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지근함, 분열 일으키는 신앙만큼 쓸모없어 대선 위해 기도해야 하는 이유

 

터키 라오디게아 인근 파묵칼레 지역의 냉·온천. 라오디게아는 ‘백성의 정의’란 뜻으로 ‘라오디게아 사람’을 가리키는 영어 래어디시언(Laodicean)은 ‘신앙적으로나 하는 일에 있어서 열정이 없는 사람’ ‘매사에 미온적인 사람’을 가리키는 관용적 표현으로 쓰인다.

 

미지근함, 분열 일으키는 신앙만큼 쓸모없어

대선 위해 기도해야 하는 이유

성경 요한계시록에 나오는 소아시아의 일곱 교회 중 하나로 현재 터키 인근에 있는 라오디게아(라오디케이아·Laodikeia) 지역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바로 물이다. 라오디게아 지역은 교통과 상업의 중심지로 물질적으로는 부유했지만, 물 공급에 있어서만큼은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지역에서 나는 물은 마실 수는 있었지만, 대부분 석회질이었던 터라 라오디게아 사람들은 북쪽으로 10여㎞ 떨어진 이웃 도시 히에라볼리(히에라폴리스·Hierapolis)에서 뜨거운 온천수를 공급받았다. 또 남쪽의 이웃 도시인 골로새(Colossae)로부터는 차가운 지하수를 공급받았다. 하지만 당시로선 먼 곳이었던 이들 도시에서 라오디게아까지 파이프를 통해 공급된 물을 막상 사용할 때면 뜨겁지도, 시원하지도 않았다고 한다.

 

요한계시록 3장 15절~16절에는 이런 상황을 비유한 말씀이 나온다.

 

“내가 네 행위를 아노니 네가 차지도 아니하고 뜨겁지도 아니하도다. 네가 차든지 뜨겁든지 하기를 원하노라. 네가 이같이 미지근하여 뜨겁지도 아니하고 차지도 아니하니 내 입에서 너를 토하여 버리리라.”

 

신학자들은 주로 이도 저도 아닌 신앙을 경계하라는 의미로 많은 신자가 이해하는 이 구절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당시 시대 상황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성경이 쓰였을 당시 온천수는 주로 치료용으로 쓰였고, 찬물은 식수로 사용됐다고 한다. 하지만 라오디게아 사람들에게 있어 이웃 도시에서 공급받은 미지근한 물은 그 어느 쪽으로도 쓰기에 모호했을 테다. 당시 여건상 물을 다시 가열해 적당히 뜨거운 온도로 맞추는 일도, 더운 날씨를 이기기 위해 차갑게 얼리는 일도 쉽지 않았다. 그래서 당시의 ‘미지근’한 석회수란 마시기에도 참으로 역겨워 토할 것 같은 ‘쓸모없는’ 상태를 말한다고 볼 수 있다.

 

요즘 한국 사회는 국가의 중요한 미래를 가늠할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있다. 선거를 앞두고 기독교 표심을 의식해 성경책을 옆에 끼고 국내 주요 대형교회를 찾는 정치인의 모습도 이제는 익숙해졌다.

 

이번 대선에서는 특히 어느 대선후보와 그의 가족은 예전부터 교회에 다녔다더라거나 또 다른 누구는 유명 목회자에게 안수기도를 받았다더라는 식의 이야기들도 나온다. 조금이라도 ‘친 기독교적’ 행보를 보여 기독교인들의 호감을 얻으려 애쓰는 모습이다. 하지만 다른 종교를 향한 포용을 넘어서는 대선후보들의 ‘반기독교적’ 행보를 보고 있노라면, 과연 그들이 제대로 된 기독교 신앙을 가졌는지는 의문이다. 그저 필요할 때만 기독교 신앙을 내세우고 이용하는 요한계시록 속 미지근한 물과 같은 쓸모없는 신앙이 아닐까.

 

물론 한 나라를 이끌어가는 지도자라면 응당 자신이 믿는 신앙과는 다른 종교를 향한 포용과 이해도 무척 중요하다고 본다. 성경 그 어디에도 편을 가르고 분열을 일으키고, 남을 배척하라고 가르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화합’ ‘통합’의 기치를 함부로 갖다 대며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서라면 하나님 뜻과 다른 것이라도 다 받아들이려는 미지근한 신앙은 분열을 일으키는 신앙만큼 쓸모없을 것이다.

 

선거를 앞두고 기독교인들의 표심을 얻기보다 하나님의 마음을 얻기 원하는 지도자를 소망해본다. 한국 사회는 하나님의 뜻을 제대로 알고자 했던 지도자를 아직 얻지 못한 것 같다. 그러니까 우린 기도하고 또 기도해야 한다. 그런 지도자를 얻는 것, 이것은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기도제목이다. 그리고 이를 통해 하나님은 우리가 중보기도의 힘을 알게 하시려는 건 아닐까.

임보혁 기자 bossem@kmib.co.kr / 국민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