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적 문제를 겪는 이들에게 조언을 한다면
정신 건강은 현대인들에게 닥친 난제 중 하나다. 우울증과 지나친 불안은 많은 이들의 일상마저 힘들게 만든다.
정신적 문제를 겪는 이들에게 조언을 하는 것은 쉽지 않다. 무슨 말을 건네야 할 지 막막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도움이 되고 싶다는 마음만 앞서 조언이나 위로를 하는 것은 오히려 가족이나 친구의 문제를 더욱 악화하는 결과를 나을 도 있다.
심리학자인 세스 J 질러헌 박사는 미국 건강매체인 웹엠디의 칼럼을 통해 조언이나 위로가 때로는 환자들에게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때문에 무심코 쓰는 다음과 같은 표현들에 주의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네 마음 알아”
이런 식의 말은 보통 공감을 표현하기 위한 것이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이런 표현 자체가 오히려 제대로 된 공감을 표현하지 못하게 만들 수도 있다.
우리는 누군가의 감정을 알고 있다고 말하면서, 본인의 감정과 상대방의 감정을 겹쳐놓는다. 물론 우리가 비슷한 어려움을 겪었을 수도 있지만, 당사자가 아니고서는 정확히 어떤 기분인지 알기 어렵다.
때문에 장황하게 본인의 경험을 늘어놓으면서, 듣는 이도 같은 기분이었을 것이라고 가정하는 것은 오히려 상대방이 현재 겪는 일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일이다.
“그냥 이렇게 해 봐.”
많은 사람들은 정신적 문제를 겪는 이들에게 ‘해결책’을 주고자 한다. 이 과정에서 본인이 생각하기에 도움이 되고자 하는 일들을 강력히 제안하는 경우가 많다. “그냥 이렇게 해. 그냥 이렇게 생각해.” 등과 같은 말들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네 마음을 알아”라는 말과 같이, 이 반응은 우리가 경험한 효과적인 방법이 상대방에게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가정하는 것이다. 물론 효과를 낼 수 있지만, 실제로는 다른 접근 방식이 필요한 경우도 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
상대방이 극심한 고통에서 신음하고 있을 때 많은 이들이 과거의 속담이나 격언을 이용해 쉬운 답을 제공하려고 한다.
예를 들면 “이것도 지나갈 것이다” 또는 “모든 것은 다 이유가 있기 때문에 일어난다”와 같은 표현들이 대표적이다. 물론 이 말들이 틀린 것은 아니지만, 우울증과 불안 등으로 고통받고 있는 이들에게 이같은 표현은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한다.
이밖에도 많은 이들은 상대방의 정신적 고통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취급하거나, 그런 고통의 원인을 환자에게만 돌리기도 한다.
“그건 다 네 망상일 뿐이야”라고 치부해 버리거나 “니가 우울한 기분을 떨쳐낼 생각이 없는 거야.” 혹은 “빠져나오려고 더 노력해봐” 혹은 “이렇게 불안해 하는 건 결국 네 잘못이야.”와 같은 말로 쉽게 진단을 내려버리는 이들도 상당수 있다고 질러한 박사는 지적한다.
뿐만아니라 쉽게 “약을 먹어라”는 처방을 내리는 것들도 정신적 어려움을 겪는 이들에게는 도움을 주지 못한다.
“그렇다면 도움이 되는 것은 무엇?”
잘못된 행동과 말은 많지만 도움이 되는 행동은 하나다.
바로 아무 말 없이 들어주는 것이다. 충분히 들어주는 것은 우울증이나 정신적 불안으로 힘들어하는 이들을 도와줄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이라고 질러한 박사는 조언한다. 때로는 아무말을 하지 않아도 괜찮다.
무조건 긍정적인 반응도 좋다. 어떠한 판단도 넣지 않고 무조건적으로 상대방의 말에 찬성하는 것이다. 이런 반응은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네 편이 되어 줄 것이다,’라는 ‘안전한 감정’을 느끼게 해준다. 물론 이것은 많은 노력과 인내가 필요하다.
질러한 박사는 “생애에서 가장 끔찍한 시간을 통과할 때 조건없는 사랑을 경험하는 것은 우리의 인생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말한다.
‘공감’ 역시 정신적으로 힘들어하는 이들에게 많은 도움을 줄 수 있는 수단 중 하나다. 정신적으로 힘든 이들을 완전히 이해할 수 없다. 그러나 때로는 그들 옆에 있는 것만으로도 그들에게 도움을 줄 수 없다.
이들이 조언을 원한다면 조언을 해주고, 본인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을 찾는다면 그렇게 해주면 된다. 대부분의 경우 그것은 그저 앉아서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줄 사람을 찾고 있다. 자신이 가장 비참하게 느껴지는 순간에도 많은 이들은 자신과 함께 할 사람을 찾는다. 그런 사람이 있어야 우리는 많은 경우 정신적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다.
김수현 기자 ksm78@kormedi.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