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의 양심 – 손봉호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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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독교의 양심 – 손봉호 교수

얼마 전까지 장애인 이동권 문제가 크게 이슈가 되었었지요? 그분들의 시위 방식이 많은 사람들에게 불편을 끼친 것은 사실이지만 '오죽하면' 그렇게까지 했겠습니까? 마침 한 정치인이 크게 문제제기를 한 덕분에 사회의 관심을 더 끌게 되고 생방송 토론회까지 하게 되었습니다. 감사할 일이지요^^ 이제는 구체적으로 문제가 해결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 즈음에 손봉호 교수님이 평생 모은 13억이라는 돈을 장애인을 위해 사용해 달라며 밀알복지재단에 맡겼습니다. 재단은 그분의 뜻을 기려서 '장애인 권익 기금'을 운영하기로 했지요. 손교수님은 밀알복지재단 초대 이사장이기도 한데요, 유학을 마치고 돌아온 70년대에 사회운동을 하는 사람들은 노동자나 빈민에 관심을 두었지만 손교수님은 장애인이 사회의 가장 약자라는 것을 발견하고 그때부터 장애인 운동을 하는데 힘을 썼습니다. 이번 기부도 그 연장선상에 있다고 볼 수 있지요. 

 

  손교수님은 정말 말씀을 그대로 실천하는 삶을 사시는 분입니다. 정직, 검소, 긍휼, 책임과 같은 기독교윤리를 철저히 지키시지요. 1987년에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을 설립해서 공명선거운동, 교회재정건전성운동, 교회세습반대운동, 사회적약자와함께하는운동 등을 펼쳤습니다. 사회적으로도 좋은 영향을 많이 끼친 운동이었습니다. 

 

  손교수님의 검소한 생활은 정평이 나 있는데요, 50년 동안 이발소를 가지 않으셨다고 합니다. 사모님께서 깎아 주셨다는군요. 지금도 세수한 물을 변기에 넣어서 사용하고 설거지한 물을 텃밭이 뿌린다고 하구요. (아직도 이런 분이 계셨군요!) 동덕여대 총장으로 취임했을 때 학교에서 제공하는 좋은 승용차를 마다하고 원래 사용하던 고물차를 끌고 다니셨던 것도 유명한 일화입니다. 그런 식으로 살다보니 교회 헌금과 기부금보다 생활비가 덜 들었다고 합니다! (이게 가능한 일인가요?) 이렇게 아끼고 아껴서 모아진 돈을 흔쾌히 약자들을 위해 기부까지 하셨으니 참 존경스럽네요. 

 

  손교수님은 '최소고통론'이라는 이론을 가지고 있습니다. '최대다수의 최대행복'이라는 말은 들어보셨지요? 많은 사람이 행복하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론이지요. 그런데 손교수님은 행복보다는 고통이 더 원천적인 경험이기 때문에 행복을 추구하는 것보다 고통을 줄이는 것이 인생에서 더 중요하다고 보는 것입니다. 그러면서 특히 그리스도인들은 사회적 약자들의 고통을 줄이는 것에 관심을 가지고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한편으로는 조금 소극적인 이론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높은 이상을 강조하는 것보다 오히려 현실적이라는 생각도 드네요. 

 

  제목에 붙였던 '기독교의 양심'이라는 어마어마한 타이틀은 기독교 내부에서 나온 것이 아니라 까칠한 실명비판으로 유명한 강준만 교수가 붙인 것입니다. 기독교윤리실천운동을 평가하면서 손교수님에 대해 이런 타이틀을 붙였지요. 거침없이 비판하기로 유명한 강준만 교수까지 이렇게 평가하는 것을 보면 우리 기독교에도 존경할만한 어른이 한 분쯤은 계시는구나 하는 안도감이 듭니다. (물론 이름없이 빛도 없이 선을 베풀고 계시는 분들도 많으시겠지만요.)

 

  신앙에 있어서 믿음과 행동은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닙니다. '믿음으로 구원을 얻는다'라는 교리가 오해되면서 행동이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여겨지는 경우가 많았고 그런 오해가 윤리의 타락을 가져오게 되었지요. 지금 한국교회가 비난을 받고 있는 것은 믿음의 문제가 아니라 윤리의 문제 아닙니까? 이신칭의를 주장했던 바울도 이런 사태를 보면 깜짝 놀랄 것입니다ㅜㅜ 

 

  기독교의 양심이 많아지면 좋겠습니다. 정직하고 검소하게 살며 약자를 돌아보는 것, 그것이 세상의 소금과 빛으로 사는 것이며 하나님께 영광을 돌리는 삶이 될 것입니다. 

 profile장영기목사 (함께걷는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