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지구’… 교회가 새로운 도전 나선다 기후변화 적극 대응하는 기독단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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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지구’… 교회가 새로운 도전 나선다

 기후변화 적극 대응하는 기독단체들

 

아이슬란드대학교는 1890년 16㎢(축구장 2130개 크기)였던 아이슬란드 오크 빙하가 2012년 0.7㎢로 줄었다고 기록했다. 지난 9일 미 항공우주국은 오크 빙하의 1969년 9월 모습(왼쪽)과 현재 모습을 공개했다. 연합뉴스

 

올여름 유럽은 기상관측 기록을 깨는 된더위를 겪으며 지구온난화가 더는 기후변화가 아닌 위기임을 통감했다. 지난 18일(현지시간) 아이슬란드에서는 ‘빙하 장례식’이 있었다. 해발 1998m 오크 화산을 덮고 있던 700년 된 빙하가 무서운 속도로 녹아내렸다.



아이슬란드 총리와 환경부 장관, 국내외 기후 전문가 등 100여 명은 기후변화로 잃은 빙하를 애도하며 대중의 인식을 환기했다. 빙하가 녹아 맨땅에 드러난 바위에다 미래로 보내는 편지와 최근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415ppm을 동판에 새겨 붙였다.



 
 
지난해 10월 인천 송도에서 열린 48차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 총회는 특별보고서 ‘지구온난화 1.5℃’를 채택했다. 현재 지구표면 평균온도는 산업혁명 이전과 비교해 0.87℃ 상승했다. 2100년까지 지구온난화를 1.5℃로 제한한다면 2℃ 상승했을 때와 비교해 기후변화에 따른 피해를 크게 줄일 수 있다는 것이 보고서의 골자다. 그러려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30년까지 적어도 45% 줄이고, 2050년까지 순 배출량 0을 이뤄야 한다. 그렇게 하면 해수면 상승은 상대적으로 10㎝ 낮아지며, 북극해 해빙이 녹아 없어지는 주기가 10년에 한 번에서 100년에 한 번으로 크게 연장된다. 99% 사라질 산호초가 그나마 70~90% 소멸에 그칠 것이다. 지금 당장 전지구적 이산화탄소 배출 제한으로 1.5℃를 지켜내지 못한다면 생태계는 돌이킬 수 없다. 노아의 방주와 홍수 이야기는 아득히 먼 과거의 신앙고백이 아니라 다시 코앞에 다가온 미래다.



영국 국제구호단체 ‘크리스천에이드’ 지구기후 담당 캣 크래이머 씨는 ‘1.5℃ 보고서’가 구체적인 수치들로 희망과 절박함을 동시에 보여줬다고 평가하며 “망가지기 쉬운 단 하나뿐인 지구를 나눠쓰는 가장 취약한 이들과 연대해야 한다. 가장 먼저 산업화한 나라로서 영국은 윤리적 의무가 크다”고 지적했다. 



기후위기는 사막화로 충분한 식량 확보가 어려워지는 사람들, 바다 수면이 높아져 삶의 터전을 위협받는 사람들 등 사회적 약자에게서 가장 크게 작용한다. 이 위기를 전지구적으로 대응하기 위해 다음 달 23일 미국 뉴욕에서 유엔 ‘기후변화 특별정상회담’이 열린다. 지난해 ‘기후를 위한 등교 거부’를 시작해 서구권 청소년 사이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스웨덴 16세 학생 크레타 툰베리도 참석한다. 그는 바람과 햇빛만을 동력으로 2주 동안 대서양을 건너 뉴욕에 도착했다. 20~27일 정상회담 전후 전 세계 시민사회단체와 종교인들은 각국에서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하는 다양한 캠페인을 벌인다. 우리나라 기독교 단체들은 ‘기후위기 비상행동’ 발족에 참여해 21일 서울 대학로에서 행사를 연다.



미국 그리스도연합교회(UCC)는 2017년 트럼프 대통령이 파리기후변화협약 탈퇴를 선언했을 때 총회 결의안 ‘지구는 주님의 것이다’로 교단 입장을 밝혔다. 결의안을 썼던 짐 앤탈 목사는 책 ‘기후 교회, 기후 세상: 변화를 위해 신앙인이 해야 할 일’에서 여러 가지 악을 조장하고 강화해 안보에 도전하는 기후변화를 ‘위협 승수’로 정의한다. 그는 “크리스천은 지금 지구에서 더 나은 삶을 만들 수 있는 전례 없는 기회 앞에 있다”며 “자연환경의 종말을 마주하고 도덕적으로 위험천만한 이 시기에 예수의 사역은 우리에게 달려있다. ‘새로운 방식으로 살라’는 처음에 주신 그 소명이 지금 인류가 맞닥뜨린 도전”이라고 강조했다. 교회는 이 도전을 받아들일 때 희망이 있다.



박여라 영문에디터 yap@kmib.co.kr / 국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