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에 찾아온 기적을 대하는 태도

인생에 찾아온 기적을 대하는 태도

마가복음 2장에 보면, 친구들의 도움으로 병을 치유 받고, 구원까지 얻는 기적을 체험한 행운의 사람이 나온다. 예수님이 가버나움으로 가셨을 때 중풍병에 걸린 친구를 돕기 위해 집의 지붕을 뜯었던 네 명의 친구가 있다. 지붕을 뚫고 예수님에게 간 사람은 병든 중풍병자가 아닌 친구들이었다. 예수님을 만나기 위해 최선을 다한 것은, 정확히 말해서 중풍병자가 아닌 바로 네 명의 친구들이었다. 예수님은 병이 낫고자하는 중풍병자의 간절함만이 아닌 친구들의 헌신과 그들의 믿음을 보셨던 것이다. 중풍병자에게 찾아온 기적은 친구들의 간절한 믿음에서 온 것이다. 

 

가버나움에서 일어났던 기적은 우리의 치유와 구원이 단지 우리의 노력과 결단만이 아니란 것을 보여준다. 우리에게 관심을 기울이고, 헌신과 사랑을 준 누군가가 있다. 우리의 인생은 절대로 유아독존의 인생이 아니다. 우리에게 복음을 알려주고 우리가 예수를 믿기로 결심하도록 기도한 사람들을 잊어서는 안 된다.  


일부 신앙인들이 인생에 찾아온 기적과 은혜의 선물을 대하는 태도가 종종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모든 것이 자기의 믿음으로 주어진 보상으로 여기고 그를 위해 헌신한 사람들을 기억하지 않는 모습이다. 여기에는 “내가 그런 믿음을 가졌기에, 하나님이 나를 많이 사랑하기에, 당연히 내가 받은 것”이라는 자만이 숨겨져 있다. 


모든 기적이 주님의 은혜와 섭리로 이루어진 것이지만 그 사이에는 불편을 감수하고 수고하고, 관심을 가지고, 돕고 싶어하던 사람들이 있다.  


장영희 교수가 쓴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에는 그녀가 어린 시절 경험했던 한 사연이 소개되어 있다. 소아마비를 앓고 있는 그녀는 골목에서 아이들과 함께 놀 수가 없었다. 그녀의 어머니는 아이들이 노는 걸 구경이라도 하라고 대문 앞 계단에 작은 방석을 깔아주었다. 당시 골목은 아이들이 신나게 뛰어 노는 놀이터였다. 그녀가 초등학교 1학년 무렵 다른 아이들에 비해 일찍 수업이 끝나서 혼자서 계단 앞에 앉아 있었다. 그때 마침 엿장수가 가위를 쩔렁이며 골목을 지나고 있었다. 목발을 옆에 두고 대문 계단에 앉아 있는 그녀를 흘낏 보고 지나쳐갔다가 리어카를 두고 다시 돌아와 그녀에게 깨엿 두 개를 내밀었다.  


순간 아저씨와 그녀의 눈이 마주쳤다. 아저씨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아주 잠깐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 “괜찮아.” 장 교수는 그날 마음을 정했다. 이 세상은 그런대로 살 만한 곳이라고, 좋은 친구들이 있고, 선의와 사랑이 있고, “괜찮아”라는 말처럼 용서와 너그러움이 있는 곳이라고 믿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소아마비로 친구들과 뛰어 놀 수도 없고 앞으로도 더 많은 불편을 숙명처럼 감수해야할 그녀에게 엿장수 아저씨의 “괜찮아”라는 말은 ‘살아갈 기적’을 만들어낸 말이었다. 


어릴 적부터 소아마비를 앓아야 했고 평생 목발에 의지해서 살아야 했던 운명을 딛고, 그녀가 세상을 향해 당당히 나올 수 있게 해주었던 사람은 엿장수 아저씨였다. 아무런 댓가를 바라지 않는 호의로 내민 두 개의 깨엿은 그녀가 인생을 살아갈 수 있게 하는 용기를 북돋아 주는 말이 되었다. 


사실 우리에게 일상 속에서 예기치 못했던 도움을 주는 사람들은 대부분 대단하지 않은, 지극히 소시민이다. 그들이 가진 선한 본성으로 우리의 삶은 온기를 얻게 된다. 남의 어려움을 도와줄 여유 없는 그들이, 그렇게 할 수 있는 것은 가장 그들의 처지를 잘 알기 때문인 것이다. 목발을 짚고 있는 어린 소녀를 보고 그냥 지나치지 않고 돌아와서 ‘괜찮아’라고 따뜻한 미소를 보냈던 사람도 엿장수였다. 당시 한국의 직업 카스트제도 속에서 가장 밑바닥에 놓여 있던 사람이었다. 리어카를 밀고 골목을 누비며 가위를 울리며 고단한 하루하루를 보냈을 사람이기에 어린 소녀의 아픔을 더욱 공감할 수 있었다.  


우리가 인생에서 혼자서 이루어낸 성공과 행복은 없다. 누군가 베풀었을 도움이 성공과 행복의 연쇄 과정을 만들어 낸다. 그런 행복의 연쇄과정의 단초를 제공한 사람들을 기억하고 감사할 수 있다면 더욱 우리의 인생은 온기가 있고 살맛 나는 곳이 될 것이다.  

[최광현 칼럼] 인생에 찾아온 기적을 대하는 태도 기사의 사진

<최광현 한세대 심리상담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