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帝國, 500 年은 더 간다
21세기 ‘노스트라다무스(Nostradamus)’
조지 프리드먼(George Friedman)이 본 美ㆍ中ㆍ日ㆍ韓
21세기 ‘노스트라다무스(Nostradamus)’
조지 프리드먼(George Friedman)이 본 美ㆍ中ㆍ日ㆍ韓
“美 경제가 전세계 GDP 25% 차지 어느 나라도 영향 벗어날 수 없어… 中, 성장과 동시에 엄청난 문제 안아 浮上 아닌 붕괴부터 들여다봐야‥“
美國의 쇠퇴와 中國의 급부상에 세상이 놀라던 2009년, “미 제국은 앞으로도 500년 동안 유지된다“는 책이 美國ㆍ日本ㆍ韓國에서 동시에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美國 유명 군사정치전문가 조지 프리드먼(George Friedmanㆍ62)이 쓴 ‘100년 후(Next 100 Years)’란 책이다. 그가 지난 1월 美國에서 ’10년 후(The Next Decade)’란 제목의 후속작을 출간했다.
500년 영광을 이어갈 미 제국의 단기 전략을 다룬 내용이다.
프리드먼의 책은 韓國 경제계가 의존하는 ‘中國 대망론‘에 일정한 경고를 던진다..
中國은 수출 의존과 빈곤의 모순을 견디지 못하고 10년 내에 위기를 겪으며, 반대로 日本이 아시아 최대 파워로 재부상한다는 것이다.
이런 지형에서 美國은 제국의 안정을 위해 어떻게 中國과 日本, 아시아의 균형을 맞춰가야 할까?
▲ 사진 / 블룸버그
지난 23일 텍사스州 오스틴(Austin)의 사무실에서 만난 프리드먼은 ‘美國의 최종 목표‘를 묻는 말에 “제국에 최종 목표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제국 자체가 최종 목표이기 때문이다.
“제국을 이룬 美國은 다른 나라들 사이에서 힘의 균형을 잡음으로써 자신을 지키고 있을 뿐이다. 군대를 보내지 않아도 될 수 있도록. 제국의 생존은 끝없는 이이제이(以夷制夷)에 달렸다.
“ 그는 파격적인 전망을 제시했다. “미 제국은 日本과 균형을 맞추기 위해 붕괴하는 中國을 돕고, 통일 韓國을 강력한 파트너로 삼아 日本을 견제한다“는 것이다.
그는 통일 韓國을 “가시(thorn)”라고 표현했다.
“日本을 죽일 정도는 아니지만 충분한 위협이 되는 존재“라는 얘기다.
美國에 대한 그의 신뢰는 확고했다. “美國은 세계 GDP의 25%를 차지한다. 中國, 日本, 獨逸을 합친 규모다. 韓國을 비롯한 수많은 나라가 자국 GDP의 5~10%를 美國에 의존하고 있다.
美國의 해외 직접투자는 세계 해외 투자의 22.5%를 차지한다. 美國은 세계 최대의 채무국이지만, 그 사실 자체로 美國은 세계 시장에서 또 다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누구도 美國의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다.
이런 美國의 일극 지배가 끝나고 다극화 시대가 열린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 실제로 일어나는 다극화는 美國을 제외한 日本, 中國, 獨逸 등 2위 이하의 리그에서 벌어지는 일일 뿐이다..”
프리드먼은 170㎝가 조금 넘는 단단한 체구였다. 코넬大 정치학 박사 출신인 그는 1996년 루이지애나 주립대 교수를 그만두고 정치ㆍ경제ㆍ외교 싱크탱크인 ‘스트랫포(StratforㆍStrategic Forecasting의 약자)’를 열었다.
거대한 철문 속 사무실에는 직원 70여명이 칸막이로 나뉜 책상에서 정보를 취합하고 있었다.
10개국 언어를 구사하는 직원, 이라크ㆍ이란ㆍ아프가니스탄에서 작전을 펼친 전직 러시아 대령도 근무하고 있다.
여기서 매일 발간되는 정세예측 보고서는 220만 명이 돈을 내고 구독하고 있으며, 유료 회원 상당수가 금융맨들이다. 단기 투자가 금융시장을 지배하면서, 스트랫포의 일일 정보가 경제계에서 영향력을 키우는 것이다.
오스틴 시내 그의 사무실 옆에는 JP모건&체이스 건물이 서 있다.
국방부 조간 브리핑에도 그의 보고서는 올라간다.
