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이 사라지고 있다 성영은(서울대학교 화학생물공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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꿀벌이 사라지고 있다

성영은(서울대학교 화학생물공학부 교수) 



봄이 오면서 여기저기 지천으로 꽃들이 피어나고 있다. 식물이 온 세상을 아름다운 꽃으로 뒤덮는 것은 자신의 후손을 남기는 중요한 임무를 수행하기 위함이다. 움직일 수 없는 식물은 이 일을 꿀벌이나 나비를 통해서 한다. 그런데 최근 꿀벌이 사라지고 있다는 뉴스가 나오고 있다. 60억 마리 혹은 75억 마리의 벌이 벌통으로 돌아오지 않고 실종해 버렸다 한다. 이는 우리나라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현상이다.



국내의 분석은 벌꿀에 기생하는 작은 진드기인 꿀벌응애 발생, 말벌의 공격에 의한 폐사, 그리고 기후 변화 등의 복합적인 원인을 그 이유로 들고 있다. 해외의 연구는 여기에 더해 자연 파괴, 살충제, 바이러스, 전자파, 대기 오염의 가능성도 제기하고 있다. 이상 기후나 기후 변화로 꽃의 개화 시기와 꿀벌의 활동 시기가 서로 맞지 않아 공생 관계가 깨지고 있다는 것이다.



휴대폰과 같은 무선 장비에서의 전자파가 꿀벌의 방향 탐지 시스템에 영향을 주어 귀소 본능을 떨어뜨려 집을 찾아오지 못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바이러스가 꿀벌의 단백질 생성을 방해하기 때문이라는 보고도 있다. 이런저런 원인에 의해 만성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것은 현대를 사는 인간뿐 아니라 꿀벌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대부분의 식물은 암수가 구분되어 꽃에 암술과 수술이 서로 떨어져 있다. 씨앗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수술의 꽃가루가 암술에 닿아 수정이 이루어져야 한다. 이를 수분(受粉, 꽃가루받이)이라 하는데 벌, 나비, 나방, 파리 등이 이 일을 수행한다. 더 튼튼한 후손이 태어나기 위해서는 가능하면 멀리 떨어져 있는 수술의 꽃가루로 수분이 이루어져 유전자가 다양하게 섞이는 것이 좋다.



식물은 꿀벌이 이 일을 하도록 광합성을 통해 합성한 녹말의 일부를 분해하여 꽃꿀[자당(설탕물) = 포도당 + 과당 + 50% 물]을 꽃의 꿀샘에 보낸다. 벌이 이 꽃꿀을 얻는 과정에서 자연스레 식물의 수분이 이루어지게 된다. 꿀벌은 이 꽃꿀을 집으로 가져와 저장하여 수분을 제거하고 숙성시킨다. 이 과정에서 각종 비타민과 미량 성분들이 더해져 우리가 아는 꿀이 되는 것이다.



웬만한 크기의 꽃이라 해도 꿀샘에 설탕물이 보통 0.4mg 정도밖에 없기에 꿀벌이 1kg의 꿀을 모으기 위해서는 계산상 약 500만 송이의 꽃을 찾아다녀야 한다. 식물들이 이 땅에 이렇게 가득 생존해 있는 것은 꿀벌 때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다. 인간이 농업을 통해 키우는 대부분의 식물도 꿀벌의 수분에 의존하고 있다. 이번 꿀벌 실종 사건은 꿀을 얻는 양봉 산업이라는 좁은 범위에서만 볼 간단한 사건이 아니다.



현재 지구상에는 150만 종의 동물과 35만 종의 식물이 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150만 종의 동물 중 약 100만 종이 곤충이라 한다. 식물 중 25만 종의 꽃식물류의 대부분은 벌과 같은 곤충과 공존하고 있다. 벌도 곤충으로 약 2만 종의 벌 중에 인간과 공존하면서 꿀을 모으는 꿀벌은 8종으로 알려져 있다. 우리나라의 토종 꿀벌은 이미 멸종 위기에 내몰렸고, 서양에서 들어온 꿀벌이 양봉 산업의 주류를 이루면서 우리 식물의 생존을 책임지고 있다.



위기에 직면한 존재는 꿀벌뿐만이 아니다. 현재 지구상의 곤충도 매년 1~2%씩 감소하고 있다. 곤충은 새와 물고기의 먹이이고, 식물의 번식 파트너이며, 자연 폐기물의 분해자이다. 특정 곤충이 사라지면 생태계의 고리가 끊어지게 되고 그렇게 되면 특정 종이 상대적으로 증가하게 된다. 소위 유해종이나 외래종이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개구리가 없어지면 파리나 모기가 많아지는 식이다. 생태계의 균형이 무너지면 특정 종들이 늘어나고 결국 인간도 살기 어려워진다.



꽃에 벌이나 곤충들이 왱왱거리면 괜히 물릴 것 같아 무섭기도 하고 흉측스러워 보이지만 건강한 생태계를 위해서는 그들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 이들은 지구상의 식물과 인류에게 가장 유익을 주는 동물이다. 곤충은 하나님이 만드신 창조물 중에서 오랫동안 천대받아 왔던 존재이다. 지금도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하다.



19세기 말 프랑스의 파브르가 가장 천대받던 이 곤충들을 자세히 관찰하여 『곤충기』라는 책을 남긴 덕분에 그래도 전 세계의 아이들이 읽고 곤충에 대해 이전보다는 더 나은 인식을 갖게 되었다. 파브르는 흉측해 보이는 외모나 인간을 공격한다는 편견과 달리, 곤충은 그들의 삶 자체로 존중받아야 할 존재임을 보여 주었다. 파브르는 인간의 시각으로 곤충을 보고 해석하는 것을 경계하고 곤충이 하는 그대로를 관찰하고 기술하는 방식으로 그 책을 썼다.



그는 하나님이 모든 생명체를 하나님의 지혜로 가장 소중하게 창조했다는 신앙을 가지고 있었다. 곤충도 인간이 책임지고 돌보아야 할 하나님의 창조물들이다. 우리 신자들 가운데서도 이런 파브르의 후예들이 많이 나오면 좋겠다.



*편집자 주 – 기독교윤리실천운동에서 발간하는 웹진 <좋은나무>에서 가져온 글.



출처 : 크리스찬저널(http://www.kcjlogos.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