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음적 대화 > “마음 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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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음적 대화 > “마음 듣기” 

 

2003년, UNESCO가 선정하는 세계무형유산에 등재된 한국의 판소리는 한 명의 명창(소리꾼)이 짧게는 3시간, 길게는 6시간 정도 걸리는 판소리 한마당을 완창(처음부터 끝까지 부르는 일)하는 것인데, 이렇게 할 수 있는 이유는 알고 있는 것처럼 명창의 소리를 받아주는 ‘고수(鼓手: 북 치는 사람)’가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고수는 판소리에서 북으로 장단을 맞추는 역할만 하는 것이 아니라, ‘얼씨구’, ‘좋~다’, ‘으이!’, ‘그렇~지’ 등의 추임새를 넣어주면서 명창이 판소리 마당(episode: 판소리를 세는 단위)에 담겨 있는 희로애락을 충분히 표현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면에서, 좋은 관계를 위해 잘 듣고 적절히 반응해 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우리에게 비유적으로 말해 주고 있습니다. 

 

관계의 어려움으로 상담을 오시는 분들, 특별히 부부의 경우를 보면 나름 다양한 갈등의 원인들이 있습니다만 결국 공통적으로 하는 말은 “저 사람하고는 도대체가 말이 안 통해요!!”입니다.

이 말을 얼핏 생각하면 서로 말도 안 되는 얘기들을 하나보다 싶지만 사실은 ‘말보다는 듣는 것이 미숙’해서 갈등이 커지는 경우가 훨씬 더 많습니다. 한 마디로 상대방의 얘기는 들으려 하지 않고 자신의 입장과 생각에 대해서만 얘기를 하려다 보니 서로 말이 통하지 않을 수밖에 없지요. “잘 듣는 것”은 상대방을 진심으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태도로부터 시작됩니다. 

 

듣기에는 크게 5가지 수준이 있습니다. 가장 하위 단계인 5위는 ‘무시하기’인데, 말하는 사람의 눈을 쳐다보지 않고 하던 일도 멈추지 않고 그저 건성건성 대답하며 귀로만 듣는 것입니다. 4위는 ‘듣는 척’하는 것으로, 하던 일을 멈추고 눈을 맞추기도 하지만 머리로는 딴생각을 합니다. 이런 방식으로 듣는 사람들의 특징은 “척”을 해야 하기 때문에 “진짜 듣는 것”처럼 이따금씩 맞장구를 치기도 합니다. 3위는 ‘선택적으로’ 듣는 것인데, 말 그대로 자신이 관심 있는 말만 골라서 듣는 것을 말합니다.

예컨대 말하는 사람은 A to Z를 설명하지만 듣는 사람은 A, D, T, W 등만 들으니 대화의 맥락을 이어가기가 어렵고 엉뚱한 질문을 하거나 오해를 불러일으키기는 경우도 생기겠지요?! 듣기의 상위 수준에 해당하는 2위는 ‘주의 깊게’ 듣는 것으로, 상대방이 하는 말의 내용을 놓치지 않기 위해 잘 집중하며 듣는 것입니다.

그런데 간혹 ‘자신의 생각을 끝까지 주장하기 위해서 또는 상대방의 얘기가 끝나고 나면 어떤 말로 받아쳐야 할지’를 준비하기 위해서 주의 깊게 듣는, 일명 “지피지기 백전백승(知彼知己 百戰百勝: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 번 싸워서 백 번 이긴다)”의 태도를 보이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이러한 대화의 끝이 어떠할지는 짐작이 가고도 남지 않습니까? 갈등이 심한 관계일수록 그들의 대화를 들여다보면 바로 이와 같이 상대방을 이기기 위해 듣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래서 우리가 배워야 할 가장 높은 수준의 듣기는 ‘주의 깊게’ 듣되 그 사람의 마음의 상태를 ‘공감하며’ 듣는 것입니다. “공감하다”의 사전적 의미는 남의 감정, 의견, 주장 따위에 대하여 자기도 그렇다고 느끼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먼저, 내 말은 줄이고 상대방에게 눈을 맞추고 진심을 담아 적절히 반응하면서 그 사람이 자신에 대해 많이 말하도록 해야 합니다. 그래야 상대방의 주장이나 생각이 무엇인지, 그리고 그러한 생각을 하게 된 이유, 감정 등을 알 수 있을 테니까요_내 사랑하는 형제들아 너희가 알지니 사람마다 듣기는 속히 하고 말하기는 더디 하며 성내기도 더디 하라[약1:19]_다시 말해서 “공감하며 듣는다”는 것은 그 사람의 “말(내용)” 너머에 있는 “마음을 듣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 죄의 본성 중의 하나인 조급함이 그것을 방해하기 때문에 때로 상대방의 이야기를 자세히 듣기도 전에 판단하고 섣불리 내 생각만을 주장하면서 상대방에게 상처를 주기도 하고 반대로 자신에게 곤란한 상황을 초래하기도 합니다_사연을 듣기 전에 대답하는 자는 미련하여 욕을 당하느니라[잠18:13]_상대방의 마음을 공감하고 그 마음에 합당하게 반응하는 것! 물론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하늘 아버지의 아들, 완전한 신의 존재이신 예수님이 우리를 위해 이 땅에 인간의 모습으로 와 주신 것, 그 최고의 공감을 보여주셨던 예수님을 따라 훈련한다면 가능한 일입니다.  

 

명창(소리꾼)의 소리에서 희로애락을 풀어낼 수 있도록 돕는 ‘고수(鼓手: 북 치는 사람)’처럼 구원받은 우리도 예수님의 사랑에 의지하여 대화의 ‘고수(高手: 특정 분야에서 기술이나 실력이 매우 뛰어난 사람)가 되기를 기대합니다.  

 

즐거워하는 자들과 함께 즐거워하고 우는 자들과 함께 울라[롬12:15] 

 

이 글은 베다니교회 Website에서 옮겨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