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흐름과 변화를



읽지 못하면 퇴출당한다

 

Kodak’ 파산 신청이 던져주는  교훈

 

 공룡은 약 2억 년 전(225 million- 65 million) 지구 전체에 번식하면서, 온 땅을 장악했던 거대한 동물이었다. 그러나 그 공룡은 ‘주라기’를 거쳐, 백악기(Cretaceous period) 말에 지구상에서 사라졌다물론 공룡 멸종의 원인에 대하여는 많은 ‘가설’들이 있지만,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이 있다그것은 백악기 말에 지구에 일어났던 어떤 거대한 ‘변화’에 적응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만일 공룡이 그때 그 ‘변화’에 적응하는 어떤 ‘작용’을 계속하였더라면, 아마 살아남았을지도 모른다. (공룡의 시대에 출현한 악어는 땅과 물속 어디서든지 살 수 있도록 적응했기 때문에 그 거대한 변화 속에서도 살아남았다고 과학자들은 주장한다.)

  

   지구 역사의 무대에서 사라져, 오늘날 거대한 돌덩이 ‘화석’으로 남아있는 공룡이 던져 주는 교훈은 무엇인가어떤 ‘파워풀(powerful)’ 한 거대한 것도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거나,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면 ‘화석 화’되고 만다는 것을 보여주는 예이다.

 

    ‘아날로그 카메라’시절,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가장 사랑 받던 ‘필름’(film)은 ‘코닥’ 제품이었다‘후지’필름이 있었으나 ‘코닥’의 세밀한 컬러 ‘선명성’을 따라가지 못했다. 특히 사진을 큰 사이즈로 확대할 때는 더 분명하게 차이가 나타났다.

   

   나 자신도 사진 찍기를 좋아해, 렌즈 1.2의 좋은 카메라를 가지고 있었는데, 언제나  ‘코닥 필름’ 만 사용했고, 또 ‘디벨로핑(현상)’도 꼭 코닥 회사에 맡겨서 했다그때 미국인들에게 ‘코닥 모멘트’ (Kodak moment)라는 말까지 생겨나기도 했었다. 즉 ‘영원히 간직하고 싶은 순간’을 표현하는 말이다.

 

   이렇게 만인에게서 사랑 받던 ‘코닥’이기에, 그들은 과거와 현재의 성공에 자만하고 있었다결국 그 ‘자만심’이, ‘코닥’을 쇠퇴하게 하는 길로 빠지게 만든 것이다.

 

    1880년 설립된 후 132년 동안, 오늘날의 코카콜라나 애플처럼, 독자적인 기술력, 엄청남 매출로 세계적 명성을 자랑해오던 ‘이스트만 코닥’ 회사가, 지난19, 뉴욕 남부법원에 파산보호 신청을 제출하였다.

 

   그러면, 한때 14만 명의 직원을 거느리고, 140억 달러의 연 매출을 자랑하던 그 거대회사 코닥이 왜 ‘파산 신청’이라는 ‘폐사’직전의 위기에까지 도달하게 되었는가?  이에 대하여 코닥의 CEO 인 안토니오 페레즈는 ‘디지털 시대에 맞춰 본격적으로 변화하는데 늦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실, 카메라 계의 디지털 시대의 여명은 코닥이 열었었다.  1975, 코닥의 연구원 Steve J. Sasson 이 역사상 최초로 ‘디지털 카메라’의 기술을 개발했던 것이다그때 코닥은 무려 100억 달러나 투자해서 ‘디지털 이미징’ 기술 개발에 성공했었다.

 

    그러나 코닥은 ‘전자 스틸 카메라’(electronics still camera)라고 이름 부쳐진 이 새로운 개발품이 과연 상용화에 성공할 수 있을지를 두고 많은 논란을 거듭하다가 결국 현실 ‘시장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상용화’하지 않기로 결정했다바로 이 결정이 코닥을 내리막길로 접어들게 한 기점이 되었던 것이다.

 

   ‘카메라’ 선두 산업에서 쌓은 기술력, 인원, 자금력 등으로 코닥은 능히 ‘디카’시대를 장악할 수도 있었으나, 그들은 과거의 성공과 영광에 도취되어 기술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는 시대의 변화를 읽지 못했던 것이다.