美國 언론은 그를 ‘그림자(Shadow) CIA’라고 부른다. 정치ㆍ경제ㆍ안보 분야에서 독자적이고 은밀한 정보를 제공한다는 평가에서 나온 별명이다..
정세 분석의 적중률이 매년 80%에 달해 ’21세기 노스트라다무스‘라는 훈장 같은 별명도 달고 있다.
그는 왜 美國의 역량을 확신하고 中國의 붕괴를 말하는 것일까?
고령화ㆍ대지진으로 쇠퇴하는 듯한 日本의 위협적 재부상을 예측하는 것일까?
北韓에 어떤 격변이 생겨도 韓國의 역동적 국력이 유지될 것이란 낙관론은 어디에 근거하는 것일까?
▲ 美國의 군사정치 전문가인 조지 프리드먼이 그가 이끌고 있는
싱크탱크 스트랫포(Stratfor) 사무실에서 세계 지도를 가리키며
10년 후 세력 판도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말하고 있다.
/오스틴=김남인 기자
“美國이 몰락할 것이란 다른 나라들 믿음이 美國을 받치는 원동력이다“
美國인은 웃고 있지만 속으론 끙끙댄다
“당연히 최고여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면 어쩌나…“
지지 않으려고 그들은 발버둥친다.
― 美國은 어떤 나라인가?
“美國은 제국에 대항해 혁명을 일으킨 첫 국가였다.
大英帝國에 대한 독립선언은 대영제국이 아니라 제국이라는 아이디어 자체를 비판한 것이다.
美國은 자신이 현재와 같은 역할을 맡게 될지 예상치 못했다. 그래서 美國은 제국이 된 자신의 모습이 편치 않다.
사실 로마와 대영제국도 그랬다. 해상무역의 통제권을 확장하다 보니, 다른 나라들이 상대적으로 약하다 보니 그렇게 된 것이다.
많은 美國人들은 제국을 원하지 않는다. 비용도 부담스럽고, 증오의 대상이 되는 것도 싫다. 20년밖에 안된 힘이라 어떻게 다루는지도 잘 모른다.
많은 美國人들은 美國이 韓國의 미래를 책임져야 할 이유가 없다고 생각한다.”
―제국을 포기하면 되는 것 아닌가?
“美國은 지금 모든 해상무역을 통제하고 있다. 여전히 세계 경제의 25%를 차지하고 있다. 美國人들이 물건을 사지 않고 저축에 열을 올리면 中國, 印度와 같은 나라는 어디에 물건을 팔 것인가?
韓國도 마찬가지 아닌가? 韓國은 왜 美國 대통령이 누가 되느냐에 관심을 기울이는가? 美國의 거대한 경제적 파워 때문이다. 美國人이 좋든, 싫든 제국의 위치를 방기(放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美國이 쇠퇴하고 있다는 것은 지금 상식처럼 받아 들여지고 있다.
왜 당신은 그런 美國을 ‘앞으로도 세계를 지배할 유일한 대국‘이라고 말하나?
“사람들은 늘 그렇게 말해왔다. 1970년대 베트남戰 후 실업률이 치솟고 美國 경제가 불황에 빠졌을 때도 美國이 쇠락한다는 믿음이 지배적이었다.
1930년대 대공황 때도 그랬다. 1980년대 日本이 경제의 수퍼파워로 등극했을 때도 학자들은 日本이 美國을 이길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런 믿음은 모두 깨졌다.”
―2008년 금융위기도?
“역사상 네 번째 금융위기였을 뿐이다. EU에 비하면 잘 극복하고 있다. 흥미로운 것은 그런 믿음, ‘美國이 쇠퇴한다‘는 믿음이 美國을 지금의 위치로 끌어 올린 동력이라는 것이다..
쇠퇴하지 않으려고 발버둥을 쳤기 때문이다. 지속적인 좌절감이야말로 美國인의 생존력이다. 美國인은 최고의 호시절이 늘 과거였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다.”
―美國人들은 낙천적이고, 미래지향적이라고 알고 있다.
“착각이다. 美國은 생각보다 훨씬 복잡하고 미묘(subtle)하다.
美國人들이 자주 웃기 때문에 단순하고 행복하다고 비친다. 그렇지 않다.
난 헝가리에서 태어나 어릴 때 美國으로 이민을 왔다. 그래서 美國을 보다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 美國人은 웃고 있지만 내면에는 불안(anxiety)을 안고 있다. ‘당연히 최고여야 하는데 그렇지 못하면 어쩌나‘ 하면서 전전긍긍한다.
이는 美國 사회를 불행하게 하는 동시에 강력하게 만드는 요소다.
