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성교회 목회 대물림, 모른 척 할일 아냐”…
‘새 500년의 시작’ 심포지엄
31일 국민일보가 CBS, 한국교회와 손잡고 마련한 심포지엄 ‘새로운 500년의 시작’에서는 한국교회가 ‘종교개혁 500주년’을 기념하고 소비하는 데서 끝나면 안 된다는 성찰의 목소리가 나왔다. 이 시대의 개혁 과제를 외면해선 안 된다는 취지에서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서울 명성교회 세습 문제에 대해서도 의견을 나눴다.
31일 서울 여의도 국민일보에서 열린 국민일보와 CBS, 한국교회 공동 심포지엄 ‘새로운 500년의 시작’에서 발제자와 논찬자들이 종합토론을 벌이고 있다. 왼쪽부터 사회를 맡은 김학중 꿈의교회 목사, 논찬자로 나선 신재식 호남신대 교수, 발제자 박명수 서울신대 교수와 정미현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교수, 양권석 성공회대 신학대학원장, 지형은 성락성결교회 목사, 나현기 한신대 선임연구원, 유시경 대한성공회 교무원장. 강민석 선임기자
심포지엄에서는 연세대 연합신학대학원 정미현 교수, 서울신대 박명수 교수, 양권석 성공회대 신학대학원장이 주 발제자로 나섰다. 김학중 꿈의교회 목사의 사회로 이어진 종합토론에선 호남신대 신재식 교수, 한신대 나현기 선임연구원, 성락성결교회 지형은 목사와 대한성공회 유시경 교무원장이 논찬을 겸해 토론자로 참석했다.
지 목사는 “2016년부터 2017년까지 한국교회는 ‘종교개혁 500주년’이란 주제를 많이 소비해왔다”며 “소비하면 익숙해지고, 문제의식이 둔해지면서 어쩌면 성서적 변화의 열망이 컸던 이들은 지금쯤 절망을 느끼고 있을지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 목사는 종교개혁 기념주일 기간에 명성교회가 김삼환 원로 목사의 후임으로 아들 김하나 목사를 청빙한 문제를 거론하며 “오늘 이 자리에서 이런 문제를 다루지 못한다면 그야말로 종교개혁 500주년을 소비만 한 채 끝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지 목사의 발언으로 명성교회 세습 문제를 두고 즉석에서 논의가 이어졌다.
양권석 원장은 “500년 전 가톨릭은 권력화된 집단으로 종교개혁의 대상이 됐다”며 “그 사회의 헤게모니, 억압적 질서와 동맹관계를 맺는 종교 단체는 개혁 대상이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명성교회의 사정은 잘 모르지만, 일단 이런 시각에서 세습 문제도 바라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명수 교수는 “먼저 역사적으로 후계자를 선정하는 방법은 혈통계승, 최고결정자의 지명, 대의제도 등 다양한 방법이 있었다”며 “이런 시대에 굳이 그렇게 하려는 것은 많은 이들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교회들이 그렇게까지 하는 건 리더십 교체 기간에 깨지거나 문제를 겪었기 때문”이라며 “문제가 있다고 선악을 구분해 비판하기보다 한국교회의 바람직한 리더십 교체에 대해 연구하고 발전적인 논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미현 교수는 “타 교단 일을 언급하기가 조심스럽다”면서 “교단 내 총회의 합의가 있었는데도 개교회에서 안 지켜진 것은 안타깝다”고 말했다.
신재식 교수는 이런 세습이 가능한 이유에 대해 “한국교회는 지난 30년간 급성장하면서 교회뿐 아니라 부속 사회복지기관, 언론기관 등 다양한 자산을 축적했다”며 “바로 이런 물적 자산으로 이득을 얻는 은퇴 목사와 리더십이 야합한 결과로 세습이 이뤄지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신 교수는 “이번 사건으로 가장 피해를 받는 존재는 바로 하나님과 한국교회”이라며 “명성교회와 같은 대한예수교장로회(예장) 통합 소속 목회자로서 깊이 사과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이러한 문제에 대해 찬반 여부를 떠나 신학적 논의를 할 수 있는 공론의 장이 필요하다는데 공감을 표했다. 유 신부는 “교단이 다르다고 모른 척 할 일이 아니라 저쪽의 아픔이 내 아픔이라는 생각으로 대해야 한다”며 “500년 전 종교개혁 과정에서 사회적 책임감이 중요했던 것처럼, 이 문제도 사회적 책임감을 갖고 다뤄야 한다”고 말했다.
김나래 양민경 기자 / 국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