 

   현재의 성공적인 어떤 거대 기업이나 조직이나 제도뿐 아니라, 사상, 체제 등 그 어떤 ‘거인’도, 시대의 흐름을 읽지 못하고 ‘변화’를 거부하면서, 변화되는 상황에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 결국 살아남지 못하게 되고, 바로 공룡같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거대한 ‘화석’으로 남게 되는 것이다.

 

   ‘정치제도’도 마찬가지다‘대의 민주주의’  체제는 오늘날 모든 민주주의 국가들이 채택하고 있는 보편적인 제도이다미국에서는 1607년 신대륙에 최초로 온 영국 개척민들이 세운 James Town 에서 처음 ‘대의 민주주의’가 시작되었다. 주민 혹은 국민들이 그들의 ‘대표’를 선출하여, 그 ‘대표’들이 ‘의회’를 만들어, 국민의 의사를 대변하는 이 제도야말로 생업에 바쁜 국민들의 시간적, 공간적 제약을 해결해 주는 가장 좋은 제도였다.

 

   그러나 4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미국 ‘대의 민주주의’체제도 이제 내리막길로 접어들고 있는 것 같다. 여야 가릴 것 없이 끝 모르는 정쟁을 계속하고 있는 의회에 대하여 미 국민들이 머리를 돌리고 있다‘월 스트릿 저널’과 NBC 공동 조사에 의하면, 현재 미국인 80%가 의회 제도에 대한 불신을 나타냈다

 

   한국에서의 상황은 더 나쁜 것 같다. 선출된 국회의원들은 국가의 장래는 생각하지 않고 오직 ‘당리당략’ 싸움’만 계속하거나 기득권, 자기의 이익 만 추구하고 있다. 연고, 지연, 학연, 돈 봉투 등이 ‘선출’에 작용하고 있다오죽하면 정당이나 의회에 속하지 않은 한 대학교수의 정치적 인기가 높을까?

 

   인터넷, 모바일 등으로 ‘스마트’해진 ‘SNS’ 세대는 이제 더 이상 ‘고비용, 저 효율’의 ‘대의 제도’를 필요로 하지 않게 되었다. 그들은 이제 ‘SNS’라는 광장에서 직접 정보를 공유하고, 자기 의견을 개진하고, 소통하며 직접 결정의 주체가 되고자 한다. 그동안 자기들을 대신해 왔던 ‘대리인’들을 불신하며 해고하기를 원하고 있다.

 

   한국 같은 작은 나라에서는, 이러한 ‘디지털 직접 민주주의’ 시대에 앞으로 적절히 대응하지 못하면, ‘대의 민주주의’ 제도가 종식을 고하고, 그 꽃인 ‘국회의원’들은 멸종 동물처럼 될 운명에 처하게 될지도 모른다먼 훗날 아마 ‘국회 의사당’, 지방 의회 의사당’ 건물은 하나의 ‘고적(古跡)’ 이 되어 관광객의 발걸음만 오고 가는 그런 시대가 오지 않는다고 누가 장담하겠는가?

 

   ‘교회’도 이 범주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유럽 여러 나라에 가보면, 그 옛날 강력한 ‘파워’를 가지고 세계에 군림했던 ‘캐톨릭 교회’들의 대성당들은 오늘날 텅텅 비어 있다. 관광객들로만 북적이고 있다.  William Easum은 그의 ‘공룡과 함께 춤을! (Dancing with Dinosaurs)이라는 책에서 “우리의 많은 교회들이 공룡이 멸종된 것처럼 어느 날 사라질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져 주고 있다.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는, 항상 시대의 흐름과 변화를 정확하게 읽고, 스스로 부단한 개혁을 하며, 눈을 들어 멀리를 바라보고,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계속 변화를 만들어, ‘새 술은 새 부대에 넣는’ 작업을 혁신적으로 이룩해 나가야 할 것이다.**

  

       

 

 

 

<필자소개> 김택규: 미주감신대 초빙교수, 국제언론인포럼 편집위원

한국감리교신학대 졸업, SMU(Southern Methodist University) 신학석사(M.Th.), Princeton T.S. 수학(summer session), Drew University 목회학박사(D.M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