그래서 美國은 앞으로도 中國을 필요로 할 것이다. 과거에 소련과 日本이 필요했던 것처럼 말이다.
누군가 우리를 압도할지도 모른다는 긴장을 美國 스스로 필요로 하는 것이다. 美國人의 영혼은 언제나 그런 불안을 찾아다닌다.
기억하라. 우리는 조상들이 다른 나라에서 실패해 이리로 온 사람들이다.
美國의 정신은 이민의 역사와 엮여 있다. 그래서 외부인에게 ‘우리는 실패자가 아니다‘라는 걸 보여주는 것이 늘 중요했다.
내 경우 헝가리에서 살 곳이 없어 美國으로 왔다. 부모님은 교육에 열성을 쏟았다. 美國 이민자들은 고향 사람에게 성공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한다. 그것이 나를 여기까지 이끈 원동력이다.
美國으로 온 韓國人들도 마찬가지다. 그들에게 가장 큰 수모는 무엇인가? 다시 韓國으로 돌아가는 것 아닌가?
이런 사람들이 모인 곳이 美國이다. 소련? 日本? 中國? 누구든 美國을 압도하면 안 되는 것이다.”
▲ 사진 /최순호 기자
“中國 10억 명이 극빈층 폭발할 날 머지 않아“
―中國을 어떻게 평가하나?
“부상(rise)이 아닌 붕괴(collapse)를 생각해야 한다.
中國은 잘해왔지만 동시에 많은 문제를 안게 됐다.
핵심은 가난이다. 6억 명이 가구당 하루 3달러 미만의 벌이로 산다.
4억4000만 명은 6달러 미만으로 산다.
13억 명 중 10억 명 이상이 아프리카처럼 가난 속에서 살고 있는 것이다. 물론 6000만 명의 다른 中國이 있다.
연간 2만 달러를 버는. 하지만 이것은 中國의 5% 미만이다.
진정한 中國이 아니다.”
―진정한 中國은?
“中國은 내부 경제(internal economy)가 없는 나라다.
유럽과 美國이 제품을 사주지 않으면 존립하지 못 한다.
그래서 中國은 외부 세계의 인질이나 마찬가지다.
계층 사이에는 상당한 긴장이 조성되고 있다.
빠르게 성장하고 있을 때는 이 문제를 다루기 쉽다.
그러나 더 이상 그렇게 못 한다.
임금이 전처럼 싸지 않기 때문에 수익성을 받쳐주지 못한다.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이동하려고 하지만 美國ㆍ獨逸ㆍ日本ㆍ韓國과 같은 쟁쟁한 나라가 버티고 있다.”
―지금 中國의 위치는?
“1989년 日本과 같다. 日本은 눈부신 성장 뒤에서 금융 시스템이 붕괴하고 있었다. 지금 中國처럼 日本은 외국 자산을 사들였다..
中國의 성장 싸이클이 막바지에 달했다는 신호다.
국가마다 다른 해법을 찾는다. 日本은 성장률을 낮췄다.”
―中國의 해법은?
“中國은 실업을 인내할 여력이 없다.
일자리를 찾아 도시로 이동한 농민들이 일자리를 잃으면 사회를 불안정하게 한다. 이들의 원망을 가라앉히기 위해 中國은 6000만 명에게 세금을 거둬 분배해야 할 것이다.
거둬들인 돈으로 군대의 충성은 유지할 수 있겠지만.
中國의 해법은 국민들을 억압하는 것뿐이다..”
―10년, 그 이후의 中國은?
“10년 동안 中國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해답을 구해야 한다.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마오쩌둥이 한 것처럼 나라를 폐쇄시킬 것인가?
아니면 20세기 중반처럼 지역주의와 불안정 패턴에 따를 것인가?”
▲ 사진 / AP
“日本의 무서운 단결력 아시아 최강 복귀할 것“
―日本을 높게 평가했는데.
“경제의 볼륨에서 中國과 동등하다. 국방력이 강하고 빈곤층이 적다.
日本은 무엇이 문제인지 알고 해결할 능력이 있다. 단일국이다.
(대지진에 나타났듯) 놀라운 단결력과 유대감을 갖고 있다.
韓國도 그렇게 못 한다.
日本에는 외부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강한 비공식적 사회 통제가 존재하는 고도의 응집 사회다. 경제가 크고, 교육 수준이 높고, 정부를 따르는 국민이 있는 나라가 왜 쇠퇴하겠는가?”
―저성장, 고령화 등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日本 경제가 정체된 20년을 ‘잃어버린 20년‘이라고 한다.
