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의 나라’ 한국이 튀르키예의 상처를 보듬습니다”

“‘형제의 나라’ 한국이 튀르키예의 상처를 보듬습니다”

 

한교봉과 그린닥터스재단, 대지진 피해 본 튀르키예 하타이주 지역에서 이재민 상대로 긴급 의료 봉사 활동 펼쳐

튀르키예 동남부 하타이주 이스켄데룬의 대지진 피해 이재민 캠프에 차려진 한교봉과 그린닥터스재단의 간이 진료소에 20일(현지시간) 이재민들이 진료를 받기 위해 모여 있다. 임보혁 특파원



튀르키예 동남부 하타이주 이스켄데룬의 대지진 피해 이재민 캠프에 20일(현지시간) 간이 진료소가 설치됐다. 진료소가 된 컨테이너 입구에 ‘튀르키예 대지진 대한민국 긴급의료봉사단, 형제의 나라 대한민국이 함께합니다!’라고 한글과 튀르키예어로 적힌 현수막이 내걸리자 사람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그중엔 세나이(35·여)씨도 있었다. 그녀의 왼쪽 눈썹 부분에는 이마까지 10cm를 넘게 꿰맨 자국이 있었다. 세나이씨는 “지진이 일어났을 때 유리 파편에 맞아 다쳤다”고 했다. 박무열 일신기독병원 외과 과장이 상처 부위를 소독해주며 덧나지는 않은지 살핀 뒤 상처 치료를 다시 해줬다. 진료가 끝나자 세나이씨는 연신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한국교회봉사단(한교봉·대표회장 김태영 목사)과 부산에 본부를 둔 국제의료봉사단체 그린닥터스재단·온병원그룹(정근 이사장)이 지진 피해를 본 이들을 위해 펼친 긴급 의료 봉사 및 구호 활동 현장이다. 안과 전문의 정근 이사장은 소아과 전문의 오무영 온종합병원 감염관리실장, 외과 전문의 박 과장과 김석권 온종합병원 성형센터장 등 8명의 의료봉사단과 함께 이날 이곳에서 의료 봉사를 했다. 지난 18일 입국하자마자 이곳을 찾은 데 이어 두 번째였다. 이번 튀르키예 의료 봉사 활동에는 김철훈 한교봉 사무총장, 임영문 전국기독교총연합회 대표회장도 동행했다.



이들 한국 의료진과 봉사단이 노란색 조끼를 입고 의료 봉사를 시작하자마자 사람들이 몰려와 저마다의 증상을 말하기 바빴다. 튀르키예한인사역자연합회(한사협)에서도 나와 통역을 도왔다. 밀려드는 사람들로 통역이 부족할 땐 의료진과 봉사단은 손짓과 발짓을 해가며 또는 휴대전화 통역기를 돌려가며 어디가 불편한지를 묻고 그에 맞는 약 처방과 간단한 응급 처치를 했다. 진료소를 찾는 이 중엔 감기 증상으로 엄마 품에 안겨 온 갓난아기부터 관절 통증을 호소하는 70대 노인까지 다양했다.



 지난 6일 동남부 카흐라만마라쉬 지역에서 발생한 진도 7.7 규모의 지진은 200여km 떨어진 인구 25만명의 이스켄데룬 지역도 덮쳤다. 튀르키예 재난위기관리본부(AFAD)는 참사 직후 지역 내 버스터미널 인근 공터에 급히 이재민 캠프를 꾸렸다. 이재민 캠프에는 현재 튀르키예 현지인을 비롯해 시리아 난민까지 약 2500여명이 머물고 있다. 이들은 약 16㎡(약 4.8평) 크기로 자갈밭 위에 임시로 세워진 텐트 500여개에 나뉘어 바닥엔 돗자리 등을 깔고 지내고 있었다. 더욱이 저녁엔 기온이 영하까지 떨어진다. 대여섯 명의 가족 단위 이재민들은 텐트 안에 놓인 임시 화목 난로를 때워가며 추운 밤을 지새우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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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피해를 본 튀르키예 전역에 퍼진 이재민 캠프에는 현재 열악한 위생 환경 등으로 전염병 발생 위험이 큰 상태로 알려졌다. 이스켄데룬 캠프에도 한때 옴과 같은 전염병 환자가 많아졌다는 소식도 돌았다. 긴급의료봉사단은 이틀에 걸쳐 100여명의 환자들을 돌봤다. 몇몇 이재민들은 의료 봉사를 마치고 캠프를 떠나는 이들을 마중하며 감사 인사를 전했고, 수십명의 아이들은 긴급의료봉사단의 차 앞까지 찾아와 ‘코레아(한국)’를 연호했다.

정 이사장은 “토요일에 왔던 한국 의료진이 다시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현지인들과 어린아이들의 말이 기억에 남는다”라며 “대한민국 의료단을 열심히 응원하고 있다는 말에 한국인으로서 자긍심이 생긴다”라고 말했다. 이어 “6·25전쟁 당시 한국을 도운 튀르키예는 한국과 피를 나눈 우방국과 같다”라며 “이번 지진으로 한국이 반대로 튀르키예를 도우러 오게 됐는데, 아이들과 주민들의 진심 어린 환송과 감사 인사에 감동했다. 형제국가라는 생각에 가슴이 뭉클했다”라고 덧붙였다.

이스켄데룬(튀르키예)=임보혁 특파원 bossem@kmib.co.kr



출처 : 더미션(https://www.themissio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