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속 위험에 주의 하라.

 

“생활 속 위험에 주의하라”




다이아몬드 교수 

       “생활 속 위험에 주의하라”



다이아몬드 교수의 신저 ‘어제까지의 세계’엔 전통 사회에서 배워야 할 몇 가지 교훈이 들어 있다. ‘생활 속의 작은 위험에 주의하라’는 것도 그중 하나이다. 무슨 의미인지 설명을 부탁했다.



“미국인들에게 당신 생명에 최대 위협은 무엇이냐고 물으면 테러니 비행기 추락이니 하는 답을 내놓을 겁니다. 제가 계산해 봤어요. 1년에 33명의 미국인이 테러로 사망합니다. 그런데 같은 기간 무려 10만명이 담배로 인한 질환으로 사망하고, 40만명이 교통사고로 사망합니다. 낙상 사고로 죽는 사람은 더 많을 텐데, 제대로 통계조차 잡기 힘들어요. 이미 제 또래들도 슬슬 낙상 사고로 운명을 달리했거나 평생 불구가 됐다는 소식이 전해오기 시작합니다.










뉴기니에서 정말 감명 깊었던 것은, 뉴기니 사람들이 일상적 위협에 대해 자각하고 있고 조심성을 기한다는 것이었어요. 뉴기니인들과 숲에서 캠핑을 했는데 적당한 장소를 찾아 텐트를 치려고 했더니 그들이 만류했어요. 거기에 최근 산불이 나서 죽은 나무가 많다는 이유였죠. 그런 말을 무시하고 큰 나무 옆에 텐트를 치고 잤는데 아침에 잠깐 텐트를 비운 사이 나무가 쓰러졌어요. 안에 있었다면 즉사했을 겁니다. 뉴기니에선 매년 수십명이 쓰러지는 나무에 깔려 죽는다고 합니다.



미국이나 한국에선 미끄러운 목욕탕 바닥이야말로 쓰러지는 나무보다 위험한 겁니다. 노인들은 절대 낙상의 위험을 간과해선 안 됩니다. 저는 욕실 벽에 손잡이를 설치하고, 바닥에 울퉁불퉁한 깔판을 깔아놓았어요. 샤워할 때마다 넘어지지 않게 만전을 기하죠. 심지어 일본이나 한국의 목욕탕은 바닥에 물을 끼얹는 구조 아닌가요.



제가 너무 오버하는 거 같다고요? 70대 이상 노인이 욕실에서 낙상할 확률은 1000분의 1 정도라고 합니다. 그럼 매일 샤워를 할 경우 1000일에 한 번은 넘어지게 돼 있어요. 75세인 내 또래는 기대수명이 90세 정도라고 하니 난 아직도 15년을 더 샤워하며 살아야 합니다. 그럼 15 곱하기 365해서 5475번 더 샤워를 해야 합니다. 90세까지 적어도 다섯 번 이상 죽을 고비가 온다는 얘기입니다. 이 확률을 줄여야 합니다. 뉴기니에서 배운 아주 합리적인 교훈은 바로 이것입니다. 삶의 ‘실질적 위협’에 주의를 기울이자. 테러나 비행기 추락 같은 ‘추상적 위협’보다 훨씬 더.”



―인구의 20% 이상이 노인인 초고령화 사회에서 노인 인구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려면.



“우리 아버지의 예를 들어볼까요. 소아과 의사였던 아버지는 93세까지 진료를 하셨어요. 나이가 들어도 새로 나온 의료 기계에 의존하지 않고 옛날 방식으로 청진기를 대고 혀를 관찰하며 진찰했죠. 어느 날 아버지 병원의 한 젊은 의사가 어린 환자에 대해 보고하며 도대체 원인이 뭔지 모르겠다고 털어놨어요. 혈압은 몇이고, 바이탈은 몇이고, A실험 결과는 이랬는데 B실험 결과는 저랬고 하면서요. 아버지는 ‘그 애 얼굴색이 어땠지?’ 하고 물었는데, 젊은 의사는 대답을 못했다고 해요. 90세 의사와 30세 의사의 차이가 확연히 드러나는 대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