하지만 이것은 日本의 목표에 대한 오해다.
日本的 가치에 서양적 관점을 적용한 것이다.
日本은 기업의 이윤을 희생하면서 사회적 핵심 가치인 고용을 유지했다. 20년을 잃어버린 것이 아니라 가치를 보전한 것이다.”
―지속 가능한가?
“日本도 더 이상 빚을 쌓아가며 가치를 보호할 수 없다.
日本 역시 경제와 사회 구조를 바꿔야 한다.
하지만 日本엔 압도적으로 유리한 조건이 있다.
中國처럼 빈곤 속에서 살고 있는 10억 인구가 없다는 것이다.
사회 불안 없이 긴축을 견딜 수 있는 나라가 바로 日本이다.”
―대지진 수습 과정에서 리더십의 문제가 노출됐는데.
“2차대전 때에 日本 리더는 ‘어떤 전략으로 반드시 승리하겠다‘라고 말하지 않았다.
(리더가 역량을 발휘하지 못하는 기간에도) 혁명을 일으키지 않은 유일한 국민이다. 리더십이 형성될 때까지 기다릴 수 있는 나라다.”
―그러면서 日本의 위험성을 지적한 이유는?
“日本의 근본적인 약점은 천연자원이 없다는 것이다.
日本은 해상 교통에 접근하지 못하면 모든 것을 잃는다.
호루무스 해협, 말라카 해협, 南中國해 모두가 日本의 생명선이다.
그래서 日本은 늘 걱정을 안고 있다. (생명선에서) 위기가 발생했을 때 해결책을 찾지 못하면 다시 공격적으로 변할 여지가 있다.
日本은 힘을 회복하면 필연적으로 해군력을 증가시킬 것이다. 공격적인 日本에 대처할 전략을 개발해야 한다.”
▲ 사진 /이태경 기자
“韓國 10~20년내 통일 日本의 가시가 된다“
―앞으로 韓國은?
“(세계지도를 가리키며) 한반도는 中國ㆍ日本ㆍ러시아에 둘러싸인 폭탄 같은 존재다. 쇠퇴하는 中國이 5년 후에도 北韓을 지지할 수 있을까.
통일은 10~20년 안에 될 것이다.
韓國人들이 원하는 일인지 모르겠지만.
韓國은 北韓 문제를 다룰 때 美國의 도움을 필요할 것이다.
통일 후 금융 문제가 닥칠 때 더욱 그럴 것이다.”
―통일 韓國을 주변국은 반길까?
“美國은 다른 대안이 없으니 환영할 것이다.
日本은 반대하지 않겠지만 기뻐하지도 않을 것이다.
中國은 北韓에 대한 통제력을 잃는 상태에서 반대할 이유를 찾기 어렵다.”
―韓國엔 北韓 붕괴가 그동안 이룬 경제 성과를 무너뜨릴 것이란 공포가 있다.
“韓國은 역동적인 국력을 보유하고 있다.
북쪽에 무슨 일이 발생하든 국력은 유지될 것이다.
통일 후 10년은 고통스럽겠지만 길게 보라.
北韓의 땅과 자원, 값싼 노동력에 南韓의 기술ㆍ자본ㆍ 리더십이 합쳐지면 엄청난 시너지가 발생한다.
난 늘 韓國이 통일됐을 때 滿州가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中國은 내부를 통제하기에 급급할 것이다.
러시아도 극동아시아에서 영향력이 약화되고 있다.
日本은 거리가 너무 멀다. 韓國이 통일되면 滿州 지역에서 큰 기회가 열릴 것이다.
통일이 되면 韓國은 강대국이 될 것이고 日本에 가시(thorn) 같은 존재가 될 것이다. 죽일 정도는 아니지만, 충분한 위협이 된다는 뜻이다.”
―향후 10년간 서태평양 지역에서 韓國은 美國의 가장 강력한 협력국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는데.
“역사적 배경 때문에 韓國은 日本을 경시하며 中國을 불신한다.
그렇다고 美國과 편안한 관계에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日本이 강해지고 中國이 약해질 때 韓國은 美國을 필요로 할 것이다.
美國도 日本과 中國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韓國에 의존할 것이다..
韓國은 상당한 규모의 기술 중심지가 됐다.
中國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韓國의 기술을 갈망할 것이다.
美國은 기술 이전에 대한 부분적 통제권을 확보함으로써 中國에 대한 영향력을 증가시키려 할 것이다.”
조선일보 오스틴(미국)=김남인 기자