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교회들 예수는 한 분인데… 사분오열 쪼개지는 부활절 예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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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교회의 부활절 연합예배가 올해 최소 4군데로 나뉘어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연합 예배 취지를 무색케 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해 4월 17일 서울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 열린 한국교회부활절연합예배. 참석자들이 일어서서 찬송을 부르고 있다. 국민일보DB



한국교회들

예수는 한 분인데… 사분오열 쪼개지는 부활절 예배

죽음을 이긴 예수 그리스도가 부활한 사건을 기념하는 부활절은 기독교의 가장 큰 명절입니다. 오랜 세월 기독교인들은 부활절 미명에 함께 예배를 드리며 부활의 기쁨을 나눴습니다. 부활절과 예배는 떼려야 뗄 수 없습니다.



우리나라의 첫 부활절 연합예배는 1947년 4월 6일 서울 남산에서 진행됐습니다. 1만5000여명의 기독교인들은 일제강점기 신사참배를 한 죄를 회개한 뒤 광복에 감사하며 부활의 기쁨을 노래했습니다.



6·25전쟁 중에는 부산에서 부활절 연합예배를 드렸고 54년부터 다시 남산에 모여 두 손을 모았습니다. 하지만 59년 대한예수교장로회가 통합과 합동으로 나뉘면서 부활절 연합예배에도 균열이 생겼습니다. 진보·보수라는 이념은 교단들 사이에 갈라진 틈을 더욱 깊고 넓게 만들었습니다. 결국 62년 부활절에 보수·진보 측은 각각 다른 곳에서 따로 예배를 드렸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는 하나인데 예배가 나뉘고 말았습니다. 예배의 분열은 무려 10년 동안 이어졌습니다. 73년이 돼서야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와 대한기독교연합회(DCC)가 갈라졌던 부활절 연합예배를 한데 묶었습니다. 부활절연합예배준비위원회도 구성했죠.



이런 다짐은 고작 4년 만인 77년, 이념 갈등 끝에 또 깨졌습니다. 부활의 새벽, 갈라진 교회는 진보와 보수란 가면 뒤에 숨어 각각 성공회대성당과 여의도광장으로 향했습니다. 이후에도 ‘따로, 또 같이’ 모이던 교회는 여의도광장과 장충체육관, 상암동월드컵경기장, 잠실올림픽경기장, 서울광장 등에서 어렵게 연합의 끈을 이어 왔습니다. 2006년부터 NCCK와 한국기독교총연합회(한기총·CCK)가 부활절 예배를 함께 준비하면서 화합의 미래를 꿈꿨지만 한기총 금권선거와 이단 회원권 문제로 또 갈라졌습니다.



올해 부활절인 다음 달 9일엔 최소 4곳서 교회연합체들의 부활절 예배가 이어질 예정입니다. 주요 교단들이 참여하는 한국교회부활절연합예배준비위원회는 서울 영락교회에서, NCCK는 구세군서울제일교회에서, ‘한국교회연합(한교연)·광화문의애국시민들(전광훈 목사)’은 광화문에서, 한기총은 한국교회100주년기념관에서 각각 예배가 진행됩니다.



교계 안팎에서는 조마조마하는 분위기가 감지됩니다. 광화문 일대에서 치러지는 ‘한교연·전광훈 목사’측의 예배와 한교총의 부활절 퍼레이드가 비슷한 시간대 한 공간에서 진행되기 때문입니다. 자칫 양측의 충돌로 3년 만에 치러지는 첫 야외 부활절 행사의 의미가 퇴색되는 건 아닌지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특히 이날에는 한국교회총연합 주최로 광화문에서 서울광장까지 ‘부활절 퍼레이드’가 진행됩니다. 한국교회 역사상 처음으로 치러지는 행사입니다. 한국교회 성도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로 북적이는 서울 한복판에서 모든 행사가 순조롭게 진행되길 바라는 마음이 그 어느 때보다 간절해집니다. 부활절의 주인공은 예수 그리스도입니다. 사분오열된 교회들은 언제쯤 다시 하나되어 부활의 기쁨을 나눌 수 있을까요.



장창일 기자 jangci@kmib.co.kr /The Miss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