈아놓은 원두를 종이 필터에 포장해 놓은 파드(pod) 커피 머신 판매량이 급격히 증가해 이미 2012년 드립 커피 머신 판매량을 넘어섰다.
◇ 바흐에게 커피란?
= 바흐는 커피 중독에 대한 미니 오페라를 썼다. ‘커피 칸타타’로도 알려진 칸타타 211번 ‘가만히 소리 내지 말고’는 독일에서 커피 열풍이 불던 1730년대 초반 쓰였다.
커피를 좋아하는 딸과 딸의 건강을 걱정해 커피를 끊지 않으면 결혼시키지 않겠다는 아버지가 티격태격하는 내용이다. 정작 바흐는 당시 최고의 신문물을 따르는 커피 애호가였던 것일까, 커피를 즐기는 딸이 못마땅한 구세대였던 것일까.
‘커피 칸타타’는 ‘커피는 수천 번의 키스보다 달콤하고 와인보다 부드럽다’고 노래하는 커피에 대한 연애편지에 가깝다.
(서울=연합뉴스) 한미희 기자 mihe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