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신교와 천주교, 십계명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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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신교와 천주교, 십계명이 다르다?


 

“십계명(十誡命)이 개신교와 천주교가 다른 것 알아?” 처음 이 질문을 듣고는 ‘설마’ 했다. 그런데 확인해보니 과연 그랬다. 개신교와 천주교 십계명이 다른 부분은 두 번째와 아홉 번째 그리고 열 번째 계명이다. 나머지는 다 똑같다. 개신교는 두 번째 계명에서 ‘우상 숭배 금지’를 꼽고 있지만, 천주교는 ‘우상 금지’가 빠진 대신에 개신교에서는 열 번째 계명에 함께 묶인 ‘이웃의 아내’와 ‘이웃의 재물’을 각각 아홉 번째와 열 번째 계명으로 나누고 있다.

모세가 시나이산에서 신으로부터 받은 ‘십계’가 왜 이렇게 다를까. 그 이유는 성서를 보면 알 수 있다. 십계명을 다룬 구약 ‘출애굽기'(천주교는 ‘탈출기’) 20장 1~17절은 모세가 받은 계명을 서술하고 있다. “다음은 모두 하나님(하느님)께서 하신 말씀이다”라고 시작해 “너희는 너희 이웃의 재산을 탐내지 말라. 너희 이웃의 아내도, 그의 남종도, 그의 여종도, 그의 소도, 그의 나귀도, 너의 이웃이 가진 어떤 것들도 탐내지 말라”며 끝난다. ‘첫 번째, 두 번째…열 번째’라는 식으로 구분되어 있지 않다. 결국 ‘편집’과 ‘분류’의 문제인 것.

이 긴 문장을 10개의 계명으로 분류한 것은 AD 1세기경 유대인 필론이었다. 이때 십계명엔 ‘우상 숭배 금지’가 두 번째 계명으로 포함됐다. 그런데 성 아우구스티누스를 비롯한 교부(敎父)들이 새로운 분류법을 제시했다. ‘우상 숭배 금지’는 ‘한 분이신 하느님을 흠숭하여라’라는 첫 번째 계명에 이미 포함된 내용으로 봤다. 하느님 공경과 우상 숭배는 본질적으로 양립할 수 없다고 본 것. 대신 ‘남의 아내와 재물을 탐내지 마라’는 열 번째 계명을 ‘남의 아내를 탐내지 마라’와 ‘남의 재물을 탐내지 마라’는 두 개로 나눠 각각 아홉 번째와 열 번째 계명으로 삼았다는 것.

천주교는 이후 아우구스티누스의 분류법을 따르고 있다. 그런데 16세기 종교개혁가들이 필론의 십계명 분류법을 채택하면서 개신교와 천주교의 십계명이 달라지게 된 것이다. 그런데 종교개혁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은 갈렸다. 천주교 사제 출신이었던 마르틴 루터는 천주교의 십계명을 그대로 사용했다. 그래서 지금도 루터교는 천주교와 같은 십계명을 쓰고 있고 예배 형식도 천주교 미사와 유사하다. 그러나 장로교, 감리교, 성공회 등은 ‘우상 숭배 금지’가 포함된 필론의 십계명을 따른다. 이렇게 천주교와 개신교의 십계명이 미묘한 차이를 보이고 있지만 신학자들은 “어차피 분류 방법에 의한 차이일 뿐, 큰 의미를 두지 말라”고 말한다.


 

김한수 종교전문기자 hansu@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