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창극 사태를 바라보며


 

문창극 사태를 바라보며

문창극 총리 내정자가 여론의 뭇매를 맞고 있다. KBS를 비롯한 일부 언론에서 문 후보자의 2011년 온누리교회 강연 내용을 문제 삼아 그의 국가관과 역사관에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것이다.

이들 언론은 문 후보자의 강연 내용 중 ‘일본의 식민통치와 남북분단은 하나님의 뜻’ ‘조선민족은 게을렀다’ 등 일부 발언을 발췌 인용하면서 그를 친일.친미.반통일주의자.민족비하론자로 그리고 있다.

이 같은 언론 보도가 나가면서 야당과 재야단체는 물론 위안부 할머니들까지 나서 문 총리 내정자의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 

문 총리 내정자가 그의 강연에서 일제 식민지배와 남북분단이 ‘하나님의 뜻’이라 말한 것은 사실이다.

또한 조선조 말 당시 조선민족은 게으르고 자립심이 부족했다고 말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그가 그렇게 말한 의도와 진의를 알기 위하여서는 1시간 동안 이어진 그의 강연내용 앞뒤를 살펴보아야 한다.

문 총리 내정자는 ‘국가를 위해 무엇을 기도할 것인가’란 제목의 강연을 시작하면서 비행기의 1.2.3등석을 예로 들었다.

즉 나라가 부강하고 잘살면 비행기의 2등석이나 1등석을 탄 것처럼 국민들이 편안하게 지낼 수 있다고 말하고 어떻게 하는 것이 부강한 1등국가를 만드는지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밝혔다. 

문 총리 내정자는 ‘하나님이 유대민족을 광야에서 40년간을 헤매게 한 후 가나안 땅으로 인도’ 하셨듯이 우리에게도 일제침략과 남북분단 6.25전쟁이라는 시련을 주셨다며 ‘하나님은 우리민족에게 시련을 주실 때마다 반드시 길을 열어주셨다’고 말하였다. 

그는 조선조 말 우리 민족이 게을렀던 것은 민족성이 열등해서가 아니라 백성들이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탐관오리들에게 모두 수탈 당해 근로의욕을 잃었기 때문이라고 말하면서 같은 시기 부패한 관리들의 학정을 피해 러시아 연해주로 이민 간 우리 한인들이 다른 어느 민족보다도 부지런하고 잘살았음을 예로 들었다. 

그는 해방 후 우리나라가 온전한 통일국가로 독립하였다면 당시 만연한 공산주의 사상의 영향으로 우리나라는 벌써 공산화되었을 것이라 말하였다. 6.25전쟁 역시 우리나라에서 떠난 미국을 다시 불러들이려는 하나님의 뜻이라고 말하였다. 

우리나라는 우리보다 앞섰던 일본을 경제부흥의 모델로 삼아 산업화하였으며 우리가 만든 제품을 미국시장에 내다 팔아 경제발전을 이룩하였다고 말하였다. 즉 일본을 배워 일본을 따라잡고 있으며(克日.극일) 미국을 활용하여(用美.용미) 우리나라의 안보를 굳건히 다지고 경제를 발전시켰다는 것이다. 

이 강연내용에서 볼 때 문 총리 내정자는 1등국가를 만들겠다는 확고한 국가관과 객관적이고도 통찰력 있는 뚜렷한 역사관을 갖고 있어 대한민국의 총리로서 손색이 없다고 생각한다.

문 총리 내정자의 온누리교회 강연에 담겨 있는 내용들은 40여 년간 그가 언론인으로 재직하면서 기고한 수많은 칼럼과 기사에도 일관되게 흐르고 있는 사상인데 지금 와서 새삼스럽게 그를 친일 매국노로 몰아 부치는 것은 앞뒤가 안 맞는 처사이며 다분히 정치적인 의도가 깔린 마녀사냥이라고 밖에 볼 수 없다.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그가 교회 안에서 신자들을 대상으로 ‘하나님의 뜻’이라 말한 것 역시 문제 삼을 것은 없다고 본다. 만약 그가 불교신자였다면 ‘부처님의 뜻’이 되었을 것이고 그가 무신론자라면 ‘역사의 필연’이라는 말로 표현만 바뀔 뿐 근본사상에는 다름이 없었을 것이다. 

문창극 총리 내정자가 국회 청문회에서 당당하게 자신의 국가관과 역사의식을 밝혀 차기 대한민국의 총리로 인준받을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채 수 호 / 중앙일보 2014  6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