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명존중 포럼 “전국에 7만여 교회 있는데 여전히 자살률 높아… 교회, 불편하더라도 자살 예방 꼭 해야 할 일”

안양월드휴먼브리지 대표이자 기독교자살예방센터 라이프호프 이사장인 임용택 안양감리교회 목사가 지난 3일 안양감리교회에서 열린 월드휴먼브리지 생명존중포럼에 참석해 자살예방을 위한 교회의 역할에 관해 발표하고 있다. 안양=강민석 선임기자 /  국민일보

 

 

생명존중 포럼

“전국에 7만여 교회 있는데 여전히 자살률 높아…

교회, 불편하더라도 자살 예방 꼭 해야 할 일”


 

자살 예방을 위해선 교회가 자살을 도외시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생명존중 분위기에 앞장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국제구호개발 NGO 월드휴먼브리지(대표 김병삼 목사)는 지난 3일 안양감리교회(임용택 목사)에서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기독교자살예방센터 라이프호프, 안양시율목종합사회복지관과 함께 생명존중포럼을 열고 자살 예방 대책과 교회의 역할 등을 논의했다.

 

발표자로 나선 임용택 목사는 교회가 자살 예방에 앞장서야 하는 책임이 있다고 역설했다. 임 목사는 안양월드휴먼브리지 대표이자 라이프호프 이사장으로 교계의 자살 예방 움직임에 앞장서 왔다. 그는 “전국에 7만여개의 교회가 있는데 여전히 한국이 높은 자살률을 보이는 것은 복음을 지닌 교회의 생명력이 소금과 빛의 역할을 다하지 못한다는 증거”라며 “자살 예방은 교회의 본질적인 역할로서 불편하더라도 반드시 해야 하는 일”고 말했다.

 

임 목사는 교회가 할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도 함께 제시했다. 가장 먼저 목회자의 관심을 꼽았다. 목회자가 자살 예방이 영혼 구원과 선교에 직결된 사명이란 인식을 하고 설교와 교회 리더·학생 교육 등에서 관련 내용을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유가족 등 자살생존자를 위한 배려와 자살자 장례예식, 주보에 자살 예방 상담 번호를 기재하는 ‘생명의 한칸’ 운동도 함께 제안했다.

 

조성돈 라이프호프 대표는 사회학적 이론과 통계를 바탕으로 사회적 분위기와 영향이 자살에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2011년 ‘자살 예방 및 생명존중 문화 조성을 위한 법률안’이 제정되고 중앙자살예방센터 등 관련 기관이 설립된 후 자살률은 감소 추세를 보였다. 정책과 문화를 바꾸는 일이 자살 예방에 결정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조 대표는 “생명문화와 사람들의 가치관을 바꾸는 일은 교회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고, 또 앞장서서 해야 하는 일”이라며 “특히 코로나19 이후 교회의 이미지가 나빠진 상황에서 자살 예방은 기독교의 이름을 내걸고 공적으로 나설 수 있는 거의 유일한 분야”라고 설명했다. 이어 “1000만명이나 되는 기독교인이 변화하고 자살 예방에 힘쓴다면 결국 사회 전체에 생명을 살리는 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살 예방을 위한 프로그램이 교회에만 머물지 않고 지역사회로 나아가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안양월드휴먼브리지는 2012년부터 ‘사람사랑 생명사랑 걷기축제’를 열고 도시의 생명문화를 만들어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율목종합사회복지관장 이경석 안양감리교회 부목사는 “자살 예방사업은 사회 선교로서 이웃 사랑을 실천하는 교회가 반드시 해야 할 일이고, 한국 최초의 인보관부터 태화여자관, 보혜여자관 등 사회복지의 역사에 기독교가 늘 함께해 왔다”며 “교역자와 성도를 중심으로 지역사회 내에 생명존중 교육 강사를 양성해 파견하는 등 여러 방법으로 지역사회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자살률은 2019년 기준 10만명당 26.9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이자 OECD 국가 평균의 2배에 육박한다. 전체 사망 원인 중에서도 다섯 번째로 많다. 신은정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 본부장은 “국가의 지원이 닿지 않는 여러 지원과 자살 예방을 위한 캠페인 등을 교회가 해준다면 큰 힘이 될 것”이라며 “실패해도 다시 일어설 수 있는 분위기, 이웃에게 관심을 두고 따뜻한 말을 해줄 수 있는 문화를 만드는 데 교회가 앞장서주길 바란다”고 밝혔다.

 

안양=양한주 기자 1wee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