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상, -신중한 묵상이 필요하다

 환상, -신중한 묵상이 필요하다.

 

몇 명의 이집트 수도사들이 환상을 보았다.

참된 것인지 마귀에게서 온 것인지 분별할 수 없었다.

환상에서 본 것이 때때로 현실로 나타났기에 그들에게는

매우 어려운 문제였다.

그들은 안토니에게 자문을 구하러 갔다.

가는 길에 당나귀 한 마리를 타고 갔는데 도중에 그만

그 당나귀가 죽고 말았다.

도착하자마자 안토니는 “여러분이 타고 오던 당나귀가

이곳으로 오는 길에 죽었는데 도대체 어찌 된

일입니까?”라고 묻는 것이 아닌가?

그들은 “아버지여, 어떻게 그것을 아셨습니까” 하고

되물었다.

안토니는 “마귀들이 당신들에게 일어난 일을 나에게 보여

주었지요” 하고 대답했다.

안토니는 마귀들도 멀리서 벌어진 일을 알고 미리 알려주는

능력이 있음을 보여 주면서 수도사들이 본 환상도 마귀들이

준 것임을 가르쳐 주었다.

안토니는 환상과 꿈을 하나님께서 보여 주시는 것으로

단정하지 말라고 했다.

영을 분별하는 스승이 있었다

사막에는 영을 분별하는 대가들이 있었기에 후배들은

길을 잃지 않았다.

마귀는 아주 교활해서 만약 수도사들이 어느 정도

영적생활에 열심을 내면 전술을 바꾼다.

그들은 자신이 쏟은 노력을 근거로 수준을 과대평가하여

이제 자신도 탁월한 은사를 받을 수 있다고 믿게 함으로써

이를 통해 교만에 빠트린다.

이런 경험들이 축적되면서 사막에서는 환상과 신비적 은사가

나타날 때를 대비해 스승들이 전하는 일화들이 존재한다.

여기서 몇 가지를 소개한다.

마귀가 빛의 천사로 가장하고 한 수도사에게 나타나

“나는 가브리엘 천사다.

주께서 나를 네게 보냈다”라고 말했다.

그러자 수도사가 “정말로 내게 가라는 명을 받았소?

다른 사람에게 보냄을 받은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보시오.

나는 천사의 방문을 받을 자격이 없는 사람이오” 하고

대답했다.

그러자 마귀가 즉시 사라졌다.

그래서 원로들은 제자들에게 “만일 천사가 그대에게

나타난다면 그를 영접하지 말고, 자신을 낮추어

‘저는 죄인이므로 천사를 만날 자격이 없다’고 말하라”고

가르쳤다.

마귀는 천사뿐 아니라 그리스도로 나타나기도 했다.

이에 대한 처방들도 사막에 있었다.

한 원로 수도사가 마귀의 공격을 대적하며 정면으로

맞서 싸웠다.

그가 이기고 있음을 본 마귀의 괴수는 눈에 보이는

모습으로 나타나 “나는 그리스도다.

그대가 마귀를 이기고 있음을 보고 칭찬하려고 왔노라”고

말했다.

원로는 그 형상을 보고 두 눈을 감아 버렸다.

이에 마귀가 “나는 그리스도다.

그런데 어찌 나를 보고 눈을 감느냐”라고 물었다.

원로는 “나는 이 세상에서는 그리스도를 만나 뵙기를

원하지 않는다.

저 세상에서 뵙기를 원한다.

칭찬도 그곳에서 받고 싶다”고 대답했다.

이 말을 듣고 마귀는 사라졌다.

한 번은 마귀들이 한 원로 수도사에게

“그대는 그리스도를 보기 원하느냐”고 물었다.

원로는 “진실로 나는 ‘보라 그리스도가 여기 있다

혹은 저기 있다 하여도 믿지 말라'(마 24:23)는

주님의 말씀을 믿는다”고 말하자 마귀들이 즉시 물러났다.

영적 은사라면 무조건 하나님이 주신 줄로 알고 있다.

그러나 사막 교부들의 가르침은 은사가 주어지면

그대로 받는 것이 위험한 일임을 가르쳐 준다.

간절히 간구했기에 하나님의 응답인 줄 믿고

덥석 받아서는 안 된다.

하나님께서는 환상으로, 또 꿈으로 자신을 알리시고

말씀하시기도 하지만(민 12:6), 마귀들도 그 정도의

능력을 가지고 있음을 알아야 한다.

주님의 경고에 귀 기울여야

한국교회 역사를 돌아보면 자신에게 나타난 계시를 믿고

분별없이 따랐기 때문에 이단이 시작되었다.

1923년 철산의 김성도 권사는 입신하여

천군 천사들을 만났고 예수님과도 두 차례 만나서

받은 계시를 상세히 기록했었다.

그녀는 평소에는 새색시 같다가도 기도할 때는

아주 우렁찬 음성으로 큰 감명을 주었다.

무릎에 굳은살이 붙을 정도로 많이 기도하고,

신유의 기적들을 행하며 환자나 거지를 손수 씻기고

먹이며, 입으로 고름을 빨아내니 많은 사람들이

믿고 따랐다.

그가 받은 계시에는 십자가의 가치를 부정하고

주님이 재림할 때는 육신을 쓴 인간으로

한반도에 온다는 황당한 내용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목사들까지 믿고 따랐다.

우리나라에는 재림주들이 유독 많은데 그 기원을

따라가면 원조는 김성도였다.

이런 일은 오늘날에도 반복되고 있다.

은사자들은 자신의 은사를 하나님께서 주신 것이라고

확신하지만, 자신이 속고 있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많다.

이스라엘 아합왕 시대에 선지자 400명에게

거짓말하는 영이 들어가 거짓 예언을 했지만,

정작 자신들은 여호와의 영이 임했다고

믿고 있었다(왕상 22:20∼24).

어떤 이가 행한 신유와 기도의 능력이 사랑과

헌신 때문에 믿을 만하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것도

마귀가 사용하는 속임수의 일부다.

무슨 비범한 것, 은사와 기적을 탐하는 근성이 있는

사람들은 예수님의 다음 경고를 늘 가슴에 간직해야 한다.

“거짓 그리스도들과 거짓 선지자들이 일어나 큰 표적과

기사를 보여 할 수만 있으면 택하신 자들도

미혹하리라”(마 24:24).


김진하 <백석대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