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든 사내의 아내, 하와
하와는 모든 사내의 사랑스러운 여자이면서 사내를 범죄케 한 원죄의 근본이 된다. 바로 그의 모습에서 여성성의 본질을 더듬어볼 수 있다.
하나님은 질서 가운데 우주 만상을 아름답게 창조하셨다. 그리고 맨 나중에는 피조물을 관리하기 위해 자신의 모습대로 사람을 만드셨는데 그가 바로 아담이다.
하나님은 아담에게 짝이 필요하다고 생각해 그가 잠잘 때에 그의 갈비뼈 하나를 떼어내 그것으로 여자를 만들어 함께 살도록 했다. 아담은 여자가 너무 아름다워 마음이 설레고 좋았다. 그래서 저절로 노래가 튀어나왔다.
“여자여, 당신은 내 뼈 중의 뼈요 내 몸의 한 부분이로다!”
남자 아담은 여자 하와가 좋았다. 하나님도 이들을 보고 흡족해 하셨다. 아담과 하와 부부는 하나님의 나라 에덴에서 행복하게 살게 됐다. 그들은 서로 너무 사랑했기에 벌거벗었으나 조금도 부끄러운 줄 몰랐다(창 1∼2장). 하나님은 이들 부부에게 한 가지 부탁을 했다.
“이 동산에 있는 모든 나무의 열매는 마음대로 먹어도 좋다. 그런데 오직 선악을 알게 하는 생명나무의 열매만은 먹지 말라. 그것을 먹으면 죽게 될 것이다.”
아담과 하와는 하나님의 명령을 순종하기로 약속했다. 하나님이 지으신 것 중에 간교한 뱀이 있다. 그는 어느 날 하와를 찾아와 ‘왜 선악과 나무 열매는 따 먹지 않으냐’고 물었다. “하나님께서 따 먹지 말라고 하셨다.” 하와의 말에 뱀은 웃으면서 말했다. “그 나무 열매를 따 먹으면 오히려 네 눈이 밝아져 하나님과 같이 선악을 알게 될 것이다.”
하와는 뱀의 말이 그럴 듯하게 들렸다. 선악과 나무 열매는 보기에 아름다웠고 먹으면 맛있을 것 같았다. 또 눈이 밝아져 선악을 알 정도로 지혜로워질 것 같았다.
하와는 그 나무 열매를 따 먹었다. 그리고 혼자만 먹기 미안해 남편 아담에게도 먹도록 권하면서 뱀이 한 말을 전했다. 아담은 사랑하는 하와의 말을 외면하기가 어려웠다. 하나님 명령을 거역하는 것이 마음에 걸렸으나 아내 말은 거역할 수 없었다. 결국 그 열매를 같이 먹었다.
하와의 유혹과 아담의 변명
열매를 먹고 나서 이들은 서로를 쳐다보다가 깜짝 놀랐다. 벌거벗은 것을 알게 되자 갑자기 부끄러웠다. 하와가 얼른 두 손으로 가슴과 아랫부분을 가렸다. 아담도 두 손으로 아래를 감추었다.
날이 저물자 하나님께서 아담을 찾았다. 아담은 하나님의 명령을 거역한 걸 알고서 두렵고 부끄러워 숲속에 숨어 있었다.
“아담아 너 지금 어디 있느냐. 왜 내가 부르는데 대답하지 않느냐.” “여기 있습니다.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는 벌거벗어서 두려워 숨었습니다.”
“누가 너더러 벌거벗었다고 하더냐.” “저희 스스로 알게 되었습니다.” “그러면 내가 따 먹지 말라고 한 그 나무 열매를 따 먹었느냐.”
아담은 곁에 숨어 있는 하와를 쳐다보았다. ‘저 여자 때문이다. 저 여자는 하나님이 내게 보내주셨다.’ 그렇게 생각하니 핑계거리가 되었다.
“하나님이 제게 함께 살라고 한 그 여자 때문입니다. 그가 먼저 그 나무 열매를 따 먹고 제게도 먹으라고 보채는 바람에 할 수 없이 먹었습니다.”
아담은 하나님의 책망을 덜어보려고 변명을 늘어놨다.
