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은 한국의 빌라도다” 김용민 설교도 선거법 위반
목회자의 선거법 위반을 색출하겠다며 단체까지 만들어 활동 중인 김용민씨가 “한국의 빌라도는 윤석열 검찰총장”이라며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설교를 했다.
더불어민주당과 열린민주당이 선거를 앞두고 윤석열 검찰총장 때리기에 힘쓰는 상황에서 ‘선거법 위반 감별사’를 자처한 김씨가 여당을 지원사격한 셈이다. 그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기독자유통일당을 맹비난했다.
현행 선거법상 설교 시 특정 정당이나 입후보 예정자를 유·불리 하게 만드는 발언은 공직선거법 제85조3항 특수 지위를 이용한 불법 선거운동에 해당된다.
김씨는 지난달 28일 벙커1교회에서 ‘우리에겐 왕이 없나이다’라는 설교를 하고 “한국의 빌라도는 윤석열 검찰총장”이라면서 “검찰을 아무리 비난해도 결국은 검찰을 찾아와서 ‘저 새끼 혼내주세요’하는 구조 아닙니까. 그래서 국회의원들 차렷 열중쉬어 시키기도 하고, 청와대도 마구잡이로 압수 수색을 하고”라고 했다.
빌라도는 유대 지도자의 사주를 받아 예수님에게 십자가형을 언도한 악질 인물이다.
특히 광고 시간엔 “전광훈 집단과 기독자유통일당이 평화나무를 고소·고발했다. 수감 중 지시한 것 같다” “그들의 소송은 어느 것 하나 반박 못 할 것이 없다. 시대착오적이고 수구 냉전적 논리의 범주에서 연민을 느낀다” “적폐 저항에 개의치 않겠다”며 기독자유통일당을 맹비난했다.
김씨가 이런 활동을 하는 것은 한국교회에 족쇄를 물리고 여권에 유리한 상황을 만들기 위해서라는 유추가 가능하다.
김씨는 최근 딴지방송에 출연해 “요것을(한국교회 목회자를) 가만두면 민주 계열의 후보, 진보 계열의 후보들의 무덤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면서 “특히 가장 큰 문제가 목사들 설교다. 대형교회 목회자들 설교를 매주 면밀히 발표하고 정도가 심하면 바로 고발하겠다”고 주장했다.
이어 “정부나 공공이 설교에 대해서 뭐라고 하면 종교탄압이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개신교 단체인 평화나무가 개신교 목사의 설교에 대해 지적하고 비평하고 책임을 묻는다면 찍소리도 못할 것”이라며 “(이러한 행동이) 사탄이라면 사탄하겠다”고 말했다.
실제로 김씨는 2일 김주용 청주좋은교회 장로가 수요예배 기도시간에 했던 기도를 표적으로 삼고 선거법 위반으로 고발하겠다고 으름장을 놨다.
김 장로는 예배 때 “가정파괴의 주범인 동성애를 막아 주시기를 바란다. 차별금지법을 통하여 교회의 복음전파를 막으려는 사탄의 궤계를 깨뜨려 달라”라고 기도했지만 김씨는 ‘특정 정당 반대’에 해당된다며 낙인을 찍었다.
이정훈 울산대 교수는 “김 장로의 기도가 선거법 위반에 해당된다면 ‘한국의 빌라도는 윤석열’이라는 김씨의 설교는 대놓고 여당을 지원사격한 선거행위”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다수의 목회자가 후보자를 특정하거나 특정 정당을 명시하지 않았는데, 차별금지법의 우려를 표명했다는 이유만으로, 여권에 불리한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선거법 위반으로 몰아가고 있다”면서 “김씨의 이런 행태는 헌법이 보장하는 종교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킬 가능성이 농후하다”고 우려했다.
이 교수는 “김씨의 이런 이중적 행태는 차별금지법을 추진하는 정당을 돕고,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키는 자유권 침해행위로 상대방을 위축시켜 발언을 못 하게 하려는 의도가 숨어있다”면서 “이런 반사회성은 자유민주주의 발전에 저해가 되는, 매우 잘못된 행위”라고 꼬집었다.
김씨는 이에 대해 자신들의 행위가 정당하며, 기독자유통일당과 목회자 장로의 탈법·불법이 있었기에 비판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현재 여권은 윤 검찰총장과 대척점에 있지 않다”면서 “윤 총장은 빌라도의 현대적 모형과 같다. 그렇기에 이번 선거와 전혀 관계없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차별금지법과 동성애와 관련된 기도는 선거에 개입한 발언이었다”고 말했다.
김씨는 “기독자유통일당에 대한 비판은 불법행위가 아니다. 그들의 탈법과 불법행위가 있었기에 비판한 것”이라면서 “이것은 평화나무의 공식 사역으로 정당한 보도, 비판의 자유에 해당된다”고 말했다.
그는 김 장로의 기도가 선거법 위반이라는 주장에 대해 “특정 정당을 지지하는 메시지가 농후했다. 후보와 정당의 이름을 거론하지 않더라도 선거법에 저촉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번 선거에서 수구적 입장을 취하는 목사, 장로가 어떤 정당을 찍을지 상상이 되지 않느냐”면서 “차별금지법과 동성애 프레임으로 여당과 정의당이 코너에 몰렸는데, 그동안 굉장히 고생했다”면서 활동 목적을 은연 중에 내비쳤다.
그는 평화나무가 정치행위를 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
김씨는 “사회 가치나 나아갈 방향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은 괜찮지만 현실정치에 개입할 의도를 갖고 발언하는 건 자제해야 한다”면서 “하지만 차별금지법이나 동성애는 교회 밖에서 유통될 수 있는 가치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김씨는 “평화나무는 정치를 하지 않으며, 우리도 얼마든지 선거법 위반 대상이 될 수 있다”면서 “우리가 하는 공명선거 활동은 여야 가리지 않고 예배시간에 선거운동을 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우리가 표현 종교 양심의 자유를 위축시킨다는 주장엔 동의하지 않는다. 설교 시 발언은 사회의 공적 의무, 책임을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우리가 목회자와 장로를 고소·고발을 하겠다는 것은 그들이 선거에 영향을 미치려는 목적이 있기 때문”이라면서 “따라서 법의 심판을 받아보게 하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사탄이 되겠다’는 발언에 대해선 “방송진행자가 사탄이라고 하면 ‘사탄 하겠다’는 뜻이었다”고 해명했다.
김영길 바른군인권연구소 대표는 “단지 여권에 불리하다는 이유로 목회자의 설교를 선거법 위반으로 몰아가려는 김씨의 행태는 특정 정당을 당선시키기 위해 정체를 숨긴 채 교묘하게 진행하는 선거운동”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김씨가 여당을 두둔하고 기독자유통일당에 대해 맹비난하면서도 정작 자신은 선거법 위반의 예외인 것처럼 행세하고 있다”면서 “이런 내로남불,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행태를 봤을 때 김씨가 운영하는 평화나무는 우리 사회에서 뿌리 뽑아야 할 ‘썩은 나무’”라고 지적했다.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 국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