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 영화 ‘쿼바디스’ 김재환 감독


 


다큐 영화 ‘쿼바디스’ 김재환 감독

크고 호화로운 교회당과 대물림

성범죄 목사ㆍ권력과의 결탁 등 개신교의 부끄러운 민낯 담아내

“잘못됐다 고쳐라 얘기해 줘야”


김재환 감독은 “오늘날 대다수의 대형 교회는 돈을 우상으로 좇으며 고통 받는 자들의 눈물은 잊고 있다”면서 “교인들이 교회의 비리와 불의에 입을 닫아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배우한기자 bwh3140@hk.co.kr

영화가 묻는다. “어디로 가고 있느냐.” 한국 개신교회를 향해서다. 영화에는 호화로운 교회당 건축, 교회 대물림, 범죄를 저지르고도 회개하지 않는 목사, 권력과의 결탁, 교회 간의 출혈경쟁이 응축돼있다. 12월 개봉하는 ‘쿼바디스’는 현실 속 대형 교회의 민낯을 그대로 담은 다큐멘터리다. 보는 내내 씁쓸함과 황당함, 수치스러움이 혼재한 헛웃음이 그래서 나온다. 

‘쿼바디스’를 만든 김재환 감독은 “교회의 성장주의, 승리주의, 성직주의를 비판한 영화”라고 말한다. 서울 서초동 사랑의교회, 여의도순복음교회, 삼일교회가 대표 사례로 등장한다. 사랑의교회는 3,001억원을 들여 서울 강남의 노른자위 땅에 두 동 짜리 고층 유리 빌딩을 예배당으로 세웠고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조용기 원로목사의 탈세, 배임, 세습으로 교회 사유화의 결정판을 보였다. 교인 100명이 안되던 교회를 2만명의 대형교회로 키워 신화창조의 모델로 통했던 전병욱 전 삼일교회 담임목사는 성범죄를 저지르고도 회개하지 않은 채 새 교회까지 개척했다. 이 모두 돈과 권력, 탐욕과 비도덕이 쌓은 이 시대의 바벨탑이다. 

김 감독은 현실 속 허무의 탑을 3개의 가상 시선을 등장시켜 들여다 본다. 한국계 미국인으로 세계적인 다큐멘터리 감독인 마이클 모어, 예수가 된 노년의 목사, ‘하늘에 계신 하나님’이다. 그리곤 이들을 통해 목사들에게 집요하게 묻는다. “예수 믿는 것 맞습니까?” “교회가 당신들 영업장입니까?” “하나님이 과연 기뻐하실까요?”

영화에는 법정에 출두하는 조용기 목사와 아들 조희준씨를 따라붙어 추궁하는 김 감독의 목소리가 나온다. 배우에게 대역을 시킨 전병욱 목사에게는 그가 낸 책의 구절을 들이대며 꼬집는다. “목사가 되기 전에 먼저 그리스도인이 되어야 한다고 쓰셨죠. 그렇게 잘 아시면서 딸 같은 저한테 왜 그러셨어요?”

MBC 시사교양국 PD 출신인 김 감독은 전작 ‘트루맛쇼’에서 공중파 방송의 허구를, ‘MB의 추억’에선 이명박 전 대통령으로 대표되는 정치권력을 풍자했다. 그가 이번에 대형 교회를 소재로 들고 나온 건 자신 역시 교인이기 때문이다. “유명 대형 교회를 18년 동안 다녔습니다. 교회의 문제를 잘 알고 있었죠. 이 영화는 애정이 없이는 할 수 없는 비판입니다.”

김 감독이 영화 속 자신으로 투입시킨 ‘마이클 모어’란 캐릭터에도 자성의 뜻이 있다. 곧잘 ‘한국의 마이클 무어’로 불리기에, 이를 패러디한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아녜요, 모어가 그리스어로 ‘바보’라는 뜻입니다. 하나님이 보기에 지금 대형 교회와 목사들이 얼마나 우스울까, 우리 자신은 또 얼마나 바보 같은가, 이런 의미를 담았어요.”

익숙한 얼굴도 영화에 나온다. 이 전 대통령이다. 김 감독이 보기에 “장로 대통령 이명박은 기독교 성공학의 결정판”이다. “대형 교회와 이 전 대통령은 많이 닮았어요. 빠른 성공을 좋아하고 그 성공을 향해 불도저처럼 밀어붙였습니다. 교회가 보기에 돈과 권력을 쥔 장로 대통령은 성공의 모델이겠지요.”

신앙의 본질은 잊은 채 왜곡된 목표를 향해 달리는 한국 교회의 모습은 통계치로도 드러난다. 빚까지 내 그럴듯하게 세웠다가 교인을 끌지 못해 경매 시장에 쏟아진 교회 건물들이다. 경기 성남시 분당구 충성교회가 대표적이다. 감정평가액이 526억원으로 매겨진 이 교회는 법원 경매 사상 최고가의 교회 건물이다. ‘쿼바디스’에 나오는 수치다. 

현실과 가상을 넘나들며 김 감독이 묻는 ‘쿼바디스’는 대형 교회나 목사에게만 하는 질문이 아니다. “더 이상 교회의 비리와 불의에 교인이 입을 닫아서는 안됩니다. 스스로 물어봐야 해요. 지금 교회가 어디로 가고 있느냐고, 왜 숨어서 침묵하느냐고. 그리고 잘못됐다고, 고치라고 말해야 합니다. 거대한 사랑의교회 앞에서 이런 얘기를 하는 일반인을 흔히 봐요.‘이게 교회란다, 야.’ 그게 교회를 바라보는 사회의 냉정한 시선 아닐까요?”

영화는 마지막 장면에서 다시 묻는다. “어디로 가고 있느냐.” 마침 종교개혁 500주년이 3년 앞이다. 길을 찾기에 긴 시간이 아니다. 

김지은기자 luna@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