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 고발 다큐 영화 <나는 더 이상 게이가 아닙니다> 제작 후기

김광진 영화감독 – 아무도 자신의 참혹한 미래를 모른다! ① 

동성애 고발 다큐 영화 <나는 더 이상 게이가 아닙니다> 제작 후기

 

미국 사회의 동성애는 죄악된 것이란 지배적인 인식이 할리우드의 영화예술 등 문화를 통해 그 인식이 바뀌기 시작했다. 혐오스럽다고 생각했던 동성애자들이 친근감 있는 모습으로 다가오기 시작한 것이다.

 

“동성애? 너 그거 건드리면 죽는다. 할리우드에서 건드리지 않는 게 두 가지 있는데 하나는 낙태이고, 그 중 가장 피하는 나머지 하나가 바로 동성애야. 너 그거 건드리면 감독 인생 끝이야!” 

전화기를 통해 들려오는 그의 목소리는 흥분한 듯 목소리 톤이 한껏 올라가 있었다. 

“김 감독. 크리스천 소재로 다른 내용 많잖아. 따뜻한 이야기 많잖아. 감동 있는 것 그런 것 해. 동성애는 너무 위험해.” 

후회가 밀려왔다. 조언을 좀 얻을 생각에 미국 할리우드에서 나름 제작자로 자리 잡은 지인(知人)에게 연락을 했는데, 이렇게 방방 뛸지는 몰랐다. 내가 열지 말아야 할 판도라의 상자를 건드린 것은 확실했다. 그는 무덤을 파는 짓이라고 하면서 전화를 끊었다. 

지금까지 미국 방송국에서 예능 PD로 오랫동안 일했는데, 스태프 중엔 능력 있는 게이, 레즈비언이 많았다. 그들은 그렇게 태어난 줄 알았고 그들의 예술적 감각에 질투가 난 적도 있었다. 2013년 겨울 시작된 ‘불편한 동성애의 진실 프로젝트’는 그렇게 두려움과 막연함 속에서 시작되었다. 

 

동성애 미화(美化)의 진화 

캘리포니아 주(州)에서 발의된 ‘SB48’ 법안은 그 위력이 대단했다. 동성애를 정상이라 가르치는 교육에 반대하여 아이를 등교시키지 않았던 한 미국인 가정의 가장(家長)이 학교로부터 고발당하여 체포되었다. 동성애자를 혐오했다는 죄명이었고 그는 감옥에 갔다. TV 속의 기자는 추궁하듯 그에게 질문을 쏟아 부었고, 부인이 고개를 떨군 채 말없이 눈물만 흘리고 있는 남편의 손을 잡아주고 있었다. 

미국이란 곳에서 살아남기 위해서 정신없이 살아오다 어느 날 잠시 숨을 고르려 고개를 돌려보니 동성애는 그 크기를 가늠할 수 없이 거대한 모습으로 바로 코앞에 다가와 있었다. 한눈에 들어오지 않아 멀찍이 뛰어가 돌아보니 그것은 태산이었다. 

기독교 국가인 미국에서 어떻게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었던 것일까? 1970년대만 하더라도 동성애자들은 끊임없는 항쟁과 투쟁으로 자신들의 권리를 외치고 있었다. 마치 예전의 백인 흑인 간의 인종차별처럼 말이다. 동성애는 죄악된 것이란 게 미국 사회의 지배적인 인식이었다. 그러던 것이 할리우드의 영화예술 등을 통해 그 인식이 바뀌기 시작했다. 혐오스럽다고 생각했던 동성애자들이 친근감 있는 모습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우리에게 익숙한 유명 배우들이 여장 남자, 혹은 남장 여자의 모습으로 스크린에 나타났다. 이들의 모습은 영화에서 감초 역할을 하면서 지속적으로 등장했고, 때로는 남성 동성애자들이 로맨스의 주인공이 되기도 했다. 이들의 애틋한(?) 모습들에 대중들은 동성애는 또 다른 종류의 사랑이라 생각했고, 점점 친숙함을 느끼는 동시에 그들의 사랑을 인정하고 보호해 주자라는 인식의 변화가 시작되었다. 

한국의 한 유명 동성애자인 김 모 영화감독이 바로 문화예술을 이용한 인식 변화가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인터뷰하는 내용을 본 적이 있다. 항쟁과 투쟁의 상징이었던 피켓과 메가폰을 버리고 대신 눈물과 애잔한 스토리로 사람들의 감성을 자극하는 방법은 지금까지도 성공적으로 지속되고 있다. 한번 변화된 인식은 법도 바꾸고 교육도 바꾸고 이 세상을 뒤집어 버린 것이다. 

몇 개월간의 동성애 탐구는 그다지 진척이 없었다. 인터넷에선 과학적, 의학적으로 동성애의 유전적 출생에 관한 이론이 대세였고, 각종 연구들과 사례들이 끝도 없이 올라와 있었다. 하지만 조금만 더 신경을 써서 들여다보니 동성애 연구를 주도했던 학자 대부분이 동성애자였고, 그 논문들에 대해 많은 오류들이 지적되고 있음을 알게 됐다. 무리하게 부풀려진 통계들과, 계속해서 번복되는 연구 결과들은 그 진실성에 대한 의심을 부추겼다. 마치 안개 속을 걷는 듯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을 무렵, 데니스 저니건 이라는 미국의 복음성가 사역자를 만나 놀라운 이야기를 접하게 되었다. 우리에게 너무도 익숙한 ‘약할 때 강함 되시네’란 곡을 만든 그는 오랜 세월 동성애자였다. 자신의 성(性) 정체성으로 많은 세월을 괴로워 하다가 극적으로 동성애에서 탈출한 사람이었다. 그를 만나기 위해 그가 살고 있는 오하이오까지 비행기를 타고 날아갔다. <계속>

 

김광진 영화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