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press in Layers Exhibition (Mi-Sun Chang)

Express in Layers
Exhibition
(Mi-Sun Chang)
Opening March 5th Thursday 6-8pm
March 5th – March 14th 2020
547 W 27th st #518 New York NY 10001 | kandpgallery@gmail.com | www.kandpgallery.com
Artist Note
(Mi-Sun Chang)

작가노트

 

Ⅰ. 쌓음과 비움(2005~2012)

 나의 작업은 천 조각들을 꿰어 맞춰 나가는 과정의 연속이다. 나는 천 조각들을 꿰어 맞추기 위해 살아온 삶의 흩어진 조각들을 모은다. 흩어진 조각들은 아무렇게나 늘어놓은 퍼즐조각처럼 느껴진다. 퍼즐조각들은 이미 예정되어 있는 그림대로 맞춰 나가면 완성되지만, 내 삶의 조각들은 퍼즐처럼 원판이 있지 않다. 그렇다고 적당히 맞춰 내서는 아니 될 일이고 보니 천을 꿰어 맞추는 일은 퍼즐 맞추기보다 힘들게 느껴진다. 나는 무심코 지나쳐버린 조각들을 찾아내려고 무던히도 애를 쓴다. 그리고 쌓아 놓은 무더기 속에서 찾아낸 한 조각 한 조각들을 맞추기 위해 몰입을 한다. 그 조각들은 나의 삶과 무척 닮아 있다. 나와 닮은 삶의 조각들은, 세월을 가리지 않고 뒤죽박죽 섞인 수 없이 되풀이 되어온 일상의 단면들이다. 같은 무늬의 조각이라도 일상에 대입시키면 처해진 시각과 환경이 다르다는 것을 생각하게 된다. 그렇게 나의 역량을 쏟아 부은 작품들은 만족을 주는 순간도 있지만, 스스로 부족한 점이 느껴질 때면 많은 시간을 작품에 몰입하지 못하기도 한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새로운 작품에 대한 구상이 떠오르거나 주변의 어떠한 기운으로 자극을 받을 때쯤이면 이내 마음을 가다듬고 작업실의 불을 밝힌다. 나는 세월의 편린 같은 조각 천들을 모아서 다듬고 꿰매고 이야기를 나눈다. 많은 사람들이 나의 작품 속에서 이야기를 찾아내고, 이야기를 이어가는 것을 꿈꾼다. 나에게 있어 여러 가지의 천과 여러 가지의 실은 사랑 표현의 도구이다. 그리고 표현을 도와주는 모든 물상들은 나의 수호천사이다. 나는 오늘도 일상의 조각들을 모아서 꿰고 있다.

수 없이 되풀이 되는 일이지만 나는 반복되는 작업 속에서 희열을 맛본다.

. 해체와 증식(2012~ )

 나의 작업은 반복의 연속이다. 우선 작품의 구상을 하고 밑그림을 그려가는 과정에 있어 불규칙하게 나열되는 많은 선의 교차로 인한 그리드의 반복이다. 그 다음으로는 갖가지 천을 겹겹이 얹어 포개는 것이 반복이고, 그 위에 바느질 행위로 수평, 수직, 자유로운 선의 스티치가 반복적으로 교차된다. 스티치가 이루어진 길 안쪽으로 형성된 그리드- 그것의 안쪽을 자르고, 도려내고, 새겨 넣고, 그 위에 다시 스티치로 강조를 하는 반복 작업이 계속된다. 그래서 나의 작업은 무한 반복적인 형태의 사각형으로 표현되고 있다. 그 사각형의 안쪽에 생성된 공간은 숨을 쉬는 공간이고, 쉬어가는 공간이다. 그곳에서 천이 잘려나간 자리에는 천의 올들이 자연스럽게 결을 이루어 자라는 생명연장의 공간이며, 영원으로 증식하는 무한의 의미를 가진 공간이다.

겹 구조는 재봉틀 작업으로 공간을 만든다. 한 겹 한 겹 포개진 직물들은 재봉틀에 의해 하나로 응집된다. 재봉틀소음은 여행의 목적지로 연결시키는 교통수단 -버스, 승용차, 기차 또는 항공기의 소음과 많이 닮아 있다. 재봉틀의 페달을 밟으면서 나는 질주의 본능을 느낀다. 그리고 앞으로 펼쳐질 여행지의 세계를 상상해 보기도 한다. 그래서 나의 작업은 재봉틀의 가속페달을 밟으며 여행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여러 겹으로 생성된 겹의 사이를 삶의 행로로 삼아 오려내고(cutting), 새기고(carving), 잘라 다듬고(trimming), 도려내고(scooping), 투조(open work) 해 본다. 그리고 지나온 겹의 길을 한 겹 한 겹 돌아보며 반추(反芻)해 본다. 겹의 다층구조는 복잡다단한 인간내면의 세계와 많이 닮아 있으며 삶의 길임을 느낀다. 그리고 복잡다단한 그 공간은 들숨과 날숨이 드나들고 만나는 공간이다.

겹의 형태는 욕망이 표현된 ‘쌓음으로서의 겹’을 시작으로 자신에게 씌워진 욕망을 벗겨내는 ‘비움으로서의 겹’으로 치환되었으며, 이것은 비우기 위한 해체의 과정에서 ‘해체와 증식으로서의 겹’으로 드러난다. 그간의 작업은 결국 자아를 찾아가고 발견하는 여정이었으며 사회적인 관계 확장에까지 이어지게 되어 자아를 완성하는 퀼트정신으로 이어지게 될 것을 희망한다.

 

 

. Accumulation and Emptiness (2005~2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