“이 미련한 사내야. 네가 아내가 좋아서 그 말을 듣고서 무슨 변명을 하느냐. 남자가 체통도 세우지 못하고. 이 미련한 아담아!” 하나님은 아내의 말을 하나님 말보다 더 중히 여긴 아담의 미련함을 보고 안타까웠다. 그리고 하와에게 물었다.
“하와야, 너는 어찌하여 내가 따 먹지 말라고 한 그 열매를 따 먹었느냐.” 하와는 하나님의 음성에 가슴이 떨렸다. 뭔가 이유를 말해야 했다. “뱀이 꾀어서 따 먹었습니다.” 서로 핑계를 댔다.
강한 척하지만 여자 앞에선 연약해지는 남자
하나님은 아담과 하와를 책망하면서 에덴에서 나가도록 했다. 하와는 그래도 아담이 자기 말을 듣고서 같이 나무 열매를 따 먹은 것을 다행으로 생각했다.
성경은 이 사건 이후에 두 사람 앞에 벌어진 일들을 자세히 기록하고 있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아담 부부가 에덴에서 추방된 뒤 오늘까지도 인간은 애써 일하며 살아가고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남자는 강한 척하며 살고 있으나 여자 앞에서 자기를 내버리는 연약함은 여전하다.
우리는 이 사건에서 ‘여성의 존재성’과 남녀 관계를 엿볼 수 있다. 사람은 이성 간에 서로 사랑할 수밖에 없는 갈망을 갖고 있다. 이것은 이념이나 가치 이전에 가장 자연스럽고 순수한 본능이다. 더구나 하나님은 이성에 대한 사랑을 지속적으로 유지시켜주기 위해 성적 쾌락을 허락해주셨다. 이것은 사람의 어떤 욕구보다 강하다. 이 때문에 이성을 만나 한 몸이 되어 부부로 한평생 살아간다.
아담에게 하와는 사랑스러운 존재이자 행복의 원천이다. 하지만 한편으로 아담을 죄악의 구렁텅이로 빠트리게 만든 무서운 유혹의 주체이기도 하다. 남자는 아내의 청을 거부할 수 없다. 겉으로는 남자가 여자를 지배하며 산다고 생각하지만 결국 모든 남편은 아내의 지배에서 벗어날 수 없다.
남자와 여자의 차이
남자는 기존 질서를 지키려고 하는 보수성이 강하다. 즉 가치 지향적이다. 그 가치는 남성에 의해 유지돼 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여성은 고정된 가치를 흔들어놓으려 한다. 고착된 질서를 흔드는 일탈적이고 반체제적인 성향을 지니고 있다. 하지만 이것이 오히려 새로운 역사를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아담은 하나님과의 약속을 믿고 지키려 했을 것이다. 그런데 하와는 그러한 남성의 보수성이 갑갑했다. 금지한 것을 파괴함으로 새로운 무엇을 얻으려는 강한 욕망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한 여성의 마음을 알고 있는 뱀은 아담보다 하와를 택해 배신을 공모했다.
이렇게 여성 하와는 남성 아담의 사랑스러운 아내이기에, 아담은 그 사랑스러운 아내의 청을 거역할 수 없었다. 그런 면에서 여성의 힘은 대단하다. 결국 남성의 강한 보수성을 깨뜨리는 일탈성은 고정된 질서를 파괴해 혼란을 가져오기도 하지만, 그러한 가운데 인류의 역사는 새롭게 전개될 수 있었다.
국민일보 글=현길언 작가
1940년 제주에서 출생했다. 제주대와 한양대 대학원 등을 마치고 제주대와 한양대에서 25년간 학생들을 가르 쳤다. 1980년 ‘현대문학’으로 등단해 ‘용마의 꿈’ ‘유리벽’ ‘문학과 성경’ ‘솔로몬의 지혜’ 등 30여권을 냈다. 현대문학상과 대한민국문학상, 기독교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현재 계간 ‘본질과 현상’ 발행·편집인으로 일하고 있다. 서울 충신교회 원로 장로다.
글 옮겨온이 권 문 웅 기자 moonk206@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