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이란 무엇일까?

“기억”은 무엇일까? 사전에는 사람이 기억을 이렇게 정의한다


기 억이란 ‘이전의 인상이나 경험을 의식 속에 간직하거나 도로 생각해 내는 것’이며 ‘한 개체가 정보나 경험을 저장, 보관, 재생하는 능력’이다. 그런데 이 기억은 짧게 기억하고 잊어버리는 ‘단기기억’과 오래 지나도 잊지 않는 ‘장기기억’으로 나눈다.

기억이 뇌의 어디에 저장되느냐에 따라 ‘단기기억’과 ‘장기기억’으로 나누인다고 한다.

‘단기기억’과 ‘장기기억’을 의학용어로는 ‘서술기억(Declarative memory)’과 ‘철차기억/

서술기억이란 의식이 있는 상태에서 회상해낼수 있는 기억이다. 지식과 알고 있는 사실들이 그 대상이다. 절차기억이란 생각하지 않아도 자동적으로 기억해 낼수 있는 기억이다.

곧 머리를 써서 계산을 하는 방식이과 몸에 밴 익숙한 동작의 차이를 말한다.


중년이후에는 더욱 몸에 배는 훈련이 필요하다.

머리에 저장하기 보다는 몸에 밴 좋은 습관 이 중년이후를 더욱 건강하게 하는 길이다.

좋은 습관 만들기, 지금이라도 시작해도 늦지 않다.

나만의 좋은 습관을 계발하자. 노후를 준비하는 지혜로운 길이다.


아래는 어느 의학전문기자의 기억에 관한 좋은 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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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 난해 지방의 한 대학 병원에서 있었던 일이다. 어느 날 30대 중반의 주부가 길거리에서 쓰러져 응급실로 실려 왔다. 심장 박동이 불규칙하게 뛰는 부정맥이 원인이었다. 부정맥은 심장 전기회로의 이상으로 생기며 선천적 요인이 있으면 젊은 나이에도 올 수 있다. 그녀는 심장이 멈출 때쯤 다행히 구급대원의 심폐소생술을 받고 목숨을 건졌다. 그 후 의식을 잃은 채 중환자실에서 투병생활을 해야 했다.


침상 옆에서 그녀의 손을 꼭 쥐던 남편의 기도 덕분인지 2주 만에 그녀의 정신이 돌아왔다. 의식을 회복한 그녀가 남편에게 건넨 첫마디는 “누구세요?”였다. 아뿔싸! 그녀의 기억이 20대 중반으로 돌아간 것이다. 그러고는 뜬금없이 “회사로 출근해야 한다”고 우겼다. 그 사이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직장을 그만뒀는데 말이다.


의료진은 가족들에게 결혼식 사진이나 아기 돌 잔치 영상 등 추억에 남을 만한 기념물을 모두 가져오라고 했다. 그러고는 그녀에게 ‘잃어버린 10년’에 대해 학습을 시켰다. “이 사람이 당신 남편” “이 아기가 당신의 아들” 식으로 일종의 세뇌가 이뤄졌다. 그러자 신기하게도 서먹서먹하던 남편·아기와의 관계가 금세 좋아졌다고 한다. 퇴원을 앞둔 그녀에게 의료진이 물었다. 남편이 이제 생각나느냐고? 그녀는 “기억이 나는 것 같지는 않은데, 왠지 남편이라는 사람이 친근감 있고 좋더라”고 말했다.


이 와 비슷한 일이 중환자실에서는 종종 일어난다. 한 번은 20대 후반 여성 환자가 뇌염 바이러스에 감염돼 중환자실에서 한 달 동안 사경(死境)을 헤맸다. 남편은 지극 정성을 다해 그녀를 보살폈다. 하지만 그녀는 혼수상태가 지속해 깊은 잠에 빠진 듯했다. 의료진은 미모의 그녀를 두고 ‘잠자는 중환자실의 공주’라 부르곤 했다. 마침내 한 달 만에 그녀가 의식을 찾았다. 하지만 잠에서 깨어난 공주가 왕자를 보고 한 첫마디도 “누구시죠?”였다. 남편도 황당했을 듯싶다. 도대체 내가 누구를 구하려고 그렇게 애썼단 말인가!


기억에는 여러 종류가 있다. 벌어진 일이나 이벤트 또는 학습된 것을 기억하는 것‘서술 기억‘이다. 우리는 이것으로 일상적인 대화를 나눈다. 때론 과거의 추억을 끄집어낸다. 서술 기억은 아쉽게도 장기 보존이 안 된다. 더욱이 치매나 뇌졸중, 무(無)산소 손상 등 뇌질환에 취약한 부위에 보관된다. 서술 기억은 언제든지 사라질 위험에 놓여 있는 셈이다.


어렸을 때 한 번 자전거 타는 법을 배운 사람은 20년 만에 자전거를 다시 타도 금세 잘 탄다. 그것은 ‘절차 기억‘ 덕이다. 처음에는 자전거 페달을 밟는 순서와 요령을 외우는 서술 기억에서 시작했지만 이내 습관화되어 기억이 뇌와 근육에 박힌 것이다. 그러니 절차 기억은 오래간다. 뇌의 기저핵과 운동을 담당하는 소뇌가 그 일을 맡는다. ‘중환자실 공주’는 나중에 완쾌되어 남편과 스키를 타러 갔다. 그 스키를 남편이 가르쳐 준 사실은 기억 못 해도 스키를 제법 잘 탔단다. 어르신들이 몸으로 배운 것은 잘 안 까먹으니, 뭘 하더라도 몸으로 익혀야 한다고 한 말은 다 맞는 말씀이다.


따스함과 포근함, 두려움과 분노 등 감성과 관련된 것은 ‘정서 기억‘이다. 이런 원초적 감정과 관련된 정서 기억은 뇌의 한 중앙 깊숙한 곳에 박힌다. 뇌질환으로 잘 타격받지 않는 ‘편도체(amigdala)’라는 곳에 보관된다. 정서 기억은 또한 시간이 흐를수록 대뇌 피질 곳곳에 흩어져 파묻히기도 한다. 이 때문에 가장 질긴 기억이 정서 기억이다. 어머니에 대한 사무치는 그리움과 용서할 수 없는 자에 대한 분노는 해가 가도 옅어지지 않는다. 앞서 두 여인이 남편으로 짐작되는 남자와 잘살 수 있게 된 것도 정서 기억 덕이다. 뇌 어딘가에 남아 있던 친밀감이 그들을 재결합시킨 것이다.


치 매 환자들은 최신 기억부터 사라진다. 과거로 돌아가 죽음을 맞는다. 부부 사이가 안 좋았던 치매 부부 환자가 나중에는 신혼 시절로 돌아가 금슬 좋게 저세상으로 같이 가는 경우도 있다. 치매가 그들에게만큼은 행복이었으리라. 치매 증상이 심한 환자 중에는 얼굴 인식 기억이 사라지기도 한다. 아들이 찾아와도, 며느리가 방문해도 알아보질 못한다. 하지만 아들과 며느리를 대하는 태도는 사뭇 다르다고 한다. 아들을 좀 더 살갑게 맞는다. 이것도 정서 기억의 힘이다.


한 정신과 의사는 정서 기억을 인생의 통조림이라고 말한다. 몇 십년이 지나도 그대로 보존되는 생활의 잔존물이자 감정의 흔적이라는 뜻이다. 모든 게 지나가고 사라지는 게 우리의 삶이다. 결국 남는 것은 추억뿐이다. 당신은 어떤 기억을 차곡차곡 인생의 통조림에 담아 놓을 것인가. 

 

 (김철중 의학전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