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따뜻한 이야기




가슴 따뜻한 이야기

1. 이등병과 인사계    

한 신병 이등병이 몹시 추운 겨울날 밖에서 언 손을 호호 불어가며 찬물로 빨래를 하고 있었습니다. 

마침 그곳을 지나던 소대장이 그것을 보고 안쓰러워하며 한마디를 건넸습니다. 

“김 이병, 저기 취사장에 가서 뜨거운 물 좀 얻어다가 하지.” 

그 이등병은 소대장의 말을 듣고 취사장에 뜨거운 물을 얻으러 갔지만, 고참에게 군기가 빠졌다는 핀잔과 함께 한바탕 고된 열중숴차려만 받아야 했습니다. 


빈 손으로 돌아와 찬물로 빨래를 계속하고 있을 때, 이번에는 중대장이 지나가면서 그 광경을 보았습니다. 

“김 이병, 그러다 손에 동상 걸리겠다. 저기 취사장에 가서 뜨거운 물 좀 얻어다 해라.” 

신병은 그렇게 하겠다고 대답은 했지만, 이번에는 취사장에 가지 않았습니다. 

가 봤자 뜨거운 물은 고사하고, 혼만 날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렇게 계속 빨래를 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중년의 인사계 부사관이 그 곁을 지나다가 찬물로 빨래를 하고 있는 모습을 보고 걸음을 멈추고 말했습니다. 


“김 이병, 내가 세수를 좀 하려고 하니까 지금 취사장에 가서 그 대야에 더운물 좀 받아 와라!.” 

이등병은 취사장으로 뛰어가서 취사병에게 보고했고, 금방 뜨거운 물을 한가득 받아 왔습니다. 

그러자 인사계가 다시 말했습니다. 

“김 이병! 그 물로 언 손을 녹여가며 해라. 양이 충분하지는 않겠지만 동상은 피할 수 있을 거야.” 

소대장과 중대장, 그리고 인사계 등 3명의 상급자가 모두 부하를 배려하는 마음은 있었지만 상대방의 입장에서 상황을 파악하고 정말로 부하에게 도움이 된 것은 단 한 사람 뿐이었습니다. 


나의 관점에서 일방적인 태도로 상대를 배려한걸로 생각하고는, 상대에게 도움을 줬다고 혼자 착각하고 있는 어리석음을 범하고 있지는 않은지 되돌아 봅시다. 



2. 금 간 물 항아리 

한 아낙이 매일 물지게를 지고 샘터까지 먼 길을 오가며 물을 져 날랐습니다. 

양쪽 어깨에 항아리가 하나씩 걸쳐져 있었는데 왼쪽 항아리는 살짝 실금이 간 항아리였습니다. 

그래서 물을 가득 채워서 출발했지만, 집에 오면 왼쪽 항아리의 물은 항상 반쯤 비어 있었습니다. 

왼쪽 항아리는 금 사이로 물이 줄줄 흘러내렸고, 오른쪽 항아리의 물은 그대로였습니다. 

왼쪽 항아리는 항상 미안한 마음이 들었고, 그러던 어느 날 아낙에게 말했습니다. 

“주인님, 저 때문에 항상 일을 두 번씩 하는 것 같아서 죄송해요. 금이 가서 물이 새는 저 같은 항아리는 버리고 새것으로 쓰시지요.” 

아낙이 빙그레 웃으면서 금이 간 항아리에게 말했습니다. 

“나도 네가 금이 간 항아리라는 것을 알고 있단다. 그렇지만 괜찮아. 우리가 지나온 길의 양쪽을 보거라. 



물 한 방울 흘리지 않는 오른쪽 길은 아무 생명도 자라지 못하는 황무지가 되었지만, 



네가 물을 뿌려준 왼쪽 길에는 아름다운 꽃과 풀과 생명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잖아.“ 

“너는 금이 갔지만, 너로 인해서 많은 생명이 자라나고, 나는 그 생명을 보면서 아주 행복하단다. 



너는 지금 그대로 네 역할을 아주 잘 하고 있는 것 이란다” 

사람들은 완벽함을 추구하며 자신의 조금 부족한 모습을 수치스럽게 여기고 자기 자신을 가치 없는 존재로 여겨 낙심에 빠질 때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세상은 금이 간 항아리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너무 완벽한 항아리들 때문에 삭막할 때가 더 많습니다. 

약간은 부족해도 너그럽게 허용하는 것이 세상을 좀 더 여유롭게 만드는 배려입니다.  

 

글보낸이: 김